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원의 가치를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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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의 가치를 다시 보자
  • 충청리뷰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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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하는 역사기행 (10)-중앙공원

지난주 이 지면에서는 청주읍성 사대문터를 찾아보는 기행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또한 청주읍성에 옛날 청주를 관장하던 행정 군사 시설이 있었고, 아이들이 직접 걸어본 청주읍성을 지도로 그려보게 한다는 것도 함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옛 청주읍성도를 직접 그려본 아이들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약간 둥글넓적한 읍성도는 ‘계란프라이’고, 읍성안 옛 건물들 특히 중앙공원은 ‘달걀노른자’ 같다고 합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달걀 노른자’ 라고 하는 청주읍성 안 중앙공원으로 갑니다.

중앙공원 정문 옆에는 충청도병마절도사영이라는 2층 누각이 있습니다. 옛날 청주뿐만 아니라 충청도 전체를 관장하던 군사 시설, 충청병영의 정문이지요. 지금으로 말하자면 지역군사령부 정도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충청도의 군사 중에서 제일 우두머리(충청도병마절도사)가 있었고, 두 번째로 높았던 병마우후가 상당산성에서 주둔했었다니까, 옛날 청주가 군사적으로 꽤 중요한 곳이었다는 걸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를테면 지금 학교로 치자면 교문이 있고, 교장 선생님이 훈화하시는 조회대가 있는데, 이 2층 건물은 그 두 가지 기능을 함께 하는 곳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중앙공원 안 어딘가에 군기 창고가 있었을 테고, 군사 우두머리가 집무하던 관아 건물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때쯤이면 아이들의 머리에도 비로소 옛 충청병마절도사 영내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포졸복을 입은 옛 군사들이 이 중앙공원 안을 분주하게 오고 가는 모습이......

그리고는 이 충청도병마절도사영도 일본이 청주읍성을 허물어버렸듯이 일제 시대 때 공원화된 거라고 덧붙여 말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곳이 공원 한  켠에 있는 삼 장군(의병장 조헌, 박춘무, 영규대사) 기적비 앞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게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겨준,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의 현장이지요. 이 곳에서 저희는 다시 한번 청주읍성이 허물어진 계기가 임진왜란 당시 청주성 재탈환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꼭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바로 ‘내 비석 세워보기’입니다. 물론 상상속에서지만, ‘만약 내가 죽었을 때, 내 비석에는 어떤 글들이 새겨질까’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아이들의 ‘내 비석’에는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는 글귀가 많이 새겨집니다. 아이들의 꿈(장래희망)이 담기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시민의식도 거기서 길러지는 듯 싶습니다.

중앙공원에는 그것 말고도 또 아이들에게 옛 청주의 역사를 가늠하게 하는 명물이 많습니다. 충청병마절도사 영문과 삼장군기적비 사이에 있는 압각수도 그렇습니다. 이 압각수에서는 무심천과 관련해 청주에서는 홍수가 자주 났었다는 옛날 기후, 지형 등을 설명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옛 청주와 지금 청주의 공간 감각을 길러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압각수에 얽힌 전설에서는 고려 시대 말의 우리 나라 정세까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자료사진인 옛 청주읍성도를 보면, 동문 근처에 동그란 한 건물이 있습니다. 옛날 감옥입니다. 그 옆에 기다란 것은 용두사 철당간인데, 지금의 청주백화점 자리가 옛날 감옥자리지요. 그 옛 감옥과 중앙공원 압각수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고려말 공양왕 때, 목은 이색이라는 충신이 있었는데, 이성계를 비롯한 반대파의 모함에 의해 청주감옥에 갇혀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비가 내려 무심천이 넘치면서 청주읍성이 온통 물난리가 났는데, 감옥에 갇혔던 목은 이색이 이 압각수에 올라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목은 이색의 죄없음을 하늘에서도 알아준 것이라며 풀어주었습니다.

지금도 압각수 앞에는 고려말 조선 초의 큰 사상가 양촌 권근이 이때의 상황을 노래한 시비가 있으니 한번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압각수 앞에서도 아이들과 당시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활동이 있습니다. 전설을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보게 한다거나, 기승전결에 맞게 네 장면으로 그려보게 하면,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 역사유적 답사가 아니라 신명나는 체험학습이 됩니다.

그런데 혹시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 이름을 아시는지요. 사람보다 더 오래 살면서 우리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인데요. 옛 청주의 역사를 보듬고 있는 중앙공원에도 정말 나무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나무가 살고 있는지, 그 나무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는지에 관해서는 자료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청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앙공원에 문화유적 뿐만이 아니라, 이젠 공원의 나무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다 알다시피 지금 중앙공원은 어르신들의 나들이 장소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젊었을 적 대부분 농촌에서 살았기 때문에 거의 나무박사인 분도 많습니다. 그 어르신들과 아이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중앙공원의 나무 종류도 조사하고, 나무 이름표도 달아주는 건 어떨까요? 나아가 어르신들이 중앙공원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해설을 해주면 어떨까요? 그러면 중앙공원은 더 이상 고리타분한 역사유적지나, 소일거리가 없는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가 아니라, 온 시민의 살아있는 현장체험학습장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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