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도 커 꿀 생산량 급감 올해 최악

최근 이상기온과 심한 일교차 등으로 충북도내 양봉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30여년간 양봉업에 종사한 김다인씨(53·증평읍 장동리)는 '아카시아 군락'을 이룬 괴산군 청안면 효근리 야산에 벌통 150개를 놓고 채밀 작업에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김씨는 "약 보름 가까이 머물렀으나 이렇게 형편없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6월 효근리에서 150여개의 벌통을 이용해 모두 130말 가량 아카시아 꿀을 떴는데 올해는 벌들이 활동을 하지않고 있다"며 "지난 12일까지 20말 가량 꿀을 떴지만 꽃이 지기 전까지 나머지 60말을 채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32년간 양봉업에 종사한 강인섭씨(50·청원군 미원면 기암리)도 이달 초 대구시 고령군 우곡면으로 내려가 벌통 200개로 아카시아 채밀 작업에 나섰으나 한숨뿐이다.

강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100말을 떴으나 13일까지 채취한 양은 50말도 안된다. 이 때문에 강씨는 15일쯤 경기도 여주군으로 이동해 올 목표량을 채울 생각이지만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강씨는 "지난해 벌통 200개로 200말 가량의 아카시아 꿀을 채집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100말을 채집하면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봉농가들은 지난 5년전부터 꿀 흉년이 시작됐지만 올해가 '최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꿀 채집에 있어 최적 조건은 낮 최고 24∼25도에 아침 최저기온이 18도 이상 돼야 하지만 청주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연일 영상 8도에서 14도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북부권인 제천은 평균 7도, 충주는 평균 9도, 보은 역시 평균 8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를 보여 벌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꽃 역시 제때 피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꿀 생산량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아카시아 꽃에서 '황화현상(누렇게 변하는 현상)'까지 발생해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이런 현상은 이상기온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아카시아 나무가 스스로 쇠퇴한 결과라고 양봉업계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더욱이 이상기온으로 남부지역과 중부지역에서 시차 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아카시아 꽃이 개화하면서 양봉농가들의 꿀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박영주 한국양봉협회 충북도지회 사무국장은 "일교차가 커지면서 꽃이 향을 분비하지 못해 벌들이 꽃을 찾지 않는 것 같다"며 "양봉은 80% 자연 조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앞으로 양봉농가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평년기온이 지난해보다 낮아 채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또 이달초 아카시아 꽃 개화 후 일교차가 커 꿀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말 기준 충북 양봉 농가는 모두 2844 가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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