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여성작가 33인 ‘여성미술작가회’ 창립

제3회 충북여성미술제 ‘여성과 평화전’이 오는 7월 1일부터 6일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전시실에서 열린다. 그동안 청주시 여성 발전기금, 여성포럼, 도 발전기금을 받아 여성주간에 맞춰 여성미술제가 있었고, 올해도 역시 청주시 여성 발전기금을 받아 전시가 개최된다.

그런데 올해 전시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지난 1,2회 여성미술제가 무심미술회 독자적으로 진행해왔다면 올해는 ‘충북’이라는 지역성을 토대로 여성미술작가들이 뭉쳐 ‘여성미술작가회’를 조직하고, 여성미술제를 주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여성미술작가회는 충북을 연고로 활동하고 있는 30세이상, 개인전 1회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여성작가들이 집합했고, 회원은 총 33명이다. 지난 2월 모임 결성이 제기됐고, 5월 29일 창립대회를 가졌다. 이번 전시에는 31명이 참여하여 31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여성미술작가회, 소통의 장을 마련

여성미술제는 공공성을 띈 여성미술 축제를 지향한다. 여성주간에 맞춰 공적기금을 받아 전시를 여는 근본적인 이유로 먼저 지역 환원성을 문제제기 해볼 수 있다.

여성미술작가회 손순옥 사무국장은 “전시는 공공미술의 개념으로 확장해볼 수 있다. 그동안 무작위 공공미술이 배포됐다면 이제는 공적기금을 제대로 운용하고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여성작가들의 모임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전시,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닌 여성미술회 독자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여성미술의 담론과 이슈들을 풀어내겠다. 재미있는 판짜기가 필요하다면 전시 컨셉, 내용은 언제든지 바꿀 계획이다”고 밝혔다.

고급미술이 아닌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미술로 소통을 시도해보자는 것이 전시의 과제다. 운영위원들은 “전시장으로 한사람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전시 도록 배포수도 늘리고, 지역 여성단체들에 대한 홍보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성미술작가회 회장 연영애(서원대 미술과)교수는 “올해 전시는 여성미술작가회 창립전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동안 여성작가 모임의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자칫 잘못하면 친목단체 위주의 사교모임으로 흘러갈 소지가 있어서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이번이 계기가 돼 소수집단인 여성작가들의 목소리를 내고, 또 전업작가를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모델을 제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운영위원들은 장혜용(청주대 교수), 연영애(서원대 교수), 김혜주(청주대 교수), 안영나 (서원대 교수), 임은수(화가), 손순옥(화가)이고, 고은주, 권금희, 김미향, 박성원, 서은경, 심희섭, 오성희, 임은수, 장은경, 전성숙, 전선필, 권윤경, 김수옥, 김양옥, 김종순, 김해숙, 류호인, 안영나, 유승재, 최재자, 채옥희, 한선아, 황신실, 김영란, 김정순, 김태수, 신혜선, 조미애 씨 등 31명이 참여작가다.

“ 여성미술제,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할 것 ”

전시 주제는 ‘여성과 평화’다. 이라크 전쟁 이후 ‘평화’는 예술계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주최측은 우연찮게도 전쟁이 일어나기전 주제를 잡았는데, 지금의 이슈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기대를 모으는 부분 중에 하나는 도내 여성작가들이 보여주는 작품의 완성도이다. 전시 총평을 쓴 청주대 김혜주 교수는 “‘평화’라는 주제는 대의적이고 이념적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소소하고 개인적인 진실에 집중할 수 있는 과제다. 여성이 생태적으로 평화주의자며 균형감각의 소유자임을 감안할때 여성과 평화를 엮는 부분에 대한 일괄적인 답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인에게 책임을 맡기고자 했다.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나름의 해석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품 작가들이 다룬 소재 중에는 꽃, 식물과 성장등의 모티브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생명은 그 자체로서 이미 축복이며 평화의 메신저이기 때문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획전이 단순한 모듬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주제접근과 노력이 요원하다. 운영위는 “작가들의 작품 패턴 변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수다. 기획전의 폐해중의 하나가 오랜 시간 주제에 대한 고민없이 급조되고 일회적인 작품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올해 작품들 가운데 눈에 도드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가능성은 밝다. 내년전시는 지금부터 주제와 방법에 대해 논의 할 것이다. 느리지만 천천히 회원들끼리 소통하며 꾸리고 싶다. 인터넷 카페에서 사이버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성미술은 여성주의 시각으로 본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성지배논리구조 속에서 소외된 여성과 또한 여성작가라는 소수의 이야기를 미술로 풀어내고자 한다. 과거 여성미술 즉 페미니즘 미술이 공격적·전투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면, 요즘은 개인의 일상적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편 여성주간에 열리는 많은 문화행사들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성예술가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원하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문화예술분야 가운데 처음으로 ‘커뮤니티’를 결성한 여성미술제가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내포된 축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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