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걸순 교수 '기념 조형물 앞서 독립운동사 정리시급'


충북도내 3·1운동 및 독립운동 기념시설 대부분이 학술적 고증없이 세워지는 등 제대로 건립, 유지되지 않아 3·1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제천시와 진천, 보은, 단양군 등은 만세시위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념시설이 하나도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충북지방의 3·1운동과 유적지 현황' 논문에 따르면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충북지역의 3·1운동 기념시설은 15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독립운동 기념시설까지 포함하면 37개소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충북에서 3·1운동과 독립운동이 일어난 횟수가 일제 측 자료는 35회,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는 44회로 기록됐고 박 교수가 최소 50회 이상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기념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것은 전국의 독립운동 기념시설이 692개소인 것을 감안하면 5.3%에 그쳐 충북이 그동안 독립운동 의미에 무관심했던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논문에 따르면 주로 기념비 형태의 3·1운동 또는 독립운동 기념시설은 만세시위와는 동떨어진 곳에 건립됐거나 비문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되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충북지역은 3·1운동 때 도내 모든 곳에서 만세시위가 일어났고 이후 지속적인 독립운동이 펼쳐졌지만, 이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거의 없어 역사적·학술적 고증의 연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시·도가 각 지역별로 독립운동사 책을 발간하며 역사적 고증과 함께 학술적으로 독립운동을 조명하고 나섰지만 충북은 이런 연구작업이 전혀 행해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충북 지자체나 관련 단체 등에서 충북 3·1운동 및 독립운동사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연구와 기념시설의 건립 및 보완·유지 등이 절실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기념비 등 가시적인 조형물 건립에 앞서 3·1운동의 의미를 확대하고 사전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특히 충북 독립운동사의 학술적인 정리에 나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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