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지역문화 행사로 인해 자치단체 재정에 주름살을 지우고 있다. 99년 괴산영화 축제는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유증이 남아있다.
괴산군, 법원 조정결정에 항소포기하고 예비비 지급키로
99년 괴산영화축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당한 괴산군이 법원판결이 아닌 조정결정에 승복, 공무원이 임의로 차입한 대여금을 변제키로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군은 조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기간(14일) 마감 당일에야 군의회에 간담회 형식으로 이같은 내용을 보고, 편법적으로 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고소인은 구상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해당 공무원의 가족인 것으로 밝혀져 의문을 더하고 있다. 파행적인 운영으로 현직 군수의 군의회 공개사과 사태까지 초래했던 99 괴산영화축제의 후유증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99년 8월 화양계곡 야영장 일대에서 개최된 괴산영화축제는 도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지역영화제로 주목받았다. 당초 괴산군은 전문업체와 대행계약을 체결, 행사장과 행정지원만을 하고 군예산은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대형업체 선정과정부터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국적인 대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업체의 자산규모, 사업실적, 자금동원 능력등 객관적인 자료검증없이 임의로 선정했던 것. 대행계약을 체결한 (주)드림은 청주 소재 기획사로 자본금 5000만원에 행사실적도 미미한 업체였다. 일부에서는 괴산영화축제를 위해 급조한 회사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대행사의 행사요원 가운데는 ‘주먹’들도 끼어있어 관람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대행업체가 영세하다보니 행사준비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괴산군은 군비 2억원을 행사장 시설비 명목으로 투입하게 됐다. 마침내 99년 8월 16일간의 일정으로 괴산영화축제의 막을 열었지만 주민과 피서객들의 참여율은 극히 저조했다. 설상가상으로 행사기간중 태풍 ‘올리’가 북상하면서 행사장을 강타, 상가부스, 무대등 대부분의 시설물이 피해를 입었다. 상가를 임대받은 상인들은 괴산군 실무직원들에게 손해보상을 요구했고 대행사인 (주)드림 관계자들은 잠적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행사 실무책임자였던 서정환 기획관리실장(2000년 작고)이 개인적으로 사채 4200만원을 빌려 청주MBC ‘별밤‘ 등 추가 행사진행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군수, 시장의 공식결제도 없었고 군의회의 승인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적인 판단으로 차입해 사용한 것이었다. 긴급복구를 마치고 행사를 재개했으나 관람객은 더욱 줄어들어 결국 행사기간을 채우기 위해 난데없는 군민 노래자랑, 씨름대회를 끼워넣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를 마쳤지만 언론의 비판보도로 주민여론이 비등해지자 군의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비로소 업체선정의 문제점과 서 전 기획관리실장의 개인 차입금 실체가 드러났던 것. 이에대해 당시 김환묵군수는 군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영화축제가 실패작이 돼 군민의 혈세인 예산을 낭비하는등 행사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서 전 기획관리실장의 차입금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집행부는 변제해주고 싶어도 적법한 방법이 없었고 군의회는 원칙을 무시한 공무원의 행정행위 결과에 대해 군이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 두드러졌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서 전 기획관리실장은 건강이 악화돼 암투병을 하게됐고 결국 지난 2000년 6월 눈을 감고 말았다. 당사자의 사망이후 채무변제에 시달리던 가족들은 지난해 9월 괴산군 김문배군수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
청주지법에서 5차례 변론이 이어졌고 지난 1월 17일 5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원고 3명(서 전 기획실장 부인과 아들)에게 3030만원을 3월말까지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때까지 군은 변호사 선임을 하지않은채 담당직원들이 소송에 임했고 노재청 부군수는 원고측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법정에 나서지않아 애초부터 군이 법리논쟁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대해 군 관계자는 “고인이 행사 실무책임자로써 행사경비를 급히 충당하기 위해 민간 차입금을 사용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절차상 하자가 있다보니 군에서 변제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당사자 숨지고 가족들에게 채무변제 압력이 가해졌고 군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해서 판결이 나면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까, 가족들이 뒤늦게 소송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의 원칙론을 주장하는 군의회 Q의원은 “당초 집행부는 예산을 안들이고 행사추진하겠다고 했다가, 2억원만 의회에서 승인해 주면 충분하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행사가 실패로 끝난 마당에 난데없는 개인 차입금 4200만원이 나타난 것이다. 담당공무원으로써 책임감 때문에 돈을 차입한 것은 이해하지만 원칙을 무시한 편법행위를 군이 추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조정결정에 대한 법원 항소기간 마감일에서야 군의원들에게 보고한 것은 의회기능을 무시한 처사다. ‘예비비로 변제하지 않으면 연 25%의 높은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며 항소포기를 종용한 것은 전직 직원에 대한 인정에는 부합할 지 모르지만 공직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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