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다섯온 아흔.

최근 한 십여 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종교건달이라고 하면서 살았습니다.
오늘의 종교상황에서 현상으로 드러나는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거기 담으려 했는데
지난 번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며칠을 지내는 동안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았습니다.

이틀을 걷는 동안 몇 개의 큰 다리 밑을 지나고
그 다리 밑의 그늘에서 쉬기도 했는데
한 번은 다리 밑에서 쉬던 참에 곁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거지가 다리 밑에 살았던 까닭이 뭔지 아느냐고 묻다가
내가 종교건달이 아니라,
종교거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겁니다.

그럴싸한 종교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가
현실종교의 한계와 문제를 보고 실망하여 종교건달 노릇을 했고,
그러다가 다시 보게 된
이 종교 안에서 거지로 살고 있다는 자각,
종교거지에 그치지 않고 이 역사 안에서도
철저한 거지일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 아침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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