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우리지역의 모 축산농협에서 1년 단위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1년단위 계약직이지만 2년 가까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일해 왔다. 더욱이 그녀는 이곳에 적을 두기 전에 새마을 금고, 그리고 또 다른 농협에서 일한 5년의 경력이 있었고 이 경력을 인정받아 채용됐다.

그러던 3월, 그녀에게 난데없이 인사발령이 내려졌다. 은행창구에서 업무를 보던 그녀에게 유통매장의 캐셔(계산원) 업무를 수행하라는 거다.

그녀는 당황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그녀의 주변에서 여러 소문들이 들려왔다. 그중 하나는 조합장이 누군가의 청탁을 받아 그녀를 대신해 일할 사람을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그녀는 그제서야 진상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알아서 (농협을) '나가라'는 얘기였던 것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업무상 과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징계성 인사발령도 아니고 상처받은 자존심을 허락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그녀가 민주노총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 문제는 매우 간단했다. 채용당시 수행할 직책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노동법상으로 부당인사명령이 명백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불법인들…. 마지막 관건이 하나 있었다. 그녀의 계약만료일이 5월이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설명했다. 설령 이것이 부당인사명령이라 한들 감히 비정규직이 하늘 같은 조합장님의 인사명령을 거부하고 행정기관에 진정을 넣을 걸 용납하겠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녀의 답변은 간단했다. "설마, 그럴리가요"

결국 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냈다. 결과는 간단했다. '부당한 인사명령을 취소하고, 원직에 복귀시키라'는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축협의 조합장은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간명한 표정이다.

그리고, 그 일이 있는 뒤 며칠 후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5월 22일자로 계약만료가 되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결국 그녀는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녀는 매우 분개했고 '겨우 이딴 게 노동법'이냐고 절규했다. 우리는 담담하게 '그렇다. 이것이 비정규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답변했다.

그녀는 지금 마음을 정리한 상태에서 이 부당함에 맞서 싸우겠노라고 했다. 우리도 같이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비빌언덕은 아무것도 없다. 노동법도 없고, 그녀를 도와줄 노동조합도 없다. 단지 그녀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분노와 우리 민주노총의 심정적인 연대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안다. 이 싸움이 매우 절망적이란 것을. 그러나 우린 싸워야 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그녀가 당한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매어줄 노란 리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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