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부채상환비용 있다’vs‘있으면 공개해라’

박인목 이사장 3자면담 진행

서원대 학내분쟁이 29일 박인목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문제해결의 대한 명확한 입장차이만 재확인한 채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박 이사장은 29일 서원대 행정동 2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실에서 ‘학내 갈등 종식을 위한 법인 대책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박 이사장은 쟁점이 되고 있는 27억원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 기자회견 직후 박 이사장은 교수회, 총학생회 등 53억원 통장의 공개를 요구하는 구성원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사진=육성준 기자
박 이사장은 “협약서 작성 당시 법인의 서원대에 대한 부채를 27억원으로 확정해 그 전액을 서원대 교비로 출연하기로 했던 것이 아니다. 27억원에서 서원대에 대한 법인의 부채를 추후 정산해 정확하게 산정된 금액만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교수회가 주장했던 27억원의 용도와 대치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의무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구성원들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화합을 도모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미 출연한 4억9000만원을 제외한 22억원에 대해 출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이사장은 “기존 부채 해결에 대한 법인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부 구성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제시한 부동산 이외의 다른 부동산을 추가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또 다른 부동산이란 20억원 규모의 서울소재 1층 상가건물과 7억원 규모의 군포 다세대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추가 부동산 확보와 관련해 박 이사장은 부동산을 부채해결을 위한 자원으로 쓰되, 처분 시 이사회의 승인과 교과부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는 잠금장치를 잊지 않았다.

박 이사장의 표현대로 이날 기자회견은 학내갈등을 풀겠다는 자리였다. 박 이사장은 그 조건으로 교수회가 요구하는 27억원을 출연하고 부채해결을 위한 부동산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성원간의 불신은 해소되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교수회 소속 교수들과 재학생 수십명이 몰려들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박이사장을 저지했다. 결국 기자회견장은 박이사장과 교수회, 총학생회 등 구성원간의 협상장으로 바뀌었다.

박이사장 퇴실, 몸으로 저지
조명화 교수회장은 “27억원에 대한 논쟁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기자회견에서도 27억원을 출연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구성원과의 합의와 교과부의 협의를 거쳐 가능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식이다. 결국 출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민규 총학생회장은 박 이사장에 대한 교수회의 문제제기와는 별도로 운호고 체육관 신축과정에서 대학재정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총학생회장은 또 “주차장·자판기 수입·지출 세부내역과 업무추진비, 부채상환내역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일부 공개요구에는 응할 뜻을 내비쳤지만 그 또한 학생회 간부 일부에게만 공개할 뜻을 밝혀 교수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교수회 또한 “이미 지난 2월 박 이사장이 서원재단 이사장으로서 적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통장 속 53억원의 진위여부가 쟁점의 중심이었다. 교수회의 주장은 재단 인수과정에서 김용준 관선이사장이 당시 교육부에 제출한 확약서에 명시된 53억원을 박 이사장이 다시 회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이미 여러 건의 고소·고발로 검경에 잇따라 증거로 제출했다”며 부채상환에 사용할 53억원은 그대로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교수회·총학생회의 공개요구에도 박 이사장은 ‘보여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구성원간의 타협점은 찾지 못한 채 서로 막말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했다.

한편 총학생회장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점거농성을 하면서도 교수회와 달리 이사장의 퇴진운동으로까지는 확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같은 말만 되풀이 할뿐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총학생회는 이사장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사실상 구성원간의 합의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의 서원학원, 인수설 ‘모락모락’
구천서 전 의원 ‘심각하게 고민했다’

박 이사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원재단 제3자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업체 가운데 관광개발업체와 건설업체도 포함돼 있고, 상장사로 알려진 A사의 경우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학교 측에 비공식적으로 제안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특히 거론된 인사 가운데는 구천서 전의원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구 전 의원의 측근 B씨는 “지인들을 통해 서원학원을 인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이 여러차례 들어왔다. 인수조건이 그리 어렵지 않아 한 때 관심을 갖기도 했다”고 말해 인수할 뜻이 있었음을 밝혔다. B씨는 또 “구 전 의원에게 인수조건을 제시한 것이 재단 측인지, 채권단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인수조건은 현금 50억원 내외였다”고 구체적인 금액을 거론했다.

구 전 의원은 현재 지분의 21%를 가지고 있는 신천개발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빌딩 관리업을 해오던 신천개발은 최근 해외사업에 눈길을 돌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구 전 의원은 북경에 거주하면서 북경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B씨는 "지금은 논문 심사기간인데다 내몽골지역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은 있었지만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원재단 인수의사를 밝힌 인물은 설립자 가족인 강인욱 씨 정도다. 현재 박 이사장을 상대로 소를 진행중인 강 씨는, 박 이사장이 응한다면 언제든지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씨는 부채상환과 학교운영에 필요한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사돈인 김양원 씨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밝힌 대로 법인을 매각하려는 의사를 가져본 적도 없고, 이를 위해 누군가를 접촉한 적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근거없는 허위 사실이 제기될 경우 관계당국에 조사를 요청해 그 진원지를 밝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