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3배나 올라… 연 1조원 가계부담 ‘괴물’
전문가들 “원가 감안하면 건당 10원이 적정” 주장

▲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이용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용 요금은 10년 사이에 3배나 올랐다. 이에 따른 무소득층의 통신요금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지역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 김모 씨(21)는 휴대전화가 손에 없으면 화장실조차 갈 수 없을 만큼 휴대전화에 중독(?)돼 있다. 강의 시간에도 책이나 필기구보다 휴대전화를 먼저 챙겨야 마음이 놓이는 휴대전화 마니아다.

김 씨가 휴대전화를 이처럼 끔찍이 챙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SMS)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씨가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대면 접촉이나 통화보다 즐기는 사이 매달 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이용요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점.
이 씨에게 청구된 3월분 휴대전화 이용요금은 14만여 원. 이 중 문자 메시지 이용요금은 전체 요금의 64%가 넘는 9만 원에 이른다.

학생들 통화보다 문자 선호하는데…
하루 평균 100여 통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다는 이 씨는 “문자 메시지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통화하는 것과 달리 친구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각종 은어를 나누며 색다른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짜릿한 희열감이 있다”며 “10대에서 20대 사이의 젊은층들은 대부분 전화통화보다 SMS에 더 익숙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나 “SMS 요금이 건 당 30원에 불과해 부담없이 문자를 애용하는데, 막상 청구서를 받고 나면 10만 원 안팎의 SMS 요금에 놀라 후회되고 속상할 때가 많다”며 “이동통신사들이 간단한 문자 서비스 이용료를 30원씩이나 받는 것은 지나친 편의주의이자 소비자에 대한 무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서울YMCA는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 요금, 이동통신 가입비, 발신자 서비스 요금, 이동통신 기본료 등을 소비자들을 괴롭히는 이동통신의 4대 괴물로 발표했다. 이 단체는 특히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 요금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면서 ‘문자서비스 10원으로 낮출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100일 간의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SMS 서비스가 상용화된 10년 전의 문자 메시지 이용요금은 SK텔레콤 기준으로 10원에 불과했다. 1997년 시범 서비스 당시에는 무료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 20원으로 100% 인상된 데 이어 2000년도부터 현재와 같이 건 당 30원으로 이용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일 평균 유료 SMS 이용 횟수는 8000만 건에 이른다. 관련 매출만 연간 8500억 원에 달한다. 이 통계가 3년 전 자료인 점을 감안하면 이동통신사들의 문자 메시지 관련 수입은 1조원 대에 육박했거나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제천의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이동통신 이용자들에게 각광을 받으면서 통신사별로 시스템 증설 등 새로운 투자 요인이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발생한 원가 인상 요인이 소비자 요금에 반영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된 견해도 있다.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1인 1휴대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인데 통신사들이 SMS를 위해 더 이상 신규로 투자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10대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한 의사 소통 문화가 정착되면서 SMS는 일상적 서비스로 보편화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문자 서비스를 가지고 쉽게 수익을 챙기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이동통신사 측의 편의주의적 요금 제도를 비판했다.

실제로 음성통화 수익은 지난 2003년 13조 원에서 2005년 14조 원으로 10%정도 증가한 데 그친 반면, 문자 서비스 수익은 2003년 3900억 원에서 2005년 8500억 원으로 146%의 초고속 성장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주도한 층은 청소년을 비롯한 비소득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자서비스 요금이 가계에 연간 1조 원의 부담을 안겨주는 괴물로 성장한 것이다.

서울YMCA는 현재 30원인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의 적정 이용요금을 10원 선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대량 문자 서비스를 동시에 대량 발송한다 하더라도 음성 통화 위주의 전체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고, 사업자들이 기존의 망과 주파수 자원을 부수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자 서비스에 들어가는 원가 요인은 10원 미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기반한 텍스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요금은 한글 256자에 단돈 4.55원에 불과하다.

특히 SMS는 CDMA 방식의 고유한 데이터 전송 성질을 이용한 간단한 시스템으로 부수적인 설비 투자 비용이 사실상 들지 않는다.

통신대리점주 A씨는 “이통사들이 밝히고 있는 SMS요금도 건당 평균 7원 내외에 불과하다”며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공언했던대로 휴대전화 요금은 반드시 인하돼야 하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문자 이용 요금을 먼저 내리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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