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8000억원 투자, 면적 330만㎡ ‘전국 최대’규모
“교육이 主, 나머지는 副” 혹시 ‘주객전도’ 아닌가?

‘충북의 미래를 여는 새역사’ ‘비상하는 경제특별도 충북의 드림 프로젝트’. 차이나월드를 소개하는 충북도의 문구다. 민선4기 들어 정우택 지사의 지시로 추진된 차이나월드는 ‘2008 10대 현안사업’에 선정돼 현재 계획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도는 지난 2월 26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투자유치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3월에 사업제안 공모 공고, 6월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그리고 12월에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이나월드는 교육·유통·문화·위락·숙박·체육시설이 동시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도는 “중국어 교육·문화 등을 주제로 하는 세계적 수준의 복합단지를 조성하여 경제특별도 충북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있는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도내 시·군으로부터 신청을 받은 결과 현재 청원군 강외면과 제천시 신월동이 후보지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장소는 6월에 민간투자자가 결정돼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충북도는 지난 2월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차이나월드 조성사업 투자유치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4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부지 100만평, 시설비 1조8000억원
차이나월드는 면적이 330만㎡로 1조8000억원 가량의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다. 100만평의 부지에 1조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만큼 충북도로서는 대단히 큰 규모의 사업이다. 하지만 각종 인·허가 등 행정적인 지원과 진입도로 및 용수공급 같은 기반시설을 충북도에서 해줄뿐 자금부담은 민간투자자들의 몫이다. 따라서 항간에서는 이렇게 많은 자금을 투입할 민간투자자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중국어마을 연구용역을 맡았던 충북개발연구원은 지난해 4월 공청회에서 100만평 규모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해 만드는 제1안을 가장 타당하다고 소개했다. 중국어마을은 차이나월드로 바뀌기 전 당초의 이름. 나머지 제2·3안은 이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대규모 시설로 외자유치가 용이하며 관광과 연계해 시너지 발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느냐며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육종각 충북도 중국어마을TF팀장은 “투자유치설명회 때 중국인 20여명을 포함해 43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삼성·현대·GS·대우 등의 대기업과 금융기관까지 와서 성황을 이뤘다. 이 날 특별히 상담을 하고 간 업체도 60개나 된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액이 많은 만큼 여러 군데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자금 동원 못지않게 관심이 많은 것이 차이나월드에 과연 어떤 시설들이 들어서느냐이다. 충북도에서 밝힌 청사진은 중국어 교육시설·비즈니스센터·음식타운·역사문화체험관·차이나타운·놀이시설·호텔·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한다는 것.

육 팀장은 “교육시설이 필수이고 나머지는 부대시설이 될 것이다. 교육시설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원어민에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중국어학교인 자립형 특수목적고, 중국 유명대 분교, 평생교육시설 등을 교육기관과 협의해 설치할 계획으로 있다”고 밝혔다.

차이나월드는 교육시설이 필수이고, 민간투자자에 따라 부대시설은 달라질 가능성이 많다. 민자유치에 의한 사업이기 때문에 누가 사업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시설이다. 이를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다. 도 관계자는 “이미 선을 보였던 영어마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영어마을의 실패를 아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 충북도가 만든 차이나월드 홍보 디자인. 투자자가 과연 이 사업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혹시 ‘주객전도’ 될라
충북은 수도권에 비해 외국어교육 인프라가 현저히 떨어지는데다 중국어 같은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중국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고 2050년에는 세계 1위권으로 올라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 사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았던 충북개발연구원측은 이런 분위기와 충북이 통상·국제교류·관광레저·문화 등의 특화된 분야 전문가 육성 노력이 부족하다며 중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우택 지사 또한 처음에 중국어마을 조성 이야기를 꺼낼 때 중국과 교류를 하려면 중국과 중국어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굳이 중국으로 유학가지 않고도 수준높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차이나월드의 기본방침인 것을 고려해 보아도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차이나월드는 교육시설 외에 유통·문화·위락·숙박시설이 종합적으로 있는 복합단지다. 이 때문에 부대시설이 오히려 主가 되고 교육시설이 副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김경석 충북대 기획처장은 “오창에 충북대부지가 있고, 우리 학교에서 공자학원도 운영해 차이나월드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충북도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청원군과 협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현재 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월드는 교육시설인지 위락시설인지 분명치 않다. 그래서 둘중 하나로 성격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혹시 교육을 빙자한 관광위락시설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차라리 관광위락시설이라면 국내에서 최고로 좋은 놀이시설을 만들고 교육시설은 따로 떼어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두 가지를 합쳐 놓으면 자칫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물건이나 식당 등을 이용하면서 중국어를 몇 마디나 써먹을 수 있겠느냐는 그는 중국인 판매원을 배치한다는 명분아래 중국사람 일자리만 늘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차이나월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것이다. 한 군데에 모든 것을 담다보면 특성이 없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

현재 도내 다른 대학에서도 차이나월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 참여한다면 교육쪽인데 이 분야의 위상이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관건이다. 아마 다른 대학들도 이런 점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도내 대학들에 중국유학생들이 몇 백명씩 들어와 있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잘 된다면 대학에서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놀이시설쪽으로 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면서 “차이나월드에서 중국으로 유학가는 학생들까지 수용하겠다는 목적이면 시설과 내용, 강사진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상업적으로 갈 가능성 많아”
실제 도내 중국어 교육기관은 다양하지 않다. 사설 어학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다 이런 어학원의 숫자도 많지 않다. 공신력있는 기관이라면 중국 연변대와 공동 운영하고 있는 충북대의 공자학원(박스기사 참조) 정도를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설과 내용, 강사진 등 3박자가 맞는 중국어학교나 대학 분교, 평생교육시설이 들어선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간인이 투자하는 만큼 상업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지역의 모 인사는 “중국의 팽창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이 한계가 있어 더 이상 국내나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는데 중국을 테마로 한다면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민간투자자들이 교육을 주제로 초점을 맞출 것인가는 회의적이다. 투자한 돈을 뽑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육을 주제로 해서는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이나월드는 상업적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을 테마로 한 시설 중에서는 충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월드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광역시 동구는 차이나타운(상해거리)을 리모델링해서 세계적인 중국거리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초량1동 상해거리와 초량2동 외국인거리 일원에 대해 역사현장을 보존하고 관광명소화하기 위해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고, 건물을 중국풍으로 바꾸며 중국특산품 쇼핑센터 등의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인천광역시는 과거 차이나타운을 다시 활성화시카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구 운북동 일대 차이나타운은 한 때 1만여명이 북적이는 인천 최대의 상권으로 이름을 떨쳤으나, 1949년 중국정부의 외국이동 금지조치로 화교들이 떠나면서 이곳도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이곳을 관광특구로 지정한 인천시는 중국정부가 기증한 패루를 차이나타운 입구에 세우고 역사문화의 거리, 자유공원, 화교학교, 음식의 거리 등을 조성하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은 과거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중국인거리를 리모델링 한 것이어서 충북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차이나월드의 주요사항

▶ 사업개요
·위치: 충청북도 청원군 강외면 혹은
제천시 신월동
·면적: 330만㎡
·투자규모: 1조 8000억원
·사업기간: 2008~2012년

▶ 추진계획
·투자유치설명회: 2008년 2월 26일
·사업제안 공모 공고: 3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6월
·특수목적법인 설립: 12월

▶ 주요시설
·교육시설: 중국어강의실·체험교육장·기숙사 등 부대시설
·유통시설: 비즈니스센터·한방 헬스케어시티·실크타운·명품거리
·문화시설: 중국 31개 성 음식타운·역사문화체험관·차이나타운
·위락시설: 워터파크·놀이시설·스카이타워·실내공연장
·숙박체육시설: 특급호텔·리조트·골프장·승마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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