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존 웨아링씨 충북 국제IT교육원 강사

세계 30여개국 여행, 한국불교에 심취
캐나다 토론토 출신인 존 웨아링(John Waring)씨가 충북 사람이 된 것은 지난해 9월 부터다. 충청북도 지방공무원교육원(청원군 가덕면 한계리 11)에 문을 연 충북과학대학 부설 국제IT교육원의 일원이 된게 계기다. 아주 편한 이름에 걸맞게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각별한 친근감을 준다. 국제IT교육원(책임교수 이내준)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 캐다다에 전원 취업시킬 목적으로 지난해 5월 개원했다. 현재 60여명의 학생들이 합숙하며 사관학교에 버금가는 교육을 받는다. 물론 모든 교육과 생할은 영어로만 이루어진다. 존은 바로 이들의 교육을 위해 캐나다에서 파견된 강사로, 영어교육을 담당한다.
올해 39세인 존은 이전에도 충북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97~98년 한국교원대에서 있은 교육부 주관의 영어교사 연수를 담당하는 등 지난 95년 이후 지금까지 총 4년 반 정도 충북을 경험했지만 지속적으로 오래 머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 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른 지역과 외국에서의 강의경력도 풍부하다.
대화 도중 그는 한국이 제 2의 고향이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했다. 한국생활의 4년 반은 자신의 외국생활중 가장 긴 세월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그러나 영어를 가르친 곳은 한국과 캐나다 뿐이고 나머지 국가는 순전히 여행목적이었다. 많은 나라와 많은 지역을 다녀 봤지만 충북은 아주 색다른 분위기를 준다.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있고 또 깨끗한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어 좋다. 서울에선 모든 것이 ‘빨리 빨리’로 통하는데 충북 생활은 다소 느슨한 것같으면서도 한국 고유의 전통적 정취를 느끼게 한다.”

불교문화 심취, 사찰에 관심

충북에 눌러(?) 살기 전까지는 이곳이 대학과 교육의 도시이고 속리산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는 그는, 지금 한국의 불교 문화에 푹 빠져 있다.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교육원 건물의 바로 인근에 위치한 모 사찰에 대해선 아예 전문가가 된 느낌이다. 그의 컴퓨터엔 이 사찰에 관한 모든 것, 예를 들어 사찰건물과 각종 행사 사진은 물론 내력과 전설까지 자세하게 입력되어 있다. 그는 이 사찰에 틈만 나면 찾아가 여러 사람을 만났고 그곳에서 느끼는 불교적 분위기를 부지런히 체험했다. 그러나 그가 이해하는 한국불교는 한가지 잣대로써만 각인돼 있다. 다양한 종파와 그에 따른 수많은 예식(禮式)에 대해선 아직 생소한 것같다. “한번은 절 행사를 찾았다가 돼지가 생으로 제단에 올려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교에선 살생을 금기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좀 당혹스럽더라. 행사가 끝난 후 사람들이 그 돼지를 삶아 나눠 먹는 것도 좀 이상했다. 이곳 불교는 샤마니즘과 조상숭배적 요소가 많은 것같다. 서울 조계사의 분위기와는 아주 달랐다.” 묻지도 않았는데 당시의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그에게 “똑같은 불교이지만 여러 종파가 있고 절중엔 특정 종파에 속하지 않고 변형된 예(禮)를 올리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불교에 대한 기자의 짧은 식견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그는 한국에 오기전 불교와 도교에 대해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한다.




존 웨아링씨는 충북생활에 만족해 하면서도 이 곳 교육생들과 한정된 공간에서 매일, 기계처럼 생활하는 것이 아주 답답하다고 말한다.
“영어는 일상에서 익혀야 는다”

영어강의가 주특기인 만큼 10년을 교육해도 벙어리만 양산하는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존은 대뜸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못하는 현실에 근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영어수업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아직도 책을 펴 놓고 문법이나 해석만을 위주로 한다. 영어는 일상 생활에서 익혀야 하고 우선 가르치는 사람부터 영어로 말할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그래도 지금은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고 평가한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말하라고 하면 우선 겁부터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10대, 20대 젊은이들은 영어구사에 아주 적극적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영어로 듣고 영어로 말하려는 노력만이 영어실력을 빨리 올릴 수 있다.” 말은 그렇지만 그 역시 아직 한국어에 서툴다. 읽고 쓰는 것은 그럭저럭 할 수 있지만 말하기는 진짜(?)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밖에 돌아 다닐 때도 되도록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외국에 공부를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다.
한국 나이로 불혹을 앞두고 있는데도 아직 미혼인 이유가 궁금했다. 대답은 이러했다. “한국과 캐나다를 왔다갔다하며 살고 있는데 일단 가족을 가지면 불편할 것이다. 혼자 살면 돈도 적게 든다.(!) 그 보다도 아직 젊었을 때 좀 더 자유롭게 살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싶다.” 존은 지금까지 30여개국을 여행했다. 정작 그한테 필요한 것은 역시 ‘자유’다.

한국은 부모 의사가 절대적

그러나 그도 한 때 한국여자를 사귄 적이 있다. 전남 여수에서다. 나름대로 가깝게 지냈는데 한번은 여자 친구와 부모가 자기문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정리했다고 한다. “아직도 한국에선 외국인과 교제하는 것에 많이 배타적이다. 특히 한국여자가 외국남자를 사귈 때 더 그런것같다. 캐나다에선 며느리와 시부모, 사위와 처가 부모 사이의 관계가 아주 일상적인데 한국에선 지나치게 특별한 것같다. 부모들의 의사가 절대적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다른 외국 친구들도 이점을 많이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그에게 마지막으로 틀에 박힌 질문을 던졌다. 한국여성과 결혼할 의사는 없는지... 역시 노총각이라서 그런지 이런 질문에 달련된 듯했다. “한국에선 만나는 사람마다 늘 이렇게 묻는다. 한국남자가 외국여성에 대해 외국적인(exotic) 느낌을 갖는 것처럼 나도 한국여성에 대해 대단한 호기심과 경외감을 갖는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외모에 남달리 신경쓰는 것같다. 머리색깔도 바꾸고 화장도 짙게 한다. 어떤 나라든 아름다운 여성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ugly) 경우도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결혼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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