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우선 스스로를 많히 알려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든 나쁘든 남이 알아야 선거에도 나오고 심판도 받는다.  그런데 이 알리는 과정이 조잡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  처음 대중 앞에 나타났을 땐 신비로움마저 주다가 어느 시점에선 갑자기 이미지상으로 추락한다든가,  활동은 열심히 하는데 오히려 하는만큼 멀어지는 사람이 많다면 분명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  '자신'이라는 상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과정에 무슨 하자가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정치인을 대하며 가장 거북함을 느낄 때는 평소와 판이하게 달라 보일 경우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된 사람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나타난다든가, 혹은 자신이 처했던 전후관계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 등이다. 더 쉽게 말해 출세하거나 조금 잘 나간다고 해서 너무 뻐기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정치인이 처음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좋아하고 호감을 느낀다.

 요즘 지방신문을 보면 내년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인사들이 종종 칼럼 형식의 글을 기고하는 것이 눈에 띈다. 물론 언론이 성별이나 직업에 구애없이 모두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내년 총선지망생들이 언론에 낯을 내는 것은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기고 내용을 곰곰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공개념, 즉 지역발전이나 정치발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만약 그런 훌륭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제발 선택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를 쉽게 받아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들의 기고가 신문에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변의 쑥덕공론, 예를 들어 "정말 본인이 직접 썼을까? 쓴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아냐?..."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개인적인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다면 그들의 기고 내용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미 주변 사람들은 이들 정치지망생들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내려 놓고 있다.  말이 나름대로의 평가지, 지금의 생각이 결국 내년 선거에서 본심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 평소의 자기모습이나 자기식견에 크게 벗어나는(?) 논리와 언변을 늘어 놔 봤자 곱게 봐 줄리 없다.  정치인 내지 지망생들이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을 알리려는 것은 자유이지만 글쎄, 그 약효는 속단일지 모르지만 별로인 것같다.

 선거철이   다가 오면 정치부기자들은 한가지 고민에 빠진다.  평소 알고 지내는 인사들로부터 모종의 청탁을 받는 것이다.  그 청탁은 다름아닌 자신을 요령껏(?) 알려달라는 것이다. 물론 그 당사자가 기사거리에 어울리는 '소스'를 제공한다면야 기자가 스스로 알아서도 쓸 판이지만 대부분 기사거리가 못 된다.  그런데도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당사자들은 기대감을 갖고 기자를 대한다.  때문에 기사가 나가면 둘간의 관계는 더 돈독해질 수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둘간의 관계가 금방 썰렁해진다. 평생 등을 지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때로는 이런 관계가 언론사와 정치인 사이에도 빚어지는데 지방에서 특히 심하다.

 최근 각종 언론에 기성 정치인 내지 지망생들의 글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배경엔 이런 떳떳치 못한 속내도 있다.  때문에 유권자의 입장에선 냉정한 잣대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더 바람직스러운 것은 정치인들 스스로 이런 촌스러운 자기PR을 그만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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