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2일 서기관급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됐다.  인사가 있은 뒤엔 으레 사후평이 뒤따른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도 많은 억측들이 나도는 건 어쩔수 없다.  발탁되지 못한 공무원들의 불만도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히 요직 발탁이 점쳐졌다가 무산된 경우는 당사자의 상실감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고, 그 뜻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게 오히려 속편할지도 모른다.

 지난번 부이사관급 인사에서 이원종지사는 '능력과 실무위주'라는 원칙을 밝혔었다.  민선 3기의 원활한 도정수행을 위해선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번 인사를 보면 실무와 역할에 많은 비중을 둔것같다.  계장 시절부터 몸을 안 사리고 저돌적으로 일을 했던 공무원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들의 과거를 알기 때문에 몇몇의 경우 이번 발탁의 의미가 특히 더 하다.  그래도 예외는 항상 있다. 업무능력에서 별로인 간부도 눈에 띄는게 옥의 티다. 그래도 그가 이지사의 선택에 포함되기까지는 나름대로 생존법이 있을 것이다.

  기자가 경험한 바로는 이원종지사는 나름대로 분명한 인사철학을 갖고 있다.  그의 외모에서 풍겨나는 분위기를 보면 인사에서도 소프트한 일면을 예상할 수 있지만 정반대의 냉정한 결단을 여러번 목격했다. 능력위주의 발탁을 중시하면서도 한번 찍히면 원상복구(?)가 아주 힘든게 이지사의 인사스타일이다. 한 때 잘 나가던 고위 간부가 어느날 경질당한 후 오랫동안 인고의 세월을 감내했던 전례도 여러번 있다.  부하 직원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되 그 반대급부를 여론이나 수사가 아닌 역할로써 기대한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이지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하극상이다.  꼭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자신에 대한 '심정적 돌팔매질'이라고 판단하면 당사자에 대해 아주 냉정해진다. 한번 밉보였던 간부가 복귀하기까지는 철저한 근신이 요구됐다.  한 퇴직공무원은 "역대 모셨던 도지사중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심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지사는 한 때 특정 지역 인사를 편애한다는 억측을 받기도 했으나 그의 인사철학은 바로 이런 언저리에서 형성된다고 봐야할 것같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밀린 공무원들은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여론을 만들었다간 영영 눈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를 평가하는 아주 재미나는 잣대가 하나 있다.  1급 리더는 타인의 머리를 쓰고,  2급 리더는 타인의 몸을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급 리더는 어떤가.  자기 머리를 쓰는 리더가 3급이란다.  단순한 얘기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무현대통령이 취임초 분쟁현안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노대통령이 여전히 나이스분쟁이나 철도노조파업에 직접 관여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우리는 3급 리더의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결국 부하에 대한 관리능력에서 나타난다.

 이지사의 말대로 이번에 능력위주의 발탁인사를 단행했다면 이젠 한가지 일만 남았다. 이들의 몸과 머리를 최대한 활용해 도정발전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은 리더인 이지사의 역할이다. 아울러 인사에서 밀림으로써 지금 상심에 젖어있을 부하들에게도 따듯한 눈길을 보내라는 것이다.  이들에겐  말이 아닌 마음에서의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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