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총선 이상 감지, 공천 ‘난기류’
8개 선거구 중 절반 내정 나머진 재심의

한나라당의 총선 행보가 조심스러워졌다. 호남을 제외하고는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식으로 자신만만하게 총선을 준비해오다 비로소 발아래를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대선 압승에 힘입어 총선 승리를 자신하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성된 난기류를 확인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3일 ‘충북 정치 1번지인 청주 상당에 한대수 전 청주시장, 제천·단양에 송광호 전 도당위원장을 각각 공천내정자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보은·옥천·영동 심규철 도당위원장, 충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어 충북지역 전체 8개 선거구 가운데 4개 선거구의 공천이 확정됐다.

▲ 이렇게 함께 환호할 때 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총선 가도는 탄탄대로 였고 모두가 한마음 한 뜻이었다. / 사진=육성준 기자
한나라당은 그러나 청주 흥덕갑과 흥덕을, 청원, 증평·진천·괴산·음성은 상대 후보와의 여론조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일단 공천자 내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구는 대부분 당초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밀었던 이른바 MB맨들이 손쉽게 공천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던 곳이다. 따라서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공천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긴박감이 조성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청주상당 본선경쟁력 절대 기준
당초 공천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청주 상당에 한대수 전 청주시장을 확정한 것도 충성도보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전 시장은 당초 MB계열로 간주됐지만 경선 당시 충북도당위원장이었던 까닭에 표면상으로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던 경우다.

이에 반해 공천경쟁자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오장세 전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의 주변을 맴돌다 정치적 결단을 통해 이명박 지지를 공개 선언하고,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케이스. 따라서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청주 상당에서 공천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었다. 또한 면접 이후에도 공천내정설이 나돌던 청주 흥덕갑·을과 달리 경합이 점쳐지기도 했다.

한대수 후보는 이에 대해 “지지도, 신뢰도, 당선가능성 등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았겠는가. 결론적으로 상대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정치의 당연한 생리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공천 탈락 직후 모 통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황스럽다. 지금상태에서는 경황이 없어 뭐라 할 얘기가 없다”며 간략하게 의견을 피력한 오장세 전 충북도의회 의장은 3월4일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한 채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오 전 의장은 조만간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흥덕갑 공천구도 ‘오리무중’
각각 3배수로 후보를 압축한 상태에서 막바지 공천심사를 거친 청주 흥덕갑과 흥덕을은 오히려 선거구도가 더 복잡해졌다. 당초에는 ‘MB가 선택한…’을 내세운 예비후보들이 비교적 손쉽게 공천을 따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앙선대위 등에서 활동했던 이 인사들의 인지도가 발목을 붙잡게 된 것이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흥덕갑의 윤경식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흥덕갑 예비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적합도 조사에서 압도적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확정하지 않고 애를 먹이고 있다. 현역인 상대 당 후보와 가상대결(여론조사)을 벌여 후보를 확정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고도 엉뚱하게 간다면 말이 안된다”며 공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위원장은 또 “일부 후보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홍보했는지 모르지만 공당으로서 당내화합과 총선승리를 고려해 공정한 공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서울시 근무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손꼽혀온 김병일 전 서울시경쟁력강화본부장도 공천을 자신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청주에서 활동해온 인사들에 비해 인지도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인지도로 결론을 낼 거라면 내려오지도 않았다. 개혁공천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내려온 것이다. 결과를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흥덕을 선거구도 복잡하게 꼬여있기는 마찬가지다.

흥덕을 ‘마땅한 후보가 없다?’
대선 전초조직인 안국포럼에서부터 공보특보로 활동했던 송태영 당선자 부대변인과 안재헌 도립 충북과학대 학장 등으로 후보가 압축된 청주 흥덕을은 사실상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 공천 확정이 보류된 경우다.
최근 중앙의 한 일간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원종 전 충북 지사와 만나 ‘청주 흥덕갑·을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는 의견을 교환하고, 전략공천 등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주문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 전 지사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만남 자체를 부인하며 자신을 정치적으로 연관 짓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재섭 당 대표도 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차 압축을 통해 여론조사 대상을 2,3명으로 결정했어도 이들을 반드시 공천하는 것은 아니며, 여론조사를 해서 상대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빠진 사람을 다시 넣거나 좋은 사람을 구해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공천한 충주와 마찬가지로 전격 전략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한 소식통은 “이원종 전 지사에게 주어진 모종의 역할은 자신의 직접 출마보다는 중량감 있는 인물에 대한 추천 쪽이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청원, 계파에 치우쳐 편중된 칼질?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들의 계파별 성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특정 계파에 치우쳐 편중된 칼질을 한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청원 선거구가 그런 경우다. 경선 당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가운데 충북에서 가장 먼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오성균 위원장도 그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모 위원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위해 헌신했고, 타 후보와의 경쟁력에서도 자신이 있는데 공천내정에서 제외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필요한 시점에 공천을 내정해주지 않아서 꼴이 우습게 됐다. 특정 학교의 학맥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려는 것도 문제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그동안 고생한 것을 외면하고 전략공천을 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위원장은 ‘MB가 챙겨줘야할 0순위’라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자신이 공천을 받아야할 정당성에 대해 역설했다.

오 위원장과 공천을 겨루고 있는 서규용 전 농림부 차관은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자신이 우세하다”며 인물론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우위를 자꾸 거론하는데, 선거운동을 시작한지 한달 밖에 안된 내가 4~5년 동안 지역구를 관리한 사람을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 전 차관은 또 “민주당 변재일 후보도 정통부 차관을 지냈다지만 나보다 후배이고 농업인구가 30%에 육박하는 청원군에서는 당연히 내 인적 네트워크가 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며 “대선 기여도를 운운하는데, 청주고 동창인 윤진식 전 장관과 함께 속리산경제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음·괴·증 경대수 Vs 김현일 구도
한나라당 예비후보만 10명이 난립했던 진천·음성·괴산·증평 선거구는 치열한 경쟁을 반영해 1차 4배수로 후보를 압축한 상황에서 다시 양자대결로 압축한 채 최종 낙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향 인사로 볼 수 있는 경대수 전 제주지검장과 김현일 전 중앙일보 정치부장이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경 전 지검장과 김 전 정치부장은 예비후보 등록 초기부터 서로 공천 내락설을 자신했을 정도로 나름대로 중앙의 실력자와 교감이 있었음을 내세워 왔다. 사실상 지역에서의 인지도 등의 측면만 놓고 보면 4배수 안에 포함됐던 김경회 전 진천군수나 17대 총선 출마경력이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오성섭 이사 등이 더 경쟁력이 있겠지만 참신성 등을 고려해 2차 압축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모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어차피 당내 공천이 양자대결로 압축된 이상 두 예비후보의 인지도, 상대 후보와의 경쟁력 등을 집중 검토해야 하는데 인지도 측면에서 우리 후보가 월등히 앞서고 있고, 본선 경쟁력에서도 우리는 이기는 반면, 타 후보는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보고 이미 본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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