논객 조갑제는 최근 'MBC 무사한가 두고보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 발화는 공공언론에 대하여 저주의 발언을 공공연하게 했다는 점에서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조갑제는 보수논객으로 정평이 있고 한국사회에 이러한 보수논객이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그와 같은 보수논객의 보수적 관점은 존중되어야 한다.

진보가 존재하는 것은 보수가 있기 때문이고 보수 또한 진보로부터 가치와 의미를 확인받는다. 따라서 양립불가능(incompatibility)한 것처럼 보이는 진보와 보수는 사실상 한 몸체의 쌍생아와 같은 숙명이고 그래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문제를 놓고 박근혜나 한나라당도 비난하고 KBS와 MBC도 공격하면서 우충좌돌하고 있다. 특히 MBC에 대하여 강렬한 저주와 무지한 독설을 퍼부었고 그의 동원령에 따라서 극우단체가 여의도의 MBC로 몰려가는 일도 발생했다. 사실 MBC는 이념적 목표를 가지고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권(sovereignty)과 국민건강권 그리고 다중의 알권리 등 공공언론의 기본임무에 충실하기 위하여 4월29일 이 사안을 심층 보도했다.

다시 말하면 MBC는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 유통이나 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 그리고 한국인들의 식생활 등을 논리에 근거하여 보도한 것뿐이다. 그런데 조갑제씨는 MBC가 선동을 넘어 거짓말로 국민들을 광기(狂氣)로 몰아 넣었다고 비난한다.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하겠지만 논리와 조사에 근거하여 보도를 한 방송사를 향하여 이런 독설을 퍼부은 것은 희대(稀代)의 웃음거리다. 이에 대한 반성적 사례가 있다. 바로 MBC의 황우석 논문조작 보도다. 황우석사태 때 MBC가 보여준 과학성과 치밀성 그리고 언론정의를 바탕으로 한 심층보도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당시 일부 보수진영은 MBC를 좌파적 매국노라고 비난했다. 무서운 폭력적 광기다. 황우석의 논문조작을 보도하는 것이 좌파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들은 국가에 이익을 가져올 위대한 과학자가 잘못이 있더라도 묵인해야 하는데 MBC가 이것을 보도했으니 반국가적이고 반민족적이라는 것이며 그래서 MBC는 좌파다라는 참으로 희한한 정신분열증세를 보였던 것이다.

또 일전에 MBC가 일부 대형교회의 비리를 보도하자 'MBC 문화방송 빨갱이'라는 비이성적 반응을 보인 기상천외한 목사도 있었다.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보도한 MBC는 교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면서 언론정의 앞에 성역(聖域)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MBC의 광우병 보도를 두고 조갑제가 '분노와 거짓과 선동에서 나오는 증오심'이라면서 MBC를 공격했다.

그 끝에 'MBC 두고보자'라고 했으니 조갑제씨의 인식방법이나 언론관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조갑제식의 역사관을 가진 일부 정치가들도 촛불집회와 언론의 관련을 강조하고, 또 촛불집회를 미화하여 보도했다면서 방송과 신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조갑제씨는 이성을 회복하기 바란다. 조갑제의 말처럼 MBC가 거짓말을 확산한 것도 아니고 그 거짓말에 선동당하고 이용당한 국민도 없다. 이 시대의 다중들은 정보의 편재성(ubiquity)으로 인하여 언론인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역사의 주체다. 국민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조갑제씨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역사의 주체이면서 자각한 세계시민이고 또 저항과 축제의 주인인 다중(multitude)이야말로 조갑제와 같은 사람의 스승이다. 그토록 낡은 인간관과 역사관을 가지고 언론에 몸담고 있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MBC와 여러 언론이 밝히는 언론정의의 횃불은 찬란할 것이다. MBC 안 무사한가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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