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여성장애인 쉼터 수요조사 요구에 市 ‘수요없다’ 응답
일반 쉼터에서도 거부,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 갈 곳 없어

성폭력·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쉴 공간이다. 이를 위해 마련된 것이 쉼터다. 2005년을 기준으로 전국에는 성폭력 쉼터 16곳, 가정폭력 쉼터 47곳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비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60여 곳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여성장애인을 위한 쉼터는 크게 부족하다. 서울 2곳, 부산·광주 1곳 등 4곳이 전부다.

여성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 청주시가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전국에서 4번째로 여성장애인 쉼터를 설치할 수 있었음에도 업무소홀로 인해 기회를 무산시켜 빈축을 사고 있다.

여성장애인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은 참담하다.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요소가 작용해 장애남성보다, 그리고 비장애여성보다 훨씬 더 낮은 사회적 위치를 부여받고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에 대한 가정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도내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 연간 70여명
2007년 12월 충북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내 전체 장애인 수는 7만 8841명이고 이 가운데 여성장애인수는 3만 899명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성폭력상담소를 찾은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는 71명에 이른다. 권은숙 성폭력상담소장 “해마다 70명에 이르는 여성장애인들이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상담한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드러난 사건일 뿐이다. 더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고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여성장애인들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충북여성장애인연대는 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한 2002년 이래 지속적으로 쉼터 설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사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여성은 일반 쉼터에 머물기도 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여성문화센터 내 임시보호센터나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서 기거했다.

이 밖에도 2005년까지는 전 성폭력상담소장의 개인주택을 쉼터로 활용하고 여성장애인연대 근무자들의 집도 쉼터로 사용됐다. 김상윤 상담사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서에서 우리에게 연락을 한다. 도내에 여성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없어 지역에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땐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타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지역에서 머무르는 이들은 형편이 조금 나은 것이다. 타 지역으로 옮겨지면 경찰조사를 받을 때마다 먼 거리를 다녀야하는 불편이 따른다.

도내 비장애인 대상 쉼터만 3곳
충북에는 ‘드보라의 집’ ‘가이아’ ‘엘림의 집’ 등 3곳의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모두 비장애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시설이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대개 주변인에 의해 범죄가 자행되다 보니 비밀리에 격리할 수 있는 쉼터가 더욱 절실하다. 여성 장애인 쉼터가 없는 까닭에 몇 차례 이들 시설을 이용한 적이 있지만 이도 녹록치 않다. 권은숙 소장은 “생활교사는 이해하고 받아주려고 하지만 일반 이용자들이 함께 있길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대부분이 지적장애인이다 보니 비장애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눈칫밥(?)을 먹으며 지금껏 버텨왔다.

넝쿨 채 들어 온 호박에 ‘발길질’
지난 2003년에는 충북도 여성정책관실로부터 쉼터 운영을 제안받기도 했다. 권 소장은 “당시 충북도로부터 건물 구입비로 전액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와 함께 5000만원의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적은 돈이지만 적당한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편의시설 설치에만 1000만원이 들고 운영비와 상근인력 활동비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세비용, 편의시설비, 운영비, 인건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기회가 찾아왔다. 여가부가 지난해 2월 기능보강사업 유보액을 이용해 가정폭력 또는 성폭력 장애인 보호시설 신축을 추진했다. 정부 예산 1억 9000만원에 지자체 예산 1억 9000만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3억 8000만원이었다. 또한 인건비와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지원돼 안정적으로 쉼터를 운영할 수 있어 지역 여성장애인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여성장애인연대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실시계획이 무산된 다음이었다.

권 소장은 “지난해 8월 충북도로부터 시설 감사를 받던 중 도 관계자로부터 지난 2월과 3월에 폭력피해 장애인 보호시설 신축 수요를 파악하는 공문을 시·군으로 내려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장애인연대를 비롯해 장애인복지관 등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있음에도 청주시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충북도에 수요가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억 8000만원이란 돈이면 건물을 신축하고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상담소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수요가 없다고 답을 했을 청주시에 대해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장애인연대는 이후 청주시 관계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불쾌함을 토로했다. 면담자리에서 시 관계자는 ‘다른 업무로 바빠 여성장애인 쉼터 건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미안하다’며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 관계자는 ‘여가부나 도에서 내려오는 공문에 대해 일일이 단체에 확인하거나 보낼 의무가 없다. 시의 상황을 봐서 할 만하면 시행하는 되는 것’이라고 상식 밖의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여성장애인연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부임 전 일이라 서류상으로 밖에 확인할 수 없다. 직원들도 모두 바뀌었다. 서류상으로는 당시 공문을 받은 시점이 수요를 조사하고 설치를 추진하기에는 시일이 짧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북도가 2월과 3월, 2회에 걸쳐 수요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 시간이 촉박했다는 청주시의 답변만으로는 납득할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여성장애인연대의 판단이다. 그 보다는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충북도, 수동적 업무도 한 몫(?)
시 관계자는 향후 여성장애인 쉼터 설치 계획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무엇 하나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 쉼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번과 같이 예산을 세워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책정한다든지, 앞일을 전망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장애인연대는 청주시의 업무실수로 벌어진 일인 만큼 자체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쉼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최미애 도의원은 청주시의 책임 뿐 아니라 충북도 해당부서의 열의와 헌신성의 결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도행정사무감사에서 최 의원은 여성장애인 쉼터 설치와 관련 도의 업무능력에 대해 지적했다.

최 의원은 “여가부의 예산이 책정돼 신청만하면 쉼터를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도는 수요조사 공문을 보내는 것에 그쳤다. 담당부서라면 일상적으로 관련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수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의원은 또 “여성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예산을 내려줄 것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8 세계여성의 날 역사
908년 미국 방직공장 여성노동자 1만5천여명은 뉴욕 롯저스 광장에 모여 ‘노조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임금 인상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10시간 노동 보장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라’며 무장한 군대에 맞서 싸웠다. 이 투쟁은 트라이앵글이라는 피복 회사의 여성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은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미국은 공황으로 인한 경제침체기로 여성노동자들은 빵 대신 먼지를 마시며 하루 12-14시간씩 일했지만 선거권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자유도 얻지 못했다.

1909년 미국 내 여성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으며, 2년 뒤인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세계 진보적인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운동가대회를 열고 독일의 여성노동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의 제안에 따라 ‘미국 섬유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된 시위를 매년 세계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날은 전 세계 여성들이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는 날이며, 이를 계기로 각 국에서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남녀차별 철폐, 여성빈곤 타파 등의 여성운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1915년 멕시코와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제 1차 세계대전 반대 및 물가안정 운동, 오스트리아. 에스파냐에서 일어난 군부독재 반대운동, 1943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무솔리니 반대시위를 비롯해, 1979년 칠레의 군부정권 반대시위, 1981년 이란 여성들의 차도르 반대운동, 1988년의 필리핀 독재정권 타도 촛불 시위 등이 그 대표적인 투쟁이다.

5월 1일이 전 세계 노동자들이 그 해 노동자의 요구를 외치고 연대를 다짐하는 날이라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차별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세계 여성의 단결과 연대를 확인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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