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도의원 보궐선거, 새 정부 민심향배 촉각

6·4 청주 도의원 보궐선거 전망

충북도의회 청주 1선거구 의원 등을 뽑는 6·4 재·보궐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권자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50여일 만에 치러진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반면, 기초단체장 9곳, 광역의원 29곳, 기초의원 14곳 등 모두 52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는 이번 재·보궐선거가 이명박 정부 석 달에 대한 초기평가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표심이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48.7%)’를 보인 반면, 총선 민심은 한나라당에게 과반(153석)을 몰아줬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언론이 예상했던 한나라당의 의석수(170~180석)를 크게 밑도는 것이었다.

▲ 6·4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20% 안팎에 머루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권자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예열을 넘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도의원 보궐선거 후보자들, 좌로부터 한나라 유영준, 민주 김광수, 친박 손희원 선진 민병천 후보.
문제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유권자들의 대여 정서가 소고기 수입과 관련한 대미 협상력 등을 이유로 크게 악화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대 재·보궐선거에서 불패의 신화를 기록해왔던 ‘민자·신한국·한나라당’의 오랜 전통이 이번 선거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서울·수도권 19곳, 영남 13곳 등 4.9 총선의 한나라당 압승지역 32곳의 재·보궐선거 결과는 향후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충북 역시 17, 18대 총선에서 민주당(구 열린우리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장악했던 터라 도의원 보궐선거에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한 정계인사는 “이번 보궐선거는 비록 충북에서 단 한 석을 뽑는 선거지만 향후 2010년 지방선거의 향배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정당 대등·인물’ 우위 주장

상당구청장을 지낸 김광수 전 도당 사무처장을 일찌감치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역대 도의원 선거사상 처음으로 해볼만한 선거를 만났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오장세 전 의장의 사퇴로 30명인 현 도의회는 한나라당이 28석을 장악한 반면, 민주와 자유선진당은 각각 1석에 불과해 체면치레도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1석은 그나마 비례대표 당선자다.

민주당 김광수 후보는 “홍재형 의원이 적극적으로 출마를 권유해 보름 동안 고민한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면서도 “정당 면에서 한나라당이 추락세에 있어 대등한 관계에 있고, 인물 면에서는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주지 않겠냐”며 자신의 공직경력을 내세워 승리를 장담했다.

김 후보는 1971년 청원군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도청 근무 21년에 이어 청주시 복지환경국장, 상당구청장을 거치는 등 공무원 경력이 30여년에 이른다. 그러나 김 후보의 오랜 공무원 경력은 오히려 시빗거리가 되기도 한다.

친박연대 손희원 후보는 “충북도와 청주시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사람이 도의원이 돼서 제대로 견제를 할 수 있겠냐”며 “그 자체가 정치 도의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손 후보는 또 “민주당이 충북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당이 좋아서 유권자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후보는 “의원들이 공직사회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목소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겠냐”며 “때로는 그들의 편에 서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반론했다. 

한나라 ‘정당 대등·인물’ 우위 주장

어차피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는 ‘누가 박근혜 전 대표의 계승자인가’를 놓고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한나라당은 면접과 여론조사 등을 거쳐 유영준 씨비디정치연구소장을 공천했고, 친박연대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충북 상황실장을 지낸 손희원 충북수영연맹 회장을 내세웠다.

유 후보와 손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경쟁자로 만났지만 그동안 행적에 비춰볼 때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여기에다 4.9 충북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주요 원인으로 ‘박근혜 배제’가 손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 모두 박근혜라는 동아줄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유영준 후보는 최근 한나라당이 행복도시·혁신도시 재검토 등 수도권 규제완화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을 의식한 듯 “이번 선거를 중앙정치와 맥을 같이해서 이슈에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충북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4~7대 충청북도의회를 중심으로 학위논문을 썼을 정도로 정책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유 후보는 또 “당을 뛰쳐나간 사람들이 당에 있는 박 전 대표를 이용하는 것은 박 전 대표를 무시하는 모순”이라며 “박근혜의 정통성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연대 손·유 후보 ‘상공인 살리는 의정’ 강조

친박연대 손희원 후보는 “밑바닥 민심과 접해보니 온통 박근혜 전 대표 자체가 화두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근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친박인사들의 복당시한으로 5월30일을 제안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한나라당의 내분을 고려할 때 절대 복당이 이뤄질리 만무하고 복당무산을 계기로 극적인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는 한마디로 말해 ‘야욕의 정치’다. 움직여보니 한나라당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 뿐이다. 노·장년층과 여성 유권자들을 만나보니 모두 박 전 대표에 대해 안타까워 하더라”며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어도 진정한 추종세력이 친박연대임을 강조했다.

교동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손희원, 유영준 후보는 모두 자영사업가로 관료 출신인 김광수 후보와 달리 중소상공인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도 공통점이다. 손 후보는 “20년 동안 자영업을 해왔지만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의정활동비로 유급보좌관을 두겠다”고 밝혔다. 유영준 후보도 “의정비를 투자해 전문인력을 두고 지역상공인을 위한 조례를 제·개정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선진당 김현문 포기에 민병천 카드

18대 총선에도 출사표를 던졌던 김현문 전 청주시의원(3선)을 도의원 후보로 공천했던 자유선진당은 김 전 의원이 돌연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다시 공천심사를 벌인 끝에 민명천 한국어린이신문 대표를 14일 후보로 결정했다.

대전매일 사진부장 출신의 민 후보는 2000년부터 어린이신문을 발행하며 교육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인물이다. 민 후보는 2006년 충북도교육위원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비경력직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낙선한 바 있다.

민 후보는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문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으나 불합리한 선거제도 때문에 교육위원회 입성에는 실패했다”며 “도의원에 당선돼 교육사회위원회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 후보는 또 자유선진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 “평소 이회창 총재를 존경했고, 학연겵熾Э?따른 지나친 내부경쟁 없이 공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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