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문화,관광분야 여전히 시험단계에 머물러
일부 성공적 사례 주목...집중 육성할 때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민선 3기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 단계를 통상적으로 해석할 때 민선 1기는 도입, 2기는 과도기, 3기는 정착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2기를 통해 축적된 역량이 3기에선 그야말로 ‘꽃으로 핀다’는 말로 정리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도내에선 3명의 자치단체장이 민선 1, 2기를 거쳐 3기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들이 선거전에서 한결같이 주장한 것은 자신이 추진한 ‘과업의 완수’였다. 그만큼 민선 3기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의 성패는 ‘브랜드’에서 가려진다. 다시 말해 그 지역 고유의 사업이나 분위기 혹은 이미지, 더 구체적으로 말해 특정 분야의 인프라가 외지로부터도 대중성을 인정받으면 일단 성공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화 과정은 전국적으로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었다. 민선 1기가 시작되자마자 지자체들은 민자와 외자를 유치하고 정책사업을 끌어들이는데 현안이 됐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부지가 공단이니 산업단지니 하는 이름으로 파헤쳐졌고. 이렇게 조성된 결과물의 대부분은 지금 오히려 지자체의 살림을 옥죄는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자체 자원의 개발보다는 무조건 ‘끌어들이는 것’에서 지방자치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 한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브랜드화는 해당 지역의 특성이나 이미지를 문화, 산업적으로 형상화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이런 기저를 간과함으로써 나타난 것이 자치단체별로 난립했던 각종 축제였다. 충북에서도 노래자랑이나 무슨 무슨 아가씨 선발대회로 상징되는, 판에 박힌 행사가 민선 1, 2기를 휩쓸다가 지금에서야 비로소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5월 9일 청원군 직원들은 단체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와 안면도의 꽃축제를 관람했다. 목적은 선진지 견학이었다. 함평군은 얼마전 나비축제 하나로 17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불과 1주일만에 이루어진 현상이다. 민선 1기때부터 관광도를 표방한 충북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안면도 꽃 축제 역시 이젠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서해안의 각종 해수욕장과 연계돼 2년전 꽃박람회 못지않게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관광자원은 풍부, 이용은 헛구호
청원군 공무원들이 이날 두곳에 대한 견학에서 확신한 것이 하나 있다. 청원군이 이들 두곳보다 내세울게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두 지역의 여건은 우리보다 열악했다. 면적 인구 예산 어느 것을 기준해도 청원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무려 일천만평의 논밭유휴지 등에 꽃을 갈아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함평군은 그저 널려 있는 척박한 땅을 응용해 나비축제를 개발했고, 충북의 1년 실적과 맞먹은 관광객을 불과 1주일만에 불러 들였다. 하천 호수 산 등 특별한 자연경관이나 특별한 역사적 인물도 없는 함평이 이렇게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것이다. 그에 비해 물적, 인적자원이 무궁무진한 충북은 오히려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확실하게 내세울게 없다는 사실에 심한 자책감마저 느꼈다. 기껏 청남대를 넘겨 받고도 정확한 활용방안을 못찾고 헤매고 있잖은가.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모든 공무원들이 크게 반성할 일이다.” 견학을 다녀 온 한 공무원의 고해성사(?)다.

도내 지자체들도 그동안 나름대로 브랜드 개발에 나서 일정부분 성공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청주의 직지, 공예사업과 충주 무술축제, 음성 품바축제 등이다. 직지사업의 경우 청주의 전통적인 이미지 즉 교육문화도시라는 패러다임에도 어울려 서서이 대중성을 얻는 과정에 놓였다. 그러나 산업화까지는 아직도 요원하다. ‘직지’라는 가치의 형상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좀 더 과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직지의 공개념을 외지인과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더 전파시키냐는 것이다. 아직도 직지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은 ‘기념’ 차원에 머물러 있다. 얼마전 의회의 예산삭감으로 논란을 빚은 국제학술회의 무산이 이런 필요성을 더욱 구체화했다.

충주무술축제 명실상부한 국제행사
충주 무술축제는 소위 한 우물을 파서 지역 브랜드로 정착시킨 케이스다. 주제의식과 이벤트를 조화시킨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만 수익구조상의 취약성 때문에 여전히 일부 반대여론을 수반하고 있지만 단일 행사에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충북에서 개최된 유수의 국제행사가 명분만 거창했지 실제적으로 외국의 관심을 크게 촉발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주 무술축제는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행사 내용의 다양화를 통한 이벤트화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꽃동네 최귀동할아버지를 응용한 음성 품바축제 역시 충북을 대표하는 주제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성공적 사례에도 불구, 충북은 산업분야에 있어선 여전히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함으로써 민선 3기의 남은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IT, BT나 항공분야 등에서 다양한 시험이 시도됐으나 일과성으로 그쳤고 그나마 관심을 끌었던 사안도 지역 관련산업으로 연계되기엔 미흡했다. 어느땐 추구하는 주제가 충북의 현실과 동떨어지는 바람에 관심을 끄는데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충북도의 노력으로 생명공학 분야의 업체와 관련 연구소의 입주가 속속 이어지는 것은 산업의 브랜드화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지역 고유의 산업 인프라로 정착시킨다면 충북의 장래성은 희망적이라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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