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출마 통일교 유력 인사, 공약 제시
청주·오송·오창, 강원 춘천과 경쟁

18대 총선에서 전국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한 평화통일가정당(총재 곽정환·이하 가정당)이 3월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245개 지역구 후보확정 ‘2008 총선필승 전진대회’를 갖는 등 세 과시에 나선 가운데, 청원에 출마하는 손병호 예비후보가 제시한 일화그룹 본사 및 공장의 청원 이전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은 대선 압승을 기반으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려는 한나라당과 구 민주당과의 통합과 견제론에 힘입어 반격에 나선 민주당의 양자대결 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 충청권 돌풍을 기대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조차도 국지전 승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통일교가 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지역의 한 후보가 (주)일화의 본사를 지역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사진은 (주)일화 초정공장.
따라서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으로 양분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문국현 대선 후보가 사실상 단기필마로 서울 은평을 선거에 뛰어든 창조한국당 등 군소정당의 경우 여의도 입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가정당도 통일교의 자금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는 등 총선에 올인(all in)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구에서 승전보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얘기다. 따라서 전 지역구 출마라는 인해전술을 통해 정당득표를 끌어올림으로써 비례대표 진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당이 인해전술과 함께 내세운 또 하나의 전략은 통일교의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해 지역개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유포하는 것이다. 실제로 청원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손병호 (주)성화사 대표이사는 일화그룹 본사의 청원 유치, 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국제행사 참가자 가운데 10만명을 청주국제공항으로 유치하겠다는 매머드급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본사 관계자 “이전 계획 맞다”
손병호 후보가 “99%는 확신한다”며 내세운 일화 본사의 청원 이전은 (주)일화그룹 본사에 확인한 결과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주)일화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본사 이전설에 대해 “충북에서 청주와 오창, 오송, 강원도 춘천 등 전국 4개 지역을 놓고 본사 및 연구소, 의약공장, 인삼사업부 등을 확대해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에 대상지를 결정해 올해 안에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체적으로 어느 곳이 유리하다고는 말해줄 수 없다”면서 “어찌됐든 우리 회사가 이전하게 될 경우 지자체는 세수 확보와 고용창출 등에 있어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1년 일화제약으로 출발한 (주)일화는 경기도 구리시에 본사와 연구소, 인삼사업본부, 제약사업본부, 식품사업본부를 두고 있으며, 음료를 생산하는 청원군의 초정공장을 1979년에 준공해 가동하고 있다.

현재 구리 본사와 공장의 인력은 약 200명이고 2008년도 예상 매출액은 750억원이다. 손 후보는 본사 이전과 관련해 “청량음료 공장이 이미 청원에 있고, 증평이 인삼의 주산지인 점을 고려할 때 본사의 청원 유치를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도, 나서진 않아도 은근히 기대
충청북도 경제투자본부 권영동 투자유치팀장도 “지난해부터 나기정 전 청주시장 등이 나서서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교적으로 의미를 확대하기보다는 큰 기업이 지역에 들어온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치를 장담하고 있는 손 후보의 통일교 내 영향력. 이에 대해 지역의 한 통일교 관계자는 “손병호 후보는 현재 통일교의 젊은 리더 가운데 1인자인 황선조 회장의 최측근이다. 성화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가정당 총재인 곽정환 천주평화연합의장을 도와 피스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던 것만 봐도 손 후보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가정당의 충북 공약 가운데 눈길을 끄는 또 한가지는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방문객 가운데 10만명을 청주공항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손병호 예비후보가 밝힌 통일교 관련 외국인 방문객은 연간 약 34만명. 이 가운데 일본 나고야나 오사카와 청주를 잇는 정기노선만 개설하더라도 연간 10만명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후보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성화사가 통일교 관련 출판물 뿐만 아니라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능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정기노선만 개설한다면 방문객 유치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며 “통일교 국제연수원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기 때문에 청주가 인천보다 접근성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기독교계 “좌시하지 않겠다”
하지만 평화통일가정당의 총선 도전과 통일교 계열 기업의 지역 이전 추진 등은 지역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는 등 자칫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의 원로인 A목사는 (주)일화 본사의 충북 이전설에 대해 “종교 교리 상으로 이단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통일교가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폐해가 많지 않느냐”며 “기독교협의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본격적으로 이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목사는 또 “지역의 유력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통일교 주선으로 일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통일교가 이미 우리 지역에도 깊숙이 침투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어찌 됐든 (주)일화의 본사 이전 여부를 떠나 평화통일가정당의 출연은 적지 않은 논란의 불씨를 지필 전망이다. 기독교 청년단체 등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정치인 Q씨는 “사실 통일교 기업의 본사 이전은 좀 애매한 문제”라고 운을 뗀 뒤 “기업 이전만 놓고 보면 지자체나 군민들은 세수 확대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겠지만 기독교 입장에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종교적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씨는 또 “특정 종교가 그 색채를 숨기고 정치를 통해 그 힘을 국가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은 기독교인들이 가정당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잠잠하지만 총선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나게 되면 적어도 교회라인을 통해서라도 낙선운동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여수 땅 3% 통일교가 매입
통일교 계열 기업의 지역 진출이 갈등을 불러온 사례는 최근 전남 여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2012년 세계엑스포를 유치한 전남 여수는 그야말로 통일교 공화국. 정부가 세계박람회 유치에 뛰어들기 전인 2003년부터 통일교 계열그룹인 (주)일상해양산업(회장 황선조)이 에버랜드 면적의 7배에 달하는 991만㎡(약 300만 평)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5년까지 세계적인 종합 해양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일교가 여수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개발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주)일상이 매입한 여수지역의 토지가 무려 전체 면적의 3%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를 사들이고도 여러 이유로 아직 이전하지 못한 것까지 감안하면, 그 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주)일상이 여수를 택한 것은 여수가 경남 통영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미항(美港)이라는 점도 고려됐겠지만 통일교 실력자인 황선조 회장의 고향이 여수라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여수시교회연합회 등은 ‘순교성지 여수의 통일교 성지화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통일교가 세계엑스포 유치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측면을 들어 ‘기업의 정당한 투자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논리도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와 함께 널리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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