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로 선대위와 인수위에서 중책을 맡았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마저도 끝내 총선 출마로 내몰리게 된다면 새 정부의 충북 홀대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전망이다.
청와대·장관 인사서 철저하게 배제
측근들 결국 총선 전쟁터로 내몰려

과거 서울시장 시절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수도를 막겠다”고 발언했을 정도로 수도권 중심의 사고를 지녔던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이제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눈길의 범위를 수도권에만 한정하리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일단은 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보여준 청와대·장관인사는 철저히 충북을 배제했다고 단언해도 틀릴 게 없다. 장관 인사만 보더라도 충북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어 홀대론이 팽배하자 뒤늦게 특임장관에 내정됐던 청주여고(22회) 출신 이춘호 자유총연맹 부총재가 여성부 존치로 여성부장관으로 입각하는 듯 했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출범식도 하기 전에 낙마하는 망신을 겪어야 했다.

8명에 이르는 청와대 수석 인사에서도 충북은 한 자리도 챙기기 못했다. 그나마 한 단계 아래인 재정경제비서관에 음성이 고향인 김동연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관이 발탁됐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용하는 인맥 가운데 하나는 과거 서울시장 시절 측근들이다. 충북 출신 서울시 인맥은 서울시 대변인을 지낸 김병일 전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 이봉화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윤상진 전 정무비서관 등이 있다. 또 일찌감치 안국포럼 시절부터 MB캠프에 합류했던 송태영 당선자 비서실장도 있다.

쿼바디스! 윤진식
그러나 누가 뭐래도 최고의 거물급 측근은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이자 참여정부 초대 산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전 장관이다. 윤 전 장관은 서울산업대 총장 자리를 내놓고 캠프에 합류해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인수위에서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을 맡아 중용이 예상됐다. 실제로도 총리, 비서실장, 지식산업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고 일부 중앙언론은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도 갈 길이 불분명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이미 지역으로 내려와 총선에 뛰어든 김병일, 송태영 등 다른 측근들과 마찬가지로 총선 투입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

윤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윤 전 장관이 장·차관 할 때 고향(충주)에 강한 이미지를 주지 못해 이제와서 당 지지도만 붙들고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역인 이시종 의원이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청주고 40회 동창인 것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그러나 “판단은 본인의 몫에 달려있다. 조만간 결정을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문제는 윤 전 장관의 역할이 충북 총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조커(joker)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 여부다. 한때 자의든 타의든 청주 상당 출마가 거론됐다는 것은 나름대로 충북 총선의 견인차로 판단했다는 근거다.

그러나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A씨는 “윤 전 장관도 결국 다른 측근들과 마찬가지로 지역으로 밀려난 것이다. 어차피 새 정부가 수도권과 영남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작정하고 8석에 불과한 충북을 포기한 채 측근들을 내려 보내는 것 아니냐. 결국 충북의 민심도 잃고 지역에서 밑바닥부터 정치를 해온 우리 같은 사람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춘호 낙마 ‘급히 먹은 밥 체해’

도 고위공무원 청와대 라인 통해 ‘충북 홀대론’ 전달
靑, 비례대표 준비하던 李 발탁했으나 결과는 ‘참담’

▲ 이명박 당선자가 취임 직전 충북 출신 이춘호씨를 급히 여성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도 고위공무원이 자신의 사적 라인을 통해 청와대에 ‘충북 홀대론’을 급히 전달한데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정부 출범 이전에 낙마하고 말았다.
여성부 장관에 내정됐으나 24일 출범식을 하루 앞두고 사퇴한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가 입각 대상자로 전격 선정되기까지는 ‘충북 홀대론’을 청와대에 급히 전달한 충북도 고위 간부의 로비가 작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지역의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려는 수준에서 입각 대상자를 급히 선정하면서 결국 부동산 투기 의혹에 떠밀려 ‘자진 사퇴’라는 최악의 결말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충북의 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충북의 정치원로 J씨가 ‘충북 홀대론이 번지고 있는데 도에서는 무얼 하고 있냐’며 충북도 고위 관계자에게 경고메시지를 던졌고 도 관계자는 인수위와 청와대 보좌진 가운데 핵심인 P씨에게 지역의 여론을 전달했다”는 것.

당사자인 충북도의 고위 공무원은 이에 대해 “친한 친구인 P씨에게 지역의 여론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특정인(이춘호)을 천거한 것은 아니었다”고 확인해줬다.

결국 충북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감지한 청와대가 그나마 청주여고를 졸업해 지역에 연고가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당선자시절부터 서울시인수위, 서울문화재단 이사로 일했던 이 부총재를 특임장관에 전격 발탁한 것이다. 이 부총재는 이번 대선에서도 여성계 조직책으로 비선(秘線)에서 활약했다.

이 부총재가 당초에는 여성 몫의 비례대표로 국회 진출을 꿈꿨던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 부총재로서는 경위야 어찌 됐던 생각지도 않은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인터넷 충북인뉴스와 충청리뷰는 각각 1월16일, 18일 이 부총재의 한나라당 여성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다.

장관보다도 비례대표 선호?
문제는 ‘수건돌리기’처럼 이 부총재가 놓친 장관 자리가 다시 충북에 연고를 둔 인사에게 돌아올 수도 있지만 정작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6일 현재 여성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이계경 의원,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 이봉화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등이다.

이 가운데 이봉화 전 정책관은 경남에서 태어났지만 충주에서 초·중·고(교현초·충주여중, 충주여고 21회)를 모두 졸업한 충북 인물이다. 이 전 정책관은 당초 여성부나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거론됐으나 이 부총재의 낙마로 장관 후보로 거론되면서 동시에 비례대표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지역의 한 정계인사는 “본인 속이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임기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장관보다 4년 임기가 확실한 비례대표 의원을 선호할지도 모른다”며 “이번 이 부총재의 낙마로 장관자리가 주는 부담이 입증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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