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역대 대통령 물품전시는 반역사적,반민족적 행위”
충북도 “기념관 아니다,대통령이 쓰던 물건 전시했을뿐”

청남대 역대 대통령 전시관을 놓고 충북도와 도내 일부 시민사회종교단체가 크게 부딪쳤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역사정의실천협의회 등 14개 단체 대표들은 ‘전두환 및 역대 대통령 전시관 철회 국민운동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조직하고 청남대 관리사업소 개청식이 있던 지난 7일 청남대에 조성된 대통령 전시관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민족혼을 살리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들의 물품을 전시하는 행위는 반민족, 반민주적, 반역사적 행위일 뿐이다. 청남대는 온국민이 올바른 역사와 민족혼을 배울 수 있는 국민관광명소로 계획되고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이원종 지사는 청남대 개방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전두환 및 역대 대통령 전시관을 조성했다. 이를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공식적으로 철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남대 앞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친 이들은 경찰과 대치한 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웠다. 이미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청남대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벌여 왔다. 민족 파탄의 주범이며 국민 학살자인 전두환씨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없이 청남대에서 부활하고 있어 전시관이 취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국민행동을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용역줘서 중장기계획 세울 것”
하지만 충북도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청남대관리사업소 2층에 역대 대통령들의 식기와 책·화장품·가구 등 사용하던 물건을 전시할 뿐이라며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대통령 기념관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청남대 장기발전계획은 용역을 줘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공청회를 열며, 기념관은 여기서 논의될 대상이라는 것이다. 청남대활용대책위의 한 위원도 “용역결과가 나온 뒤 종합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다하게 결정된 것이 없는데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는갚라고 말했다.

충북도에서 역대 대통령 식기전시관에 대해 ‘기념관이 아니다’고 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대통령 기념관의 일환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신성국 청원군청소년수련관 안중근학교 신부를 비롯한 일부 문의주민들은 충북도가 일방적으로 청남대를 운영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청남대활용대책위 관계자 중 몇 몇 사람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주민들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청남대가 대통령별장이니 만큼 테마를 ‘대통령’으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정삼철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원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대통령이 없지만 잘못된 역사도 역사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도 대통령 중심국가에서는 대통령을 소재로 테마공원을 만들지 않는가. 대통령은 단지 소재일 뿐이다”며 “그러나 기념관이라고 하기 보다는 전시관이라는 게 더 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역대 대통령 밥그릇 전시를 반대하는 것은 너무 편협된 시각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익명의 한 시민은 본사 인터넷신문 ‘오마이충북’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역사는역사일 뿐이다. 잘못된 역사는 대통령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것이다. 뜯어 고칠 수도 감출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존경할 만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전시관이 안된다면 청남대도 부숴야 할 것이다. 3·1운동의 정기가 살아있는 문의에 오욕의 대통령이 놀러온 청남대가 웬 말이냐는 말은 왜 없는가?”

주민과의 소통 중요
그런가하면 이두영 청남대활용대책위원(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2층에 역대 대통령 사진과 그릇, 그밖에 사용하던 물건을 갖다 놓았는데 대통령 사진을 굳이 걸어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문의 주민들은 충북도정에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현재 도에서 대통령 기념관을 하는게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청남대 활용방안부터 운영문제까지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워 여기서 논의할 것이지만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없는 점이 아쉽다. 지역에서 청남대를 받았으니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청남대로 인해 충북도정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원리가 협력체계 구축인 만큼 충북도, 문의주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용역만 준다고 이런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대책위는 역대 대통령 식기전시관을 반대하는 1000인 선언을 전국적으로 벌이며 이원종 지사가 전시관을 철회할 때까지 다양한 국민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발전계획은 용역을 주고 식기전시관은 볼거리 차원에서 만든 것 뿐이라는 충북도의 말에 대책위는 “이지사는 청남대 명소화 사업을 국민들의 정서와 공감대도 없이 조성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대통령 식기전시관 철회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던 시간에 청남대 내에서는 관리사업소 개청식이 이루어졌다. 충북도 남상우 부지사와 오효진 청원군수 등 각계 인사와 문의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청식에서 남 부지사는 “역대 대통령 별장이라는 역사성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환원해준 상징성을 최대한 살려 청남대를 특색있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 관광명소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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