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정치부장

정치인은 누구나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 사기나 간통과 같은 파렴치한 뉴스의 주인공만 아니라면 신문 머리기사나 방송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과거 민선 청주시장을 지낸 모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에 대한 기사는 비판이든 홍보든 무조건 크게만 써 달라”고 넉살좋게 말해 저격수를 자처했던 기자를 아연실색케 하기도 했다.

한때 중부권 대망론을 펼치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5.31 지방선거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정우택 충북지사도 요즘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 안팎으로 노력중이라는 후문이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만큼 지역언론보다는 중앙언론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다.

연초에는 중앙일간지와 잇단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경우 1977년 카터대통령 이후에 아버지 부시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모든 대통령이 주지사 출신이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자치단체장이 뚜렷한 업적을 갖고 대통령에 나서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대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서울시 지하철역에 게재한 충북도 홍보 광고에도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포토샵으로 희멀건 하게 처리한 정 지사의 얼굴이 지나치게 도드라져 보여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일간지는 지난달 ‘대권도전을 공식 발표했던 정우택 충북지사가 오는 2010년 임기를 마친 후 서울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해 귀추가 주목된다’고 보도해 화제가 됐다. 보도의 골자는 ‘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박진(종로), 정두언(서대문을)의원 등이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고,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져야하는 정 지사가 보궐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설 같은 얘기지만 정치는 가끔 각본을 따라 연기를 하는 것처럼 소설 같은 얘기가 현실이 되기도 한다. 소설이란 말이 나온 김에 항간에 떠도는 꿈같은 빅딜설을 하나 더 옮겨보겠다. 역시 2010년 보궐선거 출마설인데 이번에는 공간적 배경이 충북이다. 충북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2년 뒤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하고 정 지사는 오히려 그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 그 스토리다. 지역구와 함께 구체적으로 인물이 거론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 지사는 소설 같은 얘기들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도정에 최우선을 두고 있으며 다른 길은 아직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지사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들이 꼬리를 무는 것은 정 지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국회의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정보다는 정치가 적성에 맞는다’는 류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지사의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측근들이 소설가라면 소설가가 되어서 정 지사를 주인공 삼아 실명소설의 창작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도지사 대망론으로 무장한 정 지사는 광역시장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을 통해 ‘꿈의 실현’을 가늠해보고 있을 것이다. 물론 꿈꾸는 것은 자유이고, 꿈이 현실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자신의 말 대로 성공한 도지사로 뚜렷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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