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전청주시장을 대하면 일단 시원해서 좋다.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을 듣다 보면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어쨌든 흥미를 느낀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천생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정치인'이라는 말은 신념과 논리에 준한 판단이 아니라 오히려 몰염치적(!) 측면을 강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당적변경은 무려 10여 차례나 된다. 본인의 말대로 험악한 야당 생활을 30여년 동안이나 하다보니 도중에 당이 소멸된 경우도 있고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민선 1기 청주시장을 지내고 재선과 총선을 준비하던 잠깐에도 그의 당적은 계속 바뀌었다. 자민련이었다가 16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으로 갔고,  지난해 대선 때는 잠시 정몽준이 뜨자 국민통합 21로 옮겼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당력을 문제삼는 비판에 절대로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비판에 더 힘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역정까지 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천생 정치인이라고 부르며 역발상의 친밀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지난 대선 때부터 한나라당을 놓고 계속 입질만 하던 송광호의원이 결국 한나라당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말처럼 '오랫만에 집으로 돌아 오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그의 코드가 한나라당과 맞을 수도 있다.  92년 14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한 송의원은 사실 정치 이력이 그렇게 많은게 아니다. 그런데도 여섯번의 당적 변경 횟수는  도내 국회의원중 단연 1위다.  정치인이 정치적 신념에 따라 당을 옮기는 것은 자유다.  아주 톡까놓고 말해 당선 때문에 당을 바꿨더라도 그건 본인의 문제다.

 그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겠다며 국회내의 관련 단체를 주도하며 활동한 것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민족정기를 앞세우던 사람이 어쨌든 겉으로는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정당을 하루 아침에 차버리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답변이 너무 틀에 박혔다. 지역구 주민들의 여론이 한나라당으로 돌아섰고 ,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국민신당에서 자민련으로 둥지를 옮길 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본인의 말대로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조사하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권자를 파는 언사는 어쩐지 옹색하게만 들린다.

 송의원의 자민련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이 당분간 세간의 안주가 될 조짐이다. 본인의 입장에서야 하루 빨리 잊혀졌으면 하겠지만 사람들은 특이한 것에 집착하고 또 이를 즐긴다.  결론적으로 그의 잦은 당적변경이 참으로 특이하다는 것이다. 정상이었으면 관심을 끌겠나.

 그래서 이것을 제의하고 싶다.  이번 파문이 빨리 잊혀지기를 바란다면 이젠 솔직하라는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늘어 놔봤자 받아들이는 측은 피곤할 뿐이다.  이들의 피곤을 불식시키고 빨리 잊게 하려면 지역구의 여론과 유권자를 팔고 다닐게 아니라 스스로의 이유를 대는 것이 현명하다.  많은 사람들은 만약 자민련이 잘 나가고 있다면 총재의 말 한마디를 물고늘어지며 탈당까지 결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 송의원 한계는 바로 이것이다. 김현수 전 시장과 송의원의 차이점이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 전시장이 천생 정치인이라면 송의원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정치인인 것이다. 솔직한 컴잉아웃만이 살길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이번 일을 쉽게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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