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청주시 첫 여성서기관 배출은 ‘환영할 만’
도내 전체 공무원중 여성 22.8%이나 하위직에 몰려 있어

 지난 7월 1일자로 도내 행정직 공무원중 여성 서기관이 2명 탄생했다. 충북도 여성정책관실 김화진 계장(50)과 청주시 재무과 이정숙 과장(56)이 수많은 ‘남성 후보’ 들을 제치고 4급으로 승진하는 데 성공했다. 김계장은 공무원교육원 교재연구 수석교수로, 이과장은 청주시 예술문화체육회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도내에는 계약직으로 충북도 여성정책관실의 정영애 정책관과 별정직으로 최정자 충북도 여성회관장이 4급 상당의 직급을 유지했으나, 최 관장이 지난해 퇴직한 뒤로 여성 승진 대상자가 없었다. 올해 여성 서기관이 2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충북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고위직 여성공무원이 턱없이 적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과장급이고,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국장급인 행정공무원 4급은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여성공무원이 이제 처음으로 ‘입성’했다는 것은 그동안 여성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동시에 범여성들의 지위향상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들은 민원실·여성관련 업무 단골
충북도에 따르면 별정직과 기능직·기타 일용직 및 청원경찰까지 합쳐서 도내 공무원 숫자는 2003년 6월 1일 현재 9748명이다. 이중 여성은 2221명으로 전체의 22.8%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부분 하위직에 머물러 있다. 4급이 3명, 5급이 18명에 불과하고 7급에 가장 많은 숫자인 790명이 몰려 있다. 그리고 8급은 이보다 적은 528명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도내 기초자치단체 중 옥천·영동·진천·괴산·음성군은 5급 여성공무원이 한 명도 없고 6급이 최고위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공무원 모씨는 “나와 같은 시기에 공직에 들어온 남성 공무원들은 승진이 훨씬 빠르다. 이럴 때 자괴감을 느낀다. 이들은 일찍부터 총무·기획·인사·감사 등 소위 ‘주무과’로 알려진 부서에서 일을 배웠다. 이에 반해 여성공무원들은 민원실이나 여성관련 부서에 묶어 놓아 다양한 일을 배울 여건이 안됐다. 요즘 들어오는 신입 공무원들은 여러 부서에 골고루 배치한다고 하는데 과거 80년대 이전까지는 여성공무원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었다. 이렇게 해놓고 인사철이 되면 여성중에 승진 대상자가 없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모씨도 이같은 의견에 동조하며 “하위직에 있을 때 여러 부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지 한직에 앉혀놓으면 경력이 쌓여도 큰 일을 못한다. 여성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불만은 아마 이런 문제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또 일부 여성공무원 중에는 별정직일 때 가정복지과 등의 여성관련 업무를 맡았으나 행정직으로 전환한 경우에도 제한된 일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른자 부서는 모두 남성들이 차지하고 여성들을 외곽에 배치하는 현실은 근평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많은 여성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여성공무원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특별채용을 통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도 있으나, 별정직 경력 3년 이상 근무자에게 실시한 공채를 거쳐 행정직으로 전환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공채를 통해 남성들과 똑같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1∼3급 없는 데는 충북과 충남·대전뿐
도내 여성계에서는 4급 이상 고위공무원 배출을 기회있을 때마다 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해왔고, 아울러 여성업무부서를 ‘국’ 차원으로 승격시킬 것을 주문해 왔다. 다른 자치단체에는 이미 충북과는 비교가 안되게 고위직 여성공무원을 많이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여성부 조사 결과 1∼3급만 보더라도 중앙에는 36명, 지방자치단체에는 13명의 여성 공무원이 있는데 이 중 충북과 대전·충남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역시 충북과 대전·충남을 제외한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복지여성국 혹은 사회복지여성국 등에서 여성업무를 다루는데, 충북은 여성정책관실의 최고위직이 별정직을 제외하고 계장인 5급인 것이 현실이다. 여성정책관실이 신설되기 전까지는 사회복지국, 그 전에는 가정복지국에서 여성업무를 다뤄왔다.

이와관련 충북도 관계자는 “인사는 교육·근무성적과 경력, 가점(자격증) 등을 종합해 발령낸다. 물론 승진배수에 들어와야 하지만, 2000년초 이원종지사께서 여성공무원을 승진시키려고 해도 자원이 없자 기반을 확충하기로 하고 시·군에서 상당히 많은 여성공무원을 발탁해왔다. 이런 사람들이 2001년부터 현재까지 43명이고, 도에 들어와 거의 승진이 됐다”고 밝혔다. 충북도에서 그만큼 상위직 여성공무원 배출에 애를 쓴다는 것이다.

청주시 모 공무원도 “과거보다는 여성공무원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에 있다. 청주시에서도 사업소 계장과 7급 공무원 등을 발탁해와 모두 승진시켰다. 여성공무원들의 의식도 높아졌고, 남성들도 여자라서 일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신규채용을 하면 전체에서 여성 합격자가 70%를 차지한다. 요즘 구조조정 때문에 신규를 많이 뽑지 않아서 그렇지 여성 합격률이 확실히 높아져 이젠 여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충북도 여성 서기관 승진을 놓고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남성 공무원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비공식적인 점심 식사 자리에서 이원종 지사는 “어떤 남성공무원이 여성에게 서기관 자리를 준 것에 대해 항의를 해왔다. 그래서 축하는 못해줄 망정 그러면 안된다고 타일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도내 여성계 인사들은 “그동안 남성공무원들이 주요부서, 주요직책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데 공무원사회라고 이를 무시할 수 있는갚라며 더 많은 고위직 여성공무원을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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