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상습 성폭행 지적장애인 경찰에 구속
해당학교 설문조사서 드러나…예방교육 강화

23일 청주의 한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을 상대로 수년 동안 상습 성추행을 일삼아 온 정신지체장애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동성 간 성추행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대구 초등학생 간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 학교장이 학생들을 상대로 지난 8일 설문조사를 벌이면서 드러났다.

당시 설문 조사에서 이 학교 5∼6학년 남학생들이 유치원에 다니거나 초등학교 1·2학년 시절에 일명 ‘삼촌’ ‘형’이라 불리는 정신지체 3급 장애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0여명의 응답 중 해당 학교는 6명의 학생의 피해 사례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16일 부설 상담센터에 해당 학생들의 상담을 의뢰했다.

이 학교는 기초수급자와 결손가정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로 정부지원육성학교였다. 따라서 인근에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상설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정신지체 장애 남성으로부터 상습 성추행을 당한 아이들은 게임CD나 아이스크림, 과자 등을 사주겠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피의자의 집이나 자신의 집, 인근 솔밭공원에서 성인용 인터넷 동영상을 흉내 내는 피의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당 학교는 19일 상담센터의 보고를 받고 다음 날인 20일 학부모 면담을 거쳐 학교장 명의로 해당 피의자를 처벌해 달라며 21일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피해학생 학부모 6명도 22일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이에 충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21일 피해 학생들의 진술과 상담센터가 채증 한 피의자 자백 영상을 증거물로 확보하고 22일 피의자 자백까지 받아 냈다.

재범의 우려 있다' 구속영장 발부
23일 오후 4시 청주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은 충북 경찰이 피의자 김모씨(35)에 대해 성폭력등에관한법위반(13세 미만 강간)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춘수 영장전담 판사는 “사안이 중하고 수년간 상습 성폭행한 죄질이 나쁘다. 평생 어린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줬는가 하면 재범의 우려가 있어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발부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김 씨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을 밝혔다. 지금껏 경찰이 밝혀낸 김 씨의 혐의는 올해 5월 19일 오후 2시께 청주시 흥덕구 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A군을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꾀어 학교 인근 솔밭공원으로 끌고 간 뒤 미리 준비한 널빤지 위에 눕게 하고 성폭행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A군 등 6명의 학생이 각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 시절부터 4∼5년 동안 모두 13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것은 김 씨가 청소년 상담센터의 동영상 촬영에서 자백한 사실이다. 김 씨는 자신의 나이 23살 때에 아이들에게 게임CD를 선물할 것처럼 속여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 뒤 동성 간 관계를 갖는 영상물을 보여주며 이를 처음 흉내 냈다고 진술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지적장애인의 경우 성적욕구가 남다르게 강하고 한 곳에 몰입하면 빠져 나오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김 씨는 12년 전 처음으로 접한 성인영상물이 동성 간의 관계를 갖는 것이었고 이를 흉내 내면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단 김 씨가 10여 년 전 부터 이 같은 짓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해 학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진술 확보에 나섰다.

불행한 가정사…가해자이자 곧 피해자
김 씨가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은 것은 11년 전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현재까지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범죄에 이른 것이다. 김 씨는 초등학교 졸업 학년이 전부다. 마찬가지로 정신지체 2급 판정을 받은 어머니(61)와 관광버스를 몰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쉬고 있는 의붓아버지(50)와 함께 살고 있다.

김 씨는 의붓아버지와 마찰이 많았고 방치되다 싶은 생활을 했다. 김 씨의 가족은 경제활동을 하는 이가 없어 결국 정부의 생계 보조비로 생활을 해 왔다. 당연히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김 씨는 방치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고 10여 년 동안 피해자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서 알 수 있다. 김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사는 영구임대아파트다.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살고 있고 실제 남매를 김 씨에게 맡기고 출근하는 이도 있었다. 이는 김 씨가 아이들에게 ‘형’ ‘삼촌’으로 통하며 따르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설문조사에 전적으로 의지한 이번 사건의 경우 창피함에 얘기하지 않은 학생들도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이미 졸업한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적절한 조치가 더큰 피해 막아
이번 사건을 두고 학교 측의 배려와 관심, 적절한 조치에 찬사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대구 초등학생 간 성폭력 사건의 경우 학교 측이 동성 학생 간 성폭행 사실을 숨겨 오다 2차 여학생의 피해사례가 속출하면서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학교측이 대구 사례를 거울삼아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상담활동을 벌이면서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재범의 우려가 있는 해당 피의자에 대해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고발 조치함으로써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풀이다. 하지만 경찰과 시민단체, 학부모단체까지 나서 어린이 학교폭력과 유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어린이 지킴이’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건이 또 다시 불거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해당학교는 청주 여성의 전화에서 강사를 초빙해 21일부터 1차 저학년(1·2·3학년)과 2차 고학년(4·5·6학년)을 상대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가정통신문도 발송했다. 이 학교 교장은 “되도록 아이 혼자 두지 않도록 당부하는 말이다”며 “특히 김 씨의 경우 아이 목에 열쇠가 걸려 있는 경우 피해 학생의 집에서 이 같은 짓을 저지른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또 그동안 이성간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켜 왔는데 이제 동성 간 성폭력 예방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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