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자립생활권노동권장애인 기본권 요구안
2007년 합의안 실현 요구… 420공투단·충북도 이달말 협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그들의 시위는 장애인의 날을 즈음해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시민들 가운데는 ‘또 시작이구나’하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그나마 시위라도 해야 단체장을 만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푸념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지난 18일부터 청주시청 정문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이동권·노동권 등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위라도 해야 단체장 만나니…”

지난 9일 충북장애인부모회·장애인자립생활센터충북협회 등 17개 단체는 ‘420장애인차별철폐충북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을 출범시켰다. 420공투단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바람은 단순하다. 그저 장애인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것이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장애인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회를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내 장애인단체는 지난 2005년부터 이동권·교육권·모성권·자립생활권·노동권 등 기본권 보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이와 같은 제안에 충북도와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김없이 올해도 420공투단을 결성하고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20공투단은 2007년 5월 2일 정우택 지사와 면담을 통해 6가지 합의점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합의된 내용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노력하겠다’는 입장이고 420공투단은 ‘노력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420공투단은 기본권 요구와 관련해 지난 14일 충북도와, 지난 17일 청주시와 1차 협의를진행했다. 420공투단의 요구안은 2007년 요구안을 기본으로 콜택시 운영 등 새로운 요구안을 추가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가 커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 지난 18일 상당공원에서는 ‘장애인차별철폐 420투쟁 요구한 쟁취’를 위한 충북장애인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전교조충북지부의 장애인야학지원금 전달식과 상당공원에서 청주대교, 성안길, 도청서문을 도는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윤남용 집행위원장은 “충북도와 청주시에 각각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 가운데는 예산문제 등 충북도와 청주시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상당해 4월 말에 3자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충북도는 420공투단과의 협의를 통해 2013년까지 도내 일반버스의 50%(351대)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것을 약속했다. 기술력문제로 현재 저상버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2009년 하반기에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저가의 저상버스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충북도는 지난해 10대를 우선 추가하고, 올해 16대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이후 국내생산 저상버스가 판매되는 2009년부터 11년까지 해마다 60대씩 추가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충북도는 지난해 10대의 저상버스를 추가해 약속을 지켰지만 올해는 16대 가운데 5대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윤 집행위원장은 “합의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3년까지의 약속을 지키려면 올해 약속한 16대 추가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는 17대(청주 12대·충주 3대·제천 2대)의 저상버스가 운영중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 승강장 등 기반시설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휠체어가 리프트를 손쉽게 오르려면 리프트와 지면이 틈이 벌어지면 안 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승강장이 이러한 구조를 갖추지 못한데다, 버스가 승강장에 붙어 정차하지 않아 장애인이 도로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윤 집행위원장은 “2대를 운영중인 제천의 경우 노선이 불분명해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가운데에서도 독거중증장애인들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 활동보조사업이다. 활동보조사업은 활동보조원이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지난해 협의를 통해 독거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최대 월 180시간의 활동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2008년부터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1월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120시간으로 축소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활동보조사업과 관련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이와 같은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밖에도 활동보조사업과 관련해 윤 집행위원장은 “시각·지적장애아동 또한 활동보조서비스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상자를 3급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합의문에서 보건복지부의 확대계획이 없을 경우 도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충북도가 모든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충북도는 여성장애인 육아·가사 도우미와 관련해 실태조사를 통해 지난해 추경예산과 올해 본예산을 확보해 11개 시·군에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시범사업으로 지원했으며, 확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장애인 교육지원과 지역사회서비스 확대 등에 대해서는 합의안과 달리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장애인을 교육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야학의 경우 지원부족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20평남짓한 공간에는 휠체어 7~8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해 현재 다사리장애인야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성인장애인은 50여명에 달한다. 야학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교육받기 위해서는 더 큰 교육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충북도가 임대료·인건비·교재교구비·학습자재비 등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20공투단은 이달 말 3자 협의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 집행위원장은 “청주시의 경우 첫 협의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충북도의 경우 이미 합의한 것에 대한 추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1차 협의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3자 협의를 통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산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한 관계자는 “도내 장애인수는 2006년 말 기준으로 7만9000명에 달한다. 전체인구에 5%에 달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예산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예산확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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