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하나로저축은행 외지 금융권 인수 가능성
원플라자, 진로 이어 청주백화점, 롯데로 넘어가

충북 경제에 향토색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경제를 주도하던 굵직굵직한 토종자본과 기업들이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속속 외지업체에 넘어가고 있다.
70~80년대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주)대농과 청주연초제조창은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개발업체에 넘어가 미니신도시로 조성되거나 아파트 부지로 매각이 추진되는 운명을 맞고 있다.

▲ 대주주가 바뀐지 2년도 안된 하나로저축은행이 또다시 매각설에 휩싸이고 있다. 경영권은 유지하겠다는게 은행의 설명이지만 향토기업 안착은 또다시 멀어지는 분위기다. 2006년 대주주 불법대출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이경로 행장이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육성준기자
이들과 함께 토착자본의 대명사로 통하며 관광업과 운수업까지 확장했던 소위 신흥제분 가문도 그 세가 크게 줄었다.
유통업계 또한 흥업백화점이 고군분투하며 법정관리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 외지자본이 잠식해 버렸다.

(주)대원이나 한국도자기, 신흥기업사 등 몇몇 기업들이 ‘향토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대농이나 연초제조창 만큼 지역경제 파급효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내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하나로저축은행 마저 수도권 금융권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은행 측은 일단 대주주 지분 51%는 유지해 경영권 까지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수도권 증권가 등에서는 완전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차종철 회장, 서울 금융권에 지분 매각
차종철 회장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남광토건 경영권을 두고 대한전선과 지분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나로저축은행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대한전선이 지난달 4일 남광토건 대주주 알덱스 지분 22.84%를 사들이며 차 회장 측과 지분경쟁을 시작했다. 당시 차 회장은 알덱스 측과 동수로 임원을 구성하는 등 3년째 공동경영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대한전선의 참여를 경영권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높여야 했고 대한전선도 이에 맞춰 자사주식을 장내 매수 하는 등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차 회장이 재계서열 36위 대한전선에 맞서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하나로저축은행 지분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서울소재 모 저축은행과 증권업체가 사실상 실사를 벌이는 등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저축은행은 계열사를 포함해 서울에만 8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수신과 여신이 각각 2조원이 훨씬 넘는 대형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수신 5300억원, 총여신 4900억원인 하나로저축은행 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다.

증권업체는 재벌그룹 계열사로 2000억원대의 연매출과 6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실현하는 등 증권업계 정상급은 아니지만 탄탄한 경영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100%에 가까운 하나로저축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차 회장이 추진하는 매각 지분의 규모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차 회장이 하나로저축은행을 사실상 매각했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은행 측은 경영권 까지 매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하나로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남광토건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으며 차회장이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지키려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은행 지분 일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51%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멀기만 한 지역은행 안착
차종철 회장의 하나로저축은행 매각 추진과 관련, 대주주 개인에 의해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이 다시한번 확인됐다는 씁쓸한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충북은행이라는 지역 금융의 대명사를 잃은지 10년이 되도록 그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은행이 제2금융권이기는 하지만 점포수나 규모를 키우며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대주주가 자주 바뀌고 있는 점은 아쉽다. 민간기업의 경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태는 것이 적절치는 않지만 지역이라는 틀에서 보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업체들이 모두 수도권 소재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잡고 있던 지역의 끈 마저 놓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을 하던 송영휘 씨나 병원을 경영하던 나정복 씨 등 이전 대주주들의 불법 대출 사건이 되풀이되며 현 차종철 회장을 네번째 최대주주로 맞았지만 사금고 논란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나로은행이 지난해 초 차종철 회장을 대주주로 맞으며 한 약속이 지역에 기여하는 건강한 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년도 안돼 또다시 매각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그 배경도 대주주가 경영하는 또다른 기업의 지분경쟁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데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로은행 측도 이런 시각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차 회장이 최근 3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경영권은 지킬 것이라고 완전 매각설을 일축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BIS비율이 5.07%로 법적 요건인 5%는 넘기고 있지만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 8일자로 차 회장이 30억원을 증자했다. 경영권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떠도는 완전 매각 얘기는 대한전선측에서 흘리는 언론플레이용 낭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전선과 공동경영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남광토건 경영권을 두고 또다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은행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IMF 이후 금융·유통업계서 ‘지역’ 퇴출
행정만 지방자치 경제는 오히려 서울 집중

한국도자기나 대원 등 향토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조업체와 달리 금융과 유통 분야의 지역색 퇴색 현상은 IMF를 계기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금융은 몇몇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지역업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1999년 금융계 구조조정 차원에서 충북은행이 조흥은행으로 흡수돼 지방은행이 사라졌으며 그 뒤 2006년 또다시 신한은행으로 합병, 그 흔적 조차 희미해졌다.

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제2금융권 또한 불과 2~3년 동안 자취를 완전히 감춰 버렸다. 중앙리스와 태양생명보험, 충북투자금융, 대청상호신용금고 등이 IMF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8년 인가취소 되거나 폐쇄됐으며 동양상호신용금고와 충북상호신용금고, 흥업상호신용금고 등도 2000년 이후 사라지거나 현 하나로저축은행과 통합됐다.

이들이 안고 있던 부실이 IMF를 거치면서 표면화 됐기 때문이지만 정부의 정책도 한몫하면서 지역 금융 환경이 매우 열악해 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때문에 지방은행 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표 금융기관을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경제계 곳곳에서 나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3개 신용금고가 통합해 탄생한 하나로저축은행 마저도 대주주 비위가 되풀이 되는 등 향토기업으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자본에 의해 세워진 원플라자가 진로에 넘어간데 이어, 청주백화점으로 얼굴을 바꾸더니 2006년에는 재벌기업인 롯데영플라자가 새주인이 됐다.

밑바닥 유통기업의 대명사 후생사 또한 90년대 중반 이후 대형마트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동네 수퍼 마져도 거대 유통업체의 슈퍼수퍼마켓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충북기업이나 도민들이 우대받을 수 있는 금융기관이 한 곳도 없으며 유통의 경우 외지 자본에 대부분 잠식된 상태다. 지역 경쟁력 차원에서라도 이에 대한 분석과 활성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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