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가화1리 ‘아카데이 공부방’ 만든 정해영씨의 고향사랑

사교육비 부담으로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한 세태에 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방과후 무료 공부방을 운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옥천군 옥천읍 가화1리 마을회관 옥상에 마련된 '아카데미 공부방'이 바로 배움의 산실이다. 마을 이장 정해영씨(53)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33평방미터의 작은 공부방에는 인근 중학생 17명이 자원봉사 교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하루 3~4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정씨는 사교육 시장에서 소외된 농촌 학생들이 방과후 비행탈선 유혹에 빠지기 쉬운 문제점을 인식하고 마을 공부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교과 과목을 가르쳐 줄 자원봉사자만 있으면 마을에서도 학원처럼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옥천교육청에 정대희 과장이 내 뜻을 흔쾌히 받아주었고 다른 선생님들까지 가세해 마을회관 옥상에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 군남초 정서영 교사, 이범주 교사 등 총 6명의 교사들이 수학, 영어, 중국어, 한문, 국어, 과학 등 6개 과목을 지도하고 있고 한국전력 옥천지점 한상훈 고객지원팀장이 후원자로 나서 아카데미 공부방이 탄생했다.

옥천이 고향인 정씨는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다가 3년전 귀향한 귀농인이다. 올해 91세인 노모와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누이를 부양하기 위해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온 것. 만만찮은 가장 역할에 마을 이장직을 맡고 있고 공부방 '방장'까지 더해 1인 3역을 군소리없이 해내고 있다. 이장 수당까지 털어서 공부방 학생들이 간식비를 충당해온 정씨에게 농협 옥천군지부는 지난 2일 '옥천 아카데미 후원식'을 갖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나야 동네 살면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고, 학교 수업도 힘든데 마을 공부방 수업까지 맡아주신 선생님들이 고마운 분들이다. 아무리 농촌이 힘들어도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도시-농촌간의 교육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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