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다섯온 아흔 넷.

어제 또한 교회 식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작은 산을 돌아다니다가
땅에 떨어진 보랏빛 꽃 한 송이를 주워들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니
높직한 오동나무에 아직 떨어지지 않은 꽃들이
송이송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주워 든 꽃송이를 들고 가만히 냄새를 맡다가
향기가 얼마나 그윽하던지
이 고운 냄새를 모르고 산 세월이 그냥 아까웠습니다.

혼자 맛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같이 간 식구들에게도 돌아가며 냄새를 맡아보게 했고,
길에 떨어진 꽃 한송이로
그렇게 여럿이 배불렀습니다.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잠시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어딜 좀 다녀오자고 하여 간 자리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씹는 동안 입안에 가득 고이는 여름,

역시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운 곳,
저녁나절 바람에 가슴을 열어제끼고 돌아다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나른한 피로가 어깨에 내려앉았지만
그 또한 소담한 기쁨이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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