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마을에 궂은 일을 도맡아 가며 낮에는 이장으로, 밤에는 아이들 공부 뒷바라지에 바쁜 이장이 있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옥천군 옥천읍 금구리(가화1리)의 정해영(52) 이장.

정 이장은 지난 70년대 초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한 후 3∼4년 농사를 짓다가 힘들어 서울로 상경, 3년 전 흙이 그리워 다시 옥천으로 돌아온 이색 인물이다.

지난해 7월 동네 순찰을 하다가 청소년들의 탈선 행각에 충격을 받고, 아이들이 좀더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끝에 가화1리 마을회관 2층에 아담한 '옥상 공부방'을 마련했다. 처음엔 수학과 영어로 시작된 수업이지만 지금은 중국어, 한문, 국어, 과학 등 6개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옥천교육청 정대희 관리과장이 아이들의 수업을 맡겠다고 선뜻 응해준 것을 시작으로 군남초 정서영 교사, 이범주 교사 등 총 6명의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한국전력충북지사 옥천지점 한상훈 고객지원팀장이 선뜻 후원을 해줬다.

이곳에서는 중학생 17명이 방과후 하루 3~4시간씩, 1주일에 5일, 6개 과목을 배우고 있다. 정 이장은 이장수당 24만 원과 적은 생활비로 교사들 식사와 아이들에게 직접 밥까지 챙겨주고 있다.

가화1리 노인회 김옥영(74) 회장은 "정 이장은 거동이 어려운 91세 노모와 지체장애 누이의 병수발까지 하면서 마을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공부방을 하면서 학생들까지 돌보니 혼자서 1인 4역을 거뜬히 하는 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농협중앙회옥천군지부에서도 지난 2일 오후 6시 '옥천 아카데미 후원식'을 갖고 6월부터 10월까지 아이들의 간식비를 일부 지원해 주기로 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