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조합들 “시가 뒤통수쳤다” 시장 퇴진운동 불사
사직 주공 재건축 조합인가 결정 싸고 갈등 격화

#1. 지난 6월 25일 오후 3시 30분 청주시청. 이종배 부시장 및 최정숙 건축과장, 그리고 청주 사직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3개 조합의 조합장들이 한 데 모였다. 재건축 조합은 주민간에 분열하는 바람에 3개가 조직돼 있는 상태. 한범순 조합장이 대표로 있는 소위 구조합을 비롯해 노이균 조합장의 신조합, 그리고 3단지 주민을 주축으로 한 황안모 조합 중심의 제3조합이 그것으로 이들은 그동안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이날 모임을 마련한 이종배 부시장은 “세 분의 조합장들께서 화합하시라. 그런 다음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 달라”고 조합원 단합을 요구했다. 주무과장인 최정숙 건축과장 역시 이 부시장의 말을 반복하며 화합을 신신당부했다.

청주시의 이 발언은 그동안 주민간 갈등양상에 대해 조정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비쳐져온 청주시의 태도로 볼 때 한 단계 진전된 상황반전으로 해석됐다. 청주시의 주문은 주민 합의를 바탕으로 단일 조합을 결성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했던 조합 대표들이 전언한 내용은 최소한 이랬다.

“화합하라” 해놓고 표변
#2. 하지만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26일. 한대수 시장이 돌연 기자회견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한 시장은 “청주시는 사직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 한범순조합장측이 낸 주택조합 설립인가 신청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하루로 안돼 청주시의 입장이 표변한 것이다. 탈락한 조합을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이 청주시의 표변에 배신감과 함께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청주시는 이것을 염려했음인지 한 시장이 조합설립 인가 결정을 발표하는 시간대에 시청에 경찰병력을 요청, 삼엄한 경비를 펴기까지 했다.

설립인가 놓고 첨예한 대립
법적 지위의 합법성 여부 등을 놓고 조합간에 벌어지는 소송을 비롯해 특정조합과 청주시간의 쟁송이 법원에 계류중인 상태에서 청주시가 행정재량권한이라며 구조합에 대해 설립인가를 내준 조치에 대해 적절성 등을 놓고 첨예한 논란과 반발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6월 28일자 287호 10∼11면)
탈락한 조합들이 연합전선을 구축, 청주시의 결정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서는 등 주민 분열 사태는 청주시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치달으며 국면이 험악해 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주시가 조합설립 인가를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구조합에 대한 설립인가를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는 소문이 시청 주변에 파다하게 퍼진 정황과 함께 이 과정에서 청주시와 구조합간에 ‘물밑 거러가 있었다는 증언(다음면???면)이 놀랍게도 구조합의 책임자로부터 제기되면서 탈락한 조합들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격앙되고 있다. 이들은 “청주시가 뒤통수를 때렸다”며 “모든 법적 투쟁을 통해 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칙도 신의도 없는 편파행정”
탈락한 조합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청주시가 자격도 없고 법적 정통성도 없는 한범순 조합장 체제의 구조합에 대해 설립인가를 내준 조치는 특정조합과 그 조합의 시공사로 선정된 대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편파적이고 탈법적인 결정”이라며 “조합원 전체가 아니라 특정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해 온 구조합에게 특혜를 준 청주시는 시민의 공복이 아닌 일개 기업의 하수인임을 의심케 한다”는 극렬한 언어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6월 26일 한대수 시장이 조합설립 인가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주공 아파트 재건축은 어렵게 된다’고 한 발언은 주민들을 협박한 것에 다름 아닌 처사로 지금 조합원들은 한 시장의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며 “한 시장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반발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신조합(조합장 노이균)은 “구조합 소속 조합원 중 상당수가 탈퇴, 신조합에 합류함으로써 구조합은 조합설립 인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자격미달의 불법적 조합으로 전락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특히 조합의 법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구조합과 함께 서로 경쟁하던 신조합과 제3 조합은 구조합의 손을 들어준 청주시의 결정에 반발, 연합전선을 구축한 가운데 청주시를 상대로 한 모든 투쟁에 공조하기로 함으로써 이번 사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회오리 국면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행정재량에 따른 불가피한 조캇
이에대해 청주시는 “조합설립 인가 처분은 행정의 고유한 직분에 따라 내린 결정일 뿐이며 현재 진행중인 잇딴 소송 결과 해당조합이 재판부로부터 자격이 없는 것으로 결정될 경우 그때 가서 취소하면 되는 일”이라며 “다만 현시점에서 구조합만이 설립인가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5일 이종배 부시장이 3개 조합장들에게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원론적으로 조합원간의 화합을 강조했을 뿐 ‘새로운 합의안을 가져오라’는 등의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조합의 한범순 조합장은 “우리 조합은 전체 2800여 조합원중 2540명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유일하게 조합설립 요건을 갖춘 조합인 만큼 청주시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었다”며 “청주시의 발표처럼 전체 조합원 중 50여 %의 지지밖에 확보하지 못한 신조합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신조합은 “재건축 조합의 경우 조합원의 80%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조합설립이 가능한 데 구조합측이 스스로 밝히듯 우리 조합의 조합원수가 전체의 50%를 넘는다는 얘기는 구조합의 조합원수가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 발언으로 엄청난 자기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구조합이 지난해 개최했던 임시총회에 대해 제기한 무효 소송의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청주시의 편파행정에 대한 가능한 한 모든 법률적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든 법률적 투쟁에는 청주시에 대한 고발조치를 비롯해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각종 소송의 대응능력을 극대화해 승리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해당사자들의 타협점 없는 갈등과 청주시의 이해할 수 없는 ‘꼼수’ 행정으로 사직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법정’에서의 치열한 다툼과 이로 인한 우여곡절을 앞으로 얼마나 더 겪어야 할 지 모를 형국으로 내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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