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기독교방송(CBS) 사장에 선임된 이정식씨는 청주 사람보다도 오히려 청주를 더 좋아한다. 청주CBS 보도국장과 본부장을 지낸 그는 3년전 ‘청주파일’이라는 책을 내고 청주에서 출판기념회까지 가졌다. 청주 생활의 단상과 여러 기고문, 그리고 자신의 방송 내용등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지럽게(?)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 본 나기정 전청주시장은 사석에서 “언론인으로 치열하게 살면서도 이렇게 주변을 세세하게 되돌아 보는 여유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며 자신도 이런 책을 꼭 한번 내고 싶다고 말했다. 나 전시장이 부러워한 것은 책에 묘사된 이정식씨의 ‘사람만남’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아기자기한 얘기들이다.

이 책 내용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혹자는 청주, 충북 사람들을 가리켜 앞에서는 어물어물하고 뒤돌아서는 딴말 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사람 사는데가 어디라고 다르랴.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 과묵한 사람, 미련한 사람, 약삭빠른 사람, 음흉한 사람 등 별별 사람들이 다 섞여 사는데가 인간사회인데 청주, 충북이라고 별난 사람만 살리 없다-. 이정식씨가 이런 내용을 쓴 배경은 남다르다. 여론조사하기 힘든 지역, 각종 투서 전국 1위, 배타적이고 우유부단하며 Yes와 No가 불분명하다는, 소위 이 지역의 캐릭터를 주변, 특히 청주를 다녀간 지우들로부터 지겹게 들은 후에 나온 일종의 반론인 셈이다. 그의 이런 긍정적 생각은 청주지역 각계 인사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청주를 떠난 지금도 그 관계가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다. 사람을 믿고 가리지 않는 그가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도 유일하게 언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CBS의 최고 수장이 된 것이다.

 요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미 경쟁구도가 드러난 상태에서 세싸움을 벌이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부지런히 자신을 알리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청주에서 사람 만나기가 고역이라는 것이다. 뒷말도 많고 배타적이며 수시로 표변하는 바람에 처신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들이다. 특히 신진 정치인들이 갖는 체감지수는 더 한 것같다. 어떤 이는 당장 청주를 떠나고 싶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말하는 청주정서가 어느덧 당연한 사실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으레, 습관적으로 이런 말을 입에 올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선거는 아직 10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사람을 심어 상대의 비리를 축적해 놓은 X-FILE을 구축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흉흉하게 나돈다. 페어플레이는 이미 물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아이러니는 이런 부정적 정서를 과장하는 인사일수록 스스로의 처신에 하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일관되지 못한 행동과 피해의식, 그리고 자기착각에서 비롯되는 오만과 편견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때문에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귀책사유가 주변이 아닌 스스로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자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청주의 지역정서에 대해 거의 관용적으로 쓰이는 부끄러운 말들은 사실 충남과 서울, 충주, 괴산 등에서 살아 본 기자 역시 항상 그곳에서 들었던 것들이다. 이정식씨의 항변이 맞다. 청주 충북만 그런게 아닌데도 우린 지나칠 정도로 지역을 깔아 뭉개는데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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