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 왕 각설이 오동팔 씨의 꿈

“품바에는 슬픔과 사랑 등 삶의 애환이 담겨 있죠. 공연하다 보면 어느덧 관객과 더불어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그런 저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분도 계세요. 관객을 대신해 한을 풀어낸다는 것이 품바의 매력이죠.”

품바 왕으로 통하는 각설이 오동팔 씨(44·본명 오붕환)가 음성 품바축제에 나타났다. 품바가 좋아 전국을 떠돌며 1년에 200회 이상 공연을 하는 이 각설이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품바경연대회 예선부터 본선까지 사회 마이크를 놓지 않고 음성 설성공원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그는 품바가 좋아서 음성에 눌러 앉았다. 각설이(품바 연기자)들의 최대 잔치인 품바축제가 열리는 음성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지 벌써 수 해가 지났다. 그가 각설이를 직업으로 정한 것은 15년전. 장애아동을 돌보는 사회복지 일을 하던 그가 자그마한 장애인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끼를 살려 돈벌이로 나서면서 품바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어느 독지가가 작은 집을 기증하겠다고 했어요. 이래저래 따져보니까 운영하는 데 500만원이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돈 벌려고…할 줄 아는게 각설이타령 밖에 없어서 품바꾼이 됐죠.” 하지만 그에 있어 품바는 새로운 세계였다. 15년 동안 전국에 다녀보지 않은 장터가 없을 정도로 품바에 빠져들었고 어느덧 품바 왕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각설이라는 설정이 참 편해요. 각설이가 못할 말이 없잖아요. 세상을 향해 던지는 독설도 좋고 남의 사랑을 엿보는 짓궂은 장난꾼도 잘 어울려요. 정치인도 부자도 마구 욕하고 놀려도 괜찮죠. 세상을 풍자하는데 각설이 만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각설이 오씨에게 삶의 목표가 더 늘었다. 애초 장애아동을 돕겠다는 계획은 물론 음성에 품바예술단과 품바촌을 조성할 꿈이 생긴 것.

“음성은 이제 품바의 고향이 됐어요. 품바를 놀이에서 예술과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예술단이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어요. 그리고 더불어 품바촌도 꾸며 문화와 관광의 자원으로도 활용하면 좋겠지요.”
양복에 넥타이보다 각설이 분장이 훨씬 잘 어울리고 편하다는 오동팔 씨. 천상 각설이가 팔자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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