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본사와 CJB 청주방송이 주최하는 ‘금강산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 홍강희 편집부국장
열렸습니다.

벌써 남쪽지방에는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라톤대회 참가자 500명은 북으로, 북으로 달렸습니다. 누군가는 분단도 상품이라고 하지만, 북으로 가는 과정은 여전히 힘듭니다. 트렁크를 내렸다 실었다 하기를 몇 번, 웃음이라고는 없는 딱딱한 표정의 북한군인들을 간간이 보면서 찾아간 금강산은 관광객들을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아름다웠다는 얘기입니다.

저녁 7시경, 어둠이 서서히 깔리는 장전항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해금강호텔 뒤 편으로 펼쳐진 장전항의 하늘에는 금강산이 몇 겹으로 걸쳐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관광객들은 ‘아!’ 하고 감탄의 소리를 내뱉습니다. 다음 날 찾아간 구룡연은 또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모릅니다.

제가 성인이 돼서 본 물 중 아마 가장 깨끗했을 겁니다. 초록빛 물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물이 들 것 같았습니다. 얼굴을 대면 얼굴이 환히 비쳤으니까요. 봄이라고는 하지만 날씨가 화끈하게 풀리지 않은 3월의 금강산에는 햇빛과 잔설과 얼음이 공존합니다.

구룡연 정상에서는 얼음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져 폭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 곳도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장면을 아낌없이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는 금강산 관광이 제주도 가는 것 만큼이나 흔해 화제거리에 끼지도 못합니다만, 이번에 느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북측이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판매원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현대아산의 관광 안내원도 “얼마전까지 구룡연의 간이상점 판매원들이 관광객 숫자만 세고 있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물건을 판다.

처음에는 남측 사람들이 ‘아가씨’라고 부르면 질색을 했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 수긍하며 ‘이 물건 좀 보고 가시라’고 붙잡는다.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2004년 제1회 금강산마라톤대회에 갔을 때 북측 판매원들의 모습은 무척 경직돼 있었습니다. 말도 못 붙일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 식당에 들어가자 이 메뉴, 저 메뉴를 권하더군요. 호텔에서 만나는 종업원들도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북측을 자극하는 말이 아닌 이상 농담도 자연스레 받아 넘겼습니다. 어쨌든 기분 좋은 변화입니다. 금강산을 가는 이유가 천하절경 명산을 보는 것뿐 아니라 북측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벽을 허물기 위한 것인데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남측에서도 노력을 해야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 통일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금강산마라톤대회가 5회를 기록 했습니다. 1회 때와 똑같이 올해도 남북이 돌부처처럼 감정없이 쳐다보았다면 아마 낙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는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만큼 답답한 건 없습니다. 사람사이도 발전을 해야 합니다. 겨우 북측 판매원 몇 명을 보고 단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만, 그 곳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적어도 금강산 만큼은. 또 그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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