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로간 연계 전혀 안돼… 값비싼 무료주차장 노릇만
"아니 이런 곳에 무엇 하러 엄청난 돈을 들여 쓸모 없는 도로를..."
지난해 청주시가 장기 미집행 소방도로 개설을 명분으로 기존 도로 바로 옆에 막대한 돈을 들여 또 다른 길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어처구니 없는 예산낭비 행정을 되풀이 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주시가 지난해 하반기에 흥덕구 분평동 지구에서 개설한 소방도로만 해도 분평동 8통의 길이 140m 폭 8m 도로와 11통 지역의 길이 130m 폭 10m 소방도로 등 네 군데에 이른다. 이중 청주시가 8통 및 11통 소방도로 개설에 들인 예산만 각각 5억6700여 만원(보상비 5억 공사비 6700여 만원)과 2억4400여 만원(보상비 1억7000만원 공사비 7400만원) 등 8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인 소방도로는 그동안 하천복개 이후 도로로 활용돼 온 구거부지 도로 바로 옆에 개설됨으로써 예산낭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도로간에 서로 다른 높낮이를 그대로 방치한 채 공사를 마친 데다가 도로와 도로 사이에 값비싼 경계석까지 설치, 도로의 통합적 기능이 전혀 발휘될 수 없게 해 놓았다.
만약 기존의 구거부지 도로와 신설 소방도로들이 서로 연계되도록 설계가 이뤄졌다면 이 일대는 왕복 4차로가 넘는 대로(大路)의 위용을 갖추고도 남았을 것이다. 더구나 분평동 8통에 신설된 소방도로의 경우 전체 길이 130m중 마지막 부분 30여m가 기존 구거부지 도로와 불과 3-4m 안팎의 간격만 유지하도록 좁은 '시옷(ㅅ)'자 형상을 하도록 설계, 비효율적 도시공간 활용의 전형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분평동 지역에 신설된 도로들은 당초 목적한 소방도로의 기능은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각종 차량의 주차편의를 위한 '값비싼 무료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 이모씨(44)는 "이곳을 지나다 보면 늘 신설 도로 양편에 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돼 있고 통행 차량들은 예전처럼 구거 부지 도로를 이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유사시 이 도로들이 소방도로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극히 의심스럽다"며 "누구를 위한 도시계획 행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개설한 도로들은 도시계획상 소방도로로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아온 도로였다"며 "그동안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손해와 불편을 겪어온 도로편입 예정 토지주들의 민원이 상습적으로 발생해 와 더 이상 도시계획의 집행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억울한 시민의 피해구제와 민원해소 차원에서 앞으로도 장기 미집행 도로개설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계획의 실천이란 명목으로 지금과는 제반 도시환경이 크게 달랐던 20여 년 전의 도로계획을 이제와서 주변여건에 대한 고려없이 맹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도시계획을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방대한 작업인 관계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도시계획 편입토지에 대한 매수청구권 제도를 적극 활용, 토지의 보상을 통해 민원은 해결하는 대신 수용토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보다 합목적적인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은 얼마든지 검토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분평동지구 소방도로 개설 현장은 주변 여건과 연계한 통합적인 도시계획의 설립·집행이 얼마나 절실한 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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