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원 충북청주환경련 상임대표

경칩이 지나 기승을 부리던 늦추위도 한풀 꺾이자 대지에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두꺼비들의 산란지인 원흥이 방죽 여기저기서도 생물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긴 겨울 잠에서 깨어나 원흥이 방죽에 알을 낳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한 암, 수컷 두꺼비들의 행렬이 은밀한 가운데 부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여태껏 보지 못한 20센티에 육박하는 육중한 암컷 등 위에  3분의 1도 채 안되는 왜소한 체구의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올라붙어 있는 모습은 흡사 새끼를 업은 어미의 모습마냥 정겹다.

작년 한해 제가 태어난 고향 방죽에 알을 낳기 위해 내려왔던 350여 마리 두꺼비 가운데 50마리 가량은 도로에서 차에 깔려 죽거나 야생동물에게 잡아먹혔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방죽물로 인해 몸이 기형이 되거나 사망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200여마리의 두꺼비가 원흥이방죽으로 내려왔고 30여 마리는 오는 도중 도로에서 깔려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살아남은 녀석들은 3-4일전부터 이미 알을 낳기 시작했다.

아늑하고 깨끗했던 고향 방죽 마을이 너무나 황폐하게 오염되어 버린 탓에 두꺼비들은 참으로 모진 시련을 겪었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태어난 곳을 저버리지 않고 왼발 오른발 한걸음 한걸음 엉금엉금 내딛으며 원흥이 방죽을 찾아든 것이다.

그러니까 작년 5월 두꺼비 올챙이들에게서 심각한 이상증세를 발견한 원흥이생명평화회의 활동가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그 이상증세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꺼비 올챙이들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새끼두꺼비들의 몸이 굽는 등 심각한 이상이 나타난 주요 원인은 주로 원흥이방죽 시설물에 쓰인 콘크리트와 다리 ,관찰데크 ,울타리등에 쓰인 방부목에서 스며나온 중금속 성분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최근의 콘크리트 독성을 연구한 한 환경전문가에 따르면 원흥이방죽 뿐 아니라 강원도 인제와 평창에서도 상류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한 후 거기서 흘러나온 독성물질로 인해 송어양식장의 송어 수만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콘크리트에서 왜 이처럼 심각한 독성물질이 나오는 것일까.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다 접착성을 강화하기 위해 점토,철광석 ,규석 등을 섞어 1450도의 고온에서 구워 만들었으나 최근들어 생산원가 절감과 폐자원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석회석에 산업폐기물을 혼합해서 시멘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70미터에 이르는 긴 시멘트 소성로 속에서 고온의 석회석과 함께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폐페인트 등을 넣어 태우게 되면 폐기물들이 타면서 소성로 속의 온도를 올려 주고 타고 남은 재는 석회석가루와 섞여 시멘트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중금속과 발암물질 덩어리인 폐기물 소각재가 시멘트에 섞이다 보니 시멘트가 심각한 독성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시멘트 가루가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폐부동액을 응고지연제로 사용하는 회사제품까지 있다고 한다.

1999년 이후 정부가 산업폐기물을 시멘트 제조공정에 넣어 쓸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폐기물 사용기준이나 시멘트제품 기준을 전혀 마련치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회사에 따라 시멘트제품에 포함된 납,구리 등 중금속이나 6가 크롬 등 발암물질 함유량이 큰 차이를 보이게 되었고 다수의 회사제품에서는 정부지정 폐기물보다 더 많은 발암물질이 함유된 사실이 요업기술원의 실험결과 밝혀졌다.

사람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 뿐 아니라 도로,하천 제방 , 교량 등 뭍과 물을 가리지 않고 시멘트로 마감질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독성 덩어리인 시멘트가 두꺼비새끼들만 상하게 할뿐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예전처럼, 새 건축물도1-2년만 지나면 시멘트 독이 다 날아간다고 어느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시멘트는 이미 옛날의 시멘트가  아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어린 아이들이 새집 증후군으로 고통을 호소했을 때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했던가. 인간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회가 두꺼비의 고통에 응답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한갓 부질없는 짓일까.

그렇지만 원흥이 방죽에 가 보면 ,오늘도 그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두꺼비들을 보살피면서 사람과 두꺼비가 다같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새 세상을 꿈꾸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두꺼비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