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청주시와 지루한 줄다리기 끝 매각 결정
市, 주변 땅 포함 정형화 주문, 아파트사업 쉽지 않아

용도변경과 토지 교환, 주변 포함 정형화 개발 등 KT&G와 청주시가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던 옛 청주연초제조창 부지가 결국 매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KT&G는 IMF 구조조정 일환으로 폐쇄된 청주연초제조창 부지 5만2800㎡를 아파트 건설용지로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사업 전제조건으로 시가 제시하는 주변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8만6000㎡로 늘어나 동부권 최대 민간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순조롭게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3만㎡가 넘는 주변 토지를 사들여야 하고 고도제한으로 12층 이상 건축이 불가능한 단점도 극복해야 한다.

▲ KT&G가 옛 청주연초제조창 부지를 아파트용지로 매각키로 결정했지만 주변지역을 포함한 정형화 개발, 시 소유 토지와 교환 등 실제 사업이 성사되기 까지는 적잖은 진통과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인허가 조건 충족이 관건
KT&G는 당초 이 부지를 수익사업에 이용한다는 계획으로 자체적으로 아파트사업을 추진했지만 청주시와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5년째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문제는 용도변경, 청주시 소유 부지와 교환, 주변지역 포함 등 3가지. 여기에 84m로 제한된 고도제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T&G는 당초 약속대로 전용공업지역을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제2종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는 시 소유 동부창고부지와 교환, 주변지역 3만3000㎡를 포함해 정형화 개발하라며 보류시켜 왔다.

시는 제조창 내 부지만 아파트로 개발할 경우 인근 노후 주택지 등은 영원히 정비되지 못할 상황인 만큼 주변지역까지 포함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 예정 부지가 첨단문화산업단지 앞에 위치해 있어 문화공간으로 연계활용이 어렵고 안덕벌과 충주, 오창방면 시야를 가리는 등 도시미관도 해쳐 문화산단 옆의 동부창고 부지와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부지교환이 이뤄질 경우 첨단문화산단 앞 공간을 문화나 예술, 시민휴식 공간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접근성이 좋은 공공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며 문화공간이든 공원이든 조성만 된다면 각종 행사 등 소중한 시민의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안덕벌과 중북부권을 잇는 대로변의 시야가 트여 도시미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특히 주변을 포함한 정형화 개발 필요성은 이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공감해 KT&G 측에 전달한 상태다. 이는 부지가 매각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사업자에 대해서도 유효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KT&G, 시 요구 수용 못해 매각
일련의 과정에 대해 KT&G는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당초 시가 문화산업단지와 동부창고 부지를 매입하면서 합의한 전제조건이 나머지 땅에 대한 용도변경이었지만 이 약속은 지키지 않고 억지만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용 공업지역인 아파트 예정부지의 용도를 변경하지 않은 채 준주거지역인 시 소유 동부창고 부지와 교환하자고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부지 교환은 감정평가를 기초로 이뤄지는데 공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을 교환하자고 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거래다. 당초 약속한 공업용지의 용도변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KT&G는 주변지역을 포함해 개발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접 노후주택지는 5000여㎡에 29필지로 나뉘어 있으며 땅 모양도 길죽한 형태여서 옛 연초제조창만 개발한다면 사실상 도시정비에서 방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청주시의 입장. 때문에 노후 주택지와 상당로 확장예정 도시계획 도로 부지 등 주변 3만3000㎡를 포함해 개발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KT&G는 토지확보 자체도 쉽지 않고 기업에 무리한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며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시가 요구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업체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며 현재 아파트 시행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KT&G에 따르면 매각방침을 확정한 뒤 모 시행업체와 토지 매매 계약 단계에서 자금문제로 불발에 그쳤으며 현재 또다른 업체와 협의중이다.

청주시 관계자도 “몇몇 업체들이 연초제조창 부지와 관련해 문의해 왔으며 주로 인허가 가능 여부, 인허가 조건 등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KT&G는 자체 부지 5만2800㎡에 최고 12층 14개 동 규모로 중대형아파트 730여세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요구 수용’ 對 ‘고도제한 완화’ 빅 딜 가능성
주변 지역 토지확보·높은 땅 값 기대치 극복이 관건

옛 청주연초창 부지 매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사업이 본격화 되기 까지는 적잖은 진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 포함 정형화 개발과 부지 교환이라는 시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우선 3만㎡가 넘는 주변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접한 상당로를 부지 쪽으로 10m 확장한다는 게 청주시의 계획이어서 이 안에 포함된 토지 또한 사업주가 매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상가가 밀집한 상업 또는 준주거지역이어서 지가가 만만치 않다.

KT&G 또한 소유 부지 땅 값 기대치가 높아 계약이 체결되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KT&G는 내부적으로 450억원 내외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3㎡당 280만원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용도지역이 전용 공업지역이지만 청주시에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전제로 문화산단과 동부창고 부지를 매각한 만큼 주거지역에 준해 매매가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여러 고비를 넘겨 토지가 확보된다면 청주시와 부지를 바꾸는 조건으로 84m인 고도제한의 완화가 제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고도제한으로는 12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수 없고 2종주거지역에서 허용하는 230%의 용적률 중 170%만 활용할 수 있어 사업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생 차원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한 토지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일 것이며 그 다음이 고도제한이다. 최고층이 12층이라면 탑상형 등 현대적인 아파트 건축이 불가능한 만큼 주변 포함한 정형화 개발과 부지 교환 등 청주시 주문을 수용하는 대신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빅딜이 필요하다. 사업주 입장에서 사업위험도를 줄이고 시도 뜻대로 동북부권 정비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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