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숙 충청대학 경영정보과 부교수

화물 연대, 조흥 은행, 부산 대구 인천 지하철 노조, 철도 노조 등 줄파업에 관한 뉴스가 지면이나 공중파 방송을 통해 매일 전해지고 있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집단들이 한번쯤 파업을 하지 않으면 집단으로서의 명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든 갈등은 존재한다. 그리고 사회가 다원화됨에 따라 집단적 이기주의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리고 95년 건국이래 처음으로 1인당 국민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린 후 그렇다 할만한 진전 없이 그 언저리만을 맴돌고 있는 우리의 답답한 현재 위치를 생각해 볼 때 철딱서니 없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또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든지 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등의 정부의 주장이나 노사간의 밤샘 줄다리기 협상 등은 사후 처리에만 연연하고 있는 갈등 해소 방법으로서 지극히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갈등이란 무엇일까. 갈등은 구성원 상호간에 목표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고 지각하는 상태로서 목표의 불일치, 의견의 불일치, 현실에 대한 지각 차이 등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갈등은 어떤 조직에서든 발생하기 마련이며 언제나 그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갈등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때로는 갈등이 구성원들간에 경쟁 요인으로 작용하여 전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갈등은 발생 그 자체를 강제로 억누르거나 뿌리뽑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높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갈등 관리의 관점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첫째, 우리 구성원들은 갈등을 사회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순기능으로 승화시키기는 커녕 최소한 전체 성과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만은 초래하지 않으려는 상호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도 않고 또 이를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 이익을 위해서라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 국가 이미지 실추, 국가 신용 등급의 하향, 국민의 불편도 불사하겠다니 말이다.

둘째, 갈등을 관리하는 수단의 하나인 준거적 파워를 우리 정부나 사용자측에서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을 관리하는 데는 파업 주동자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거나 파업 참가자를 해직시키는 등의 강압적 파워, 특정 구성원에 대해 유리한 조건을 보장해 주는 등의 보상적 파워, 구성원간에 일체감(identification)을 불러 일으키는 준거적 파워 등등이 있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파워를 이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하겠지만 이 중에서 현재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준거적 파워이다. 작년 여름 월드컵 경기에서 남녀노소, 노사정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을 외쳐대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게 했던, 그리고 IMF 위기 때 몇 달간 월급을 지급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공장 폐쇄를 하려는 사장을 붙잡고 그 조그만 중소 기업을 살려 보겠다고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사대(求社隊)를 결성하고 월급 수령을 보류하면서까지 노사 모두가 열심히 동분서주하게 했던 그런 파워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지난 8년간 지지부진하게 매달려 온 국민소득 1만불의 마(魔)의 장벽을 이제는 넘어서야 하는 데 우리는 언제까지 표류만 하겠는가. 앉을 자리를 보고 누우라는 말이 있듯이 노동자측은 국민의 지지가 없는 파업은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정치인들에게서도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2만달러의 국민 소득을 향해 달음질 쳐야 하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우리 모두를 아르헨티나가 걸었던 그 길로 몰고 가는 중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정부와 사용자는 종업원들이 믿고 따르며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준거적 파워를 창출해 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나라의 어느 거리에서도 빨간 띠를 두르고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구호를 외쳐대는 우리 일꾼들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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