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품 전시하는 행사 이제 그만’
여성주간, 성평등 의식 제고 도움되나 너무 도식적 여론
충북여성단체 박람회, “한 쪽 여성들만의 잔캇

매년 7월 1∼7일까지는 여성주간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 의거 여성발전을 도모하고, 범 국민적으로 남녀평등의 촉진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취지 아래 전국적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여성주간은 1주일 동안 여성관련 행사를 열어 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실제 생활속에 평등문화를 확산시키자는 목적아래 추진된다.

올해 8회를 맞은 여성주간의 주제는 ‘양성평등! 새로운 문화의 시작입니다’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에서는 여성미술제, 주부 시 낭송대회, 가족영화제 및 기념식을 열고 충북도에서는 학교급식 실태와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비롯해 여성영화제, 평등백일장, 여성장애인 평등부부 토크쇼 및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은 대체로 남녀평등 유공자 표창과 축하행사로 이어진다. 도내 시·군에서도 각각 기념식과 강연, 체육대회 등을 자체적으로 열었다.

성평등은 이제 새삼스러운 주제가 아니고 우리가 정착시켜야 할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성주간 행사는 이런 의미에서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남녀평등 의식을 환기시켜 주고 실제 도움이 된다는 것이 많은 여성들의 말이다.

시민 양승희(37·주부)씨는 “평소 막연하게 느꼈던 여성문제를 이런 행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다룬 영화나 연극,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자리다. 그리고 남성들에게도 성평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8회째가 되다보니 여성주간 행사도 하나의 틀속에 도식화되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몇 가지 프로그램은 신선
올해 청주시 행사 중에서는 여성미술제가 다소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부각됐고, 충북도 행사 중에는 학교급식 실태와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 여성장애인 평등부부 토크쇼 등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는 지역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여성주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데 올해는 내용은 다르지만 가족영화제, 여성영화제란 이름으로 청주시와 충북도에서 각각 열려 시민들에게 다소 혼란을 주었다.

여성계 인사 모씨는 여성주간 행사에 대해 “이제 정착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너무 도식화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 여성단체가 제시하는 아이템들이 받아들여져 각각 행사를 하고 여성주간이 몇 년 되다보니 어느 단체는 영화제, 어느 단체는 토론회 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흥미가 점점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하는 모 인사는 “큰 주제 아래 여러 여성단체가 힘을 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 으레 단체들이 하나씩 준비해서 나오는데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 개별단체가 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지역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겠는갚라며 어느 정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행사가 끝나고 ‘남는 게 없다’는 지적도 많다. 행사와는 별도로 여성들의 현안인 보육, 취업, 평생교육 등의 문제를 잡아 몇 년 동안 꾸준히 실태조사와 설문조사, 시설마련 기금 모금 등을 추진한다면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이런 식으로 여성주간을 활용한다면 10년 정도 지났을 때 뭔가 ‘실적’이 생길 것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산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방법을 연구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뜻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다.

성역할 고정관념 심어주는 박람회
한편 지난 6월 26∼27일 양일간 충북도 여성회관에서는 충청북도여성단체 박람회가 열렸다. 여성부와 충북도가 후원하고 충북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행사에서 주최측은 여성단체간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여성들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회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박람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500여명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단체별 활동 프로그램과 여성단체 회원 작품 전시, 호주제 폐지 및 대안모색 심포지움, 영화상영 등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여성회관 광장에는 부스를 마련하고 쌀과 방석, 고추장, 된장, 감자, 북어, 떡 등을 판매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여성단체간 교류와 정보나눔,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여성들끼리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은 여성단체 박람회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려면 도내 전여성단체가 참여해야 하는데 여성단체협의회 회원 단체만 참여하고 진보적 여성단체는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쪽만 모여 행사를 벌이는 것이 어떻게 전여성단체의 잔치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특산품과 농산물 판매 전시, 우리집 식단 체크, 자수와 공예작품 전시 등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현대 여성들은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여성단체에서 모이면 음식이나 팔고 자수 작품이나 보여주며, 댄스스포츠경연대회 같은 것이나 하고 있느냐는 의견이 그 것.

여성계 인사 모씨의 얘기다. “단체간 네트워크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여성단체도 전문성을 가지고 이런 것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번 박람회에서는 말로만 하고 말았다. 제대로 하려면 여성단체협의회 산하 단체뿐 아니라 진보적인 여성운동 단체와 함께 했어야 한다. 게다가 자신들의 단체를 자료 몇 개로 소개하면서 어떻게 박람회라고 부를 수 있는가. 전시된 공예작품은 아름답지만 이런 것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성회관 1층 로비에 전시한 ‘우리집 환경식단’ 이라는 것도 인터넷과 관련 자료에 수없이 많이 나오는 것들이다. 이런 것이 꼭 필요했는지 묻고 싶다.” 따라서 여성주간과 여성단체 박람회 같은 대규모 행사 프로그램에 대해 여성계는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로 손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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