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행정재량 내세우다 불신 자초
소송에 소송… 잇단 쟁송으로 소모전

주택건설 업계는 물론 지역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인 청주시 사직동 ‘사직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조합과 조합간 깊은 반목과 갈팡질팡하는 청주시의 무원칙한 행정까지 가세해 끝 모를 소모전 속에서 불협화음을 양산하고 있다.

사직 주공 재건축 사업을 위해 주민들끼리 분열, 경쟁하고 있는 소위 신-구 조합간 소송들은 말할 것도 없고 조합과 청주시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잇딴 쟁송들이 사태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합의 법적 지위 선점을 위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구 조합간 경쟁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법원의 결정들이 최근 잇따라 이뤄짐으로써 향후 사태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사직 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이해하기란 그동안 이해당사자간에 얼키고 설킨 대목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는 신-구 조합간 갈등과 조합-청주시간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동안의 사태진행 과정에 대한 파악이 전제될 수 밖에 없다.

신-구조합에 제3 조합까지 가세
가장 최근의 갈등 연원=2001년 11월 27일 청주시는 한범순씨가 조합장을 맡고 있는 당시 유일의 재건축조합(이하 구조합)에 대해 조합설립 인가 취소 처분을 했다. 사직 주공 아파트 3단지만의 별도 재건축 조합을 추진중인 황 모씨가 805명의 조합원 탈퇴서를 청주시에 제출한 데다 구조합이 재건축사업 승인 계획대로 조합의 일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3000명이 훨씬 안되는 조합원중 800 여명이 탈퇴했다면 ‘조합원 80% 이상 동의’ 조건 충족이 불가능해지는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시의 이 결정을 놓고 구조합은 물론 나중에 설립된 소위 신조합(조합장 노이균) 역시 “법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로선 3단지의 이탈은 조합활동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황씨가 3단지 주민들을 상대로 조합 탈퇴서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신-구 조합의 견해가 일치한다. 황씨가 ‘3단지만 별도로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며 그릇된 정보를 근거로 3단지 주민으로부터 조합 탈퇴동의서를 받아낸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따라서 3단지 주민들의 탈퇴의사는 효력이 없는 것인데도 청주시가 이를 근거로 구조합에 대한 조합인가 취소를 결정한 것은 당연히 잘못된 행정처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3단지 조합의 견해는 물론 이들과 다르다.

조합 취소처분 취소의 소에서 패소
어쨌든 신-구조합은 “청주시가 3단지 주민의 조합탈퇴서가 접수됐을 때 3단지만의 별도 재건축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명확한 유권해석만 내렸어도 지금과 같은 갈등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본격적인 쟁송=구조합은 청주시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곧바로 ‘조합설립인가 취소 행정처분 취소의 소‘를 청주지방법원에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1심의 결과는 구조합의 패배.

1심에서 패소한 구조합은 대전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다시 결정적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노이균씨가 조합장으로 나선 제2의 조합, 즉 신조합이 결성된 것이다. 이 때부터 주민 조합원간에는 신-구조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 대결 양상이 빚어지기 시작했고 각 조합들은 시공사로 롯데-대우(구조합)와 포스코 건설(신조합)을 선정하기에 이른다.

항소심 취하에 재판부 “변론재개”
신조합이 결성된 시점은 사실상 지난해 6월. 구조합의 한범순 조합장에게 조합을 살리기 위한 임시총회를 열자고 제의했으나 불응하자 신조합측은 청주지방법원에 지난 10월 임시‘임시총회 결정문’을 받아 내 그해  12월 21일 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조합을 출범시켰다. 신조합측은 이로써 자신들이 정통성을 승계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조합은 신조합의 출범에 앞서 지난해 11월 16일 따로 총회를 개최, 일종의 재신임 절차를 밟았다. 적잖은 수의 주민들이 신-구조합 모두에게 조합설립 동의를 해 준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사직 주공 재건축 사업은 조합간에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으며, 각 조합에서 시공사로 선정한 대기업 건설사들 역시 전면 또는 배후에서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로비전에 뛰어드는 시발점이 됐다.

특히 신조합은 “구조합이 조합원의 신뢰를 상실해 청주시로부터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을 당한 만큼 청주시를 상대로 한 ‘조합설립 허가취소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이하 취소 소송) 주체는 신조합이 돼야 한다”고 ‘소송당사자 변경신청’을 대전고등법원에 제기하고 나섰다. 신-구조합간 갈등이 제2 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항소심 변론재개에 귀추 쏠려
상황이 이처럼 불리하게 돌아가자 구조합측은 대전고법에 취소소송의 취하를 올 5월 7일 전격적으로 제기했다. 소송을 중지함으로써 아예 신조합의 의도를 사전에 꺾어버리겠다는 작전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청주시는 구조합측이 제기한 행정처분 최소소송의 취하에 ‘부동의’했다. 끝까지 재판을 진행, 법원의 판결을 받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온 것이다. 소송취하에 따른 재판진행 종결은 원고 일방의 의사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소송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조합은 청주시의 예상못한 태도에 당황했다.

그러자 구조합은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1심의 패소판결을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항소취하는 원고측 일방의 의사로 종결되게 된다.
따라서 취소소송 항소심은 지난 5월 1일 이후 지금까지 잠정 중단됐으며, 이 상황에서 신조합이 제기한 소송당사자 변경신청을 대전고법이 받아들일 지 여부가 신-구 조합간 갈등 사태와 청주시의 행정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대전고법이 소송당사자 변경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신조합으로선 행정판단에 우선하는 법적 정통 재판 결과따라 지각변동 ‘예고’

이런 가운데 대전고법이 지난 6월 18일 ‘변론재개 기일 통지서’를 청주시에 통보함으로써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변론 재개를 통해 재판부가 내릴 결정은 신-구조합간 역학관계에 지각변동에 가까운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고법은 ‘5월 1일 종결한 (취소소송 항소심의)변론을 7월 10일 10시에 재개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재판부가 변론재개 기일을 확정 통지했다는 것은 신조합측이 제기한 소송 당사자 변경신청 건과 함께 구조합이 제출한 항소 취하 문제에 대해 최종 ‘판단’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로써 최근 들어 7월 이전에 신-구 조합 어느 쪽이든 조합원 숫자가 많은 조합에게 설립인가를 내주려는 움직임을 보여 특정조합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던 청주시의 계획 역시 결정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상태에서 청주시가 어느 일방의 조합에만 설립인가를 내줄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사직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청주시의 엄정한 ‘감리’속에 이해당사자들인 조합원들이 화합을 이뤄 벽돌을 한 장 한 장 서로 맞잡고 쌓아 올리지 않는 한 언제 시작할 수 있을 지조차 알 수 없는 극미의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사직주공 재건축 사업 사태 일지〉
·2001.11.27; 청주시, 구조합 설립인가 취소
·2001.1   ; 구조합, 청주시 상대 조합설립인가 취소 행정처분 취소 소송
·2002.7   ; 구조합, 1심 패소후 대전고법에 항소
·2002.10.17; 신조합, 청주지법으로부터 임시총회 소집 승인받아
·2002.11.16; 구조합 총회 개최
·2002. 12.21; 신조합, 총회 개최 공식 출범
·2003.1    ; 신-구조합, 청주지법에 상대 조합 임시총회 무효소 각각 제기
·2003. 4  ; 신조합, 대전고법에 행정처분 취소의 소송 당사자 변경신청
·2003.5.  ; 구조합, 행정처분 취소의 소 취하. 청주시 부동의
            구조합에서 다시 취소 소송 항소 취하
·2003.6.17; 대전고법, 변론기일 통보
·2003.7.10; 구조합대전고법 별론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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