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터 살려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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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부터 살려야 모두가 산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04.02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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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편집국장
"지금 우리의 학교는 서로 도우며 꿈과 희망을 꿈꾸는 공동체성은 말살되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교사들은 살인적인 수업시수와 교원평가, 다면평가, 차등성과급 등 각종 경쟁을 요구하는 교원정책으로 숨 쉴 틈이 없는 약육강식의 시장판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28일 제40차 전교조충북지부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채택한 결의문의 일부 내용이다.

공교육 현장의 위기상황에 대해 일선 교사들이 경보를 울린 이날 밤, 40대의 한 중견 교사가 숨져갔다. 학생 야간자율학습 지도를 끝내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한 청주 충북고교 백종덕 교사(47)는 잠들기 직전 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뒀다.

백 교사는 혹독한 격무에 시달리는 고3 담임을 8년째 맞고 있었다고 한다.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강행군, 주당 근무시간이 90시간에 달한다면 우리 노동법이 정한 주당 40시간을 2배이상 초과한 셈이다. 휴일에도 기숙학사 관리를 위해 돌아가면서 당직을 해야한다.

올부터는 중학교까지 보충수업이 부활됐고 도교육청이 고입 연합고사 병행실시로 방향을 틀면서 전체 중등 교사들의 노동강도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이같은 무차별적인 경쟁교육 도입으로 아이들이 숨져간 지는 이미 오래전이고 이제 교사들마저 죽음의 행렬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경쟁력있는 교육을 주창하면서 우리 교육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영어교육의 대변혁을 예고하면서 전국의 영어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느닷없이 학원 영업시간을 무제한으로 풀어주는 조례개정을 시도하다 여론뭇매를 맞고 거둬들였다.

충북에서는 지역발전이란 대명제를 논하는 자리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인재육성이다. 충북도는 인재양성재단을 구성해 향후 100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충북도, 청주시, 도교육청이 모두 나서서 인터넷 수능강의 무료제공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법석이다. 인문계 고교 1학생부터 야간자율학습이 실시돼 밤 10시가 되야만 집으로 돌아온다. 학교 교사들도 그 시간까지 퇴근이 묶여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밤늦은 시간, 교사와 학생의 작별 인사가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한다.

대개의 학부모들은 한밤중에 현관에 들어서는 아들딸의 모습이 애처롭지만 짐짓 모른체 한다. 일찍 귀가하면 아이들 시간관리에 신경쓰이고 결국 사설학원에 보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 그래도 교사들이 책임지는 학교에 맡겨두는 것이 한결 맘이 편하다. 기왕이면 더 오랜 시간동안 맡아주길 은근히 기대한다.

자율은 허울뿐이고 학교와 학부모의 ‘미필적 고의’로 고교생들은 하루 14시간을 학교 울타리에 갇혀 지내야 한다. 인재육성이라는 집단최면에 빠져 10%의 성적 우수학생을 위해 90% 학생들을 억지로 끌고가고 있다.
필자는 칼럼을 쓰면서 고 백종덕 교사가 재직했던 충북고 학교사이트를 찾아보았다. 학교나 학생들의 추모글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학교 사이트 어디에도 고인의 죽음이나 장례의식 등을 알리는 내용은 없었다. 그나마 ‘칭찬합시다’ 코너에 ‘백 교사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을 모욕하는 악플러를 잡아달라’는 제목의 글 2개가 달랑 올라있었다. 하지만 학교측이 보안해제 하지 않아 회원가입을 하고도 열람해 볼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들의 학교가,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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