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헌 충청대교수 충북지방자치학회장

4.9 총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는 정책결정기능, 행정부통제기능, 국민대표기능을 수행하는 입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출세와 명예욕 보다는 국회의 기능을 성실히 수행할 뚜렷한 국가관과 자질, 능력(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희생과 봉사정신,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인물을 뽑기 위해 정당들은 일차적으로 예비선거 격인 당내공천을 수행한다.

▲ 남기헌 충청대 교수·충북지방자치학회장
그간 우리나라는 많은 선거를 실시해 왔다. 군사독재시대에서 민주화시대를 거쳐 오면서 선거관련 제도나 국민의 의식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공직후보공천제도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행히 3김씨의 정치생명이 막을 내리는 시점부터 각 당은 정치민주화 실현의 한 방안으로 공직후보공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왔다. 2002년 열린우리당의 대통령후보선출과정에  미국의 개방형 경선제(open primary)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경선제 방식을 도입하여 노무현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은 우리나라 정당사에 공직후보공천의 방향을 제시한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최근 4.9 총선과 관련하여 각 당의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구성과 심사의 일정, 기준, 원칙 등 이 명쾌히 제시되지 못한 채 공천을 마무리 했다는 점이다. 낙하산식 전략공천과 계파간 나눠먹기식 밀실공천으로 정치적 소신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각 정당은 공천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당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영호남, 강남지역 등에서의 정당공천부실은 유권자의 참정권한 마저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여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유권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말자. 총선의 선거운동과정만이라도 형식적이고 사탕발림식의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지 말고 당당하게 정책으로 승부하길 바란다. 진정으로 우리지역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공약화 하여 후보자간 토론으로 유권자에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한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국회의원이 되려하지 말고 하루라도 차분히 지역주민의 생각과 국가의 비젼을 연계하는 공약다듬기에 후보자의 열과 성을 기대한다.

사실 지역에 지속적 관심을 갖지 못한 후보자의 경우 지역에 적합한 공약을 개발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자들의 제기하는 이론적 접근방법도 있긴 하지만, 유권자와 호흡하며 만든 시민단체의 지역의제를 꼼꼼히 따져보고 공약에 담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지역에서는 2000년 총선연대를 이끌어 왔던 충북참여연대가 이번 4.9 총선을 대비하여 두 가지 중요한 사업을 수행했다. 하나는 후보공천과정의 민주성과 투명성확보를 위한 대안마련 토론회다. 다른 하나는 지역의 시민단체와 학자의 의견을 들어 지역사회발전 개혁을 위해 꼭필요한 4대 의제 14개 과제를 후보에 공약화 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분권·균형발전 분야는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와 국가균형발전정책 추진 ,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특별시의 차질 없는 건설, 청주청원 통합과 충북 자치단체 간 균형발전 전략수립을 공약으로 요구하고 있다.

자치·행정 분야는 지방자치 훼손하는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의회 독립성·견제기능 강화를 위한 사무처 독립 및 전문위원 충원, 정보공개법 개정으로 부실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공개 제도 개선, 지방재정 양극화 완화와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세제 개편, 공공기관 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을 공약으로 요구하고 있다.

민생분야의 경우, 지역 상권 회생을 위한 대형마트 영업활동 규제법안 제정, 농·어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확대, 청주, 충주 전투비행장 소음피해 대책 수립 , 교육의 공공성 강화 및 지역·계층간 교육 차별 해소 대책 마련, 대학등록금 가계비 부담 경감대책 수립을 공약으로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 백지화를 공약화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물론 학자적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역의 현안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시민단체와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토론을 거쳐 제시한 공약의제 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空約을 公約이라 주장하지 않고 당당하게 정책으로 심판받는 후보자를 유권자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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