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박경윤 군 “학생은 교사의 애완동물인가”
교사에 의한 폭력, 강제적 자율학습·보충수업 ‘고발’

▲ 지난 12일 세광고 졸업식에 저승사자를 연상케하는 복장으로 나타난 박경윤 군. 박 군은 세광고에서도 유일하게 수시모집에 서울대에 합격한 모범생이지만 전학 후 2년간 생활한 고교생활은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고 주장한다. 박 군은 학생의 인권회복을 위해 졸업식 당일 셔츠에 폭력교사 추방과 강제적 자율·보충 학습 폐지를 요구하는 항의문을 새긴 채 졸업식장을 찾았다.

청주지역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무분별한 체벌과 강제적인 자율학습과 방학 중 보충수업에 대해 재학생과 학부모가 시정을 요구하는 글을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세광고를 졸업한 박경윤 학생은 졸업식 당일 흰색와이셔츠를 입고 얼굴은 흡사 저승사자와 같은 분장을 하고 졸업식장에 나타났다. 박 군의 흰색 와이셔츠 앞면에는 ‘폭력교사 추방하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뒷면에는 ‘강제 보충수업을 즉각 폐지하라’는 항의성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박 군은 2008년 대학입시에서 세광고 유일의 서울대 수시합격자로 평소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던 조용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비인권적인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는 것이 박 군의 설명이다.
박 군은 지난 1월 12일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찾아 ‘교육감에게 바란다’라는 게시판에 ‘현 고등학교 교육의 실태’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또한 박 군의 아버지 박정기 씨도 ‘선생님들의 학생체벌은 즉각 중지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교사에 의한 체벌이 대해 박 씨는 “요즘은 군대에서도 구타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언어폭력, 신체적인 폭력이 일상적이고 상습화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체벌 등 학교폭력에 대해 박 군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2학년 때 세광고로 전학을 오게 됐다. 그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학교 안에서 폭력이 자행됐다. A 선생님이 주먹으로 학생의 얼굴을 가격하고 가슴을 발길질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여선생님인 B선생님을 비롯한 C선생님은 야구방망이로 학생들을 체벌했고 K선생님은 과격하기로 유명하다. 또 한 선생님은 학생을 교단 앞으로 불러내 당구채로 성기를 툭툭 쳐 당하는 학생을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 고등학교에서 학생은 선생님의 애완동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군은 또 이 같이 체벌을 넘어선 폭력상황이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경우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무엇을 잘못했고 왜 때리는지 설명을 하고 체벌을 하는 선생님은 1%정도다. 대부분의 체벌은 감정적인 체벌이다. 선생님들도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데 화가 나서 때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

세광고 폭력, 공공연한 사실
세광고 교사들 가운데 야구부가 사용하는 알루미늄 야구배트를 이용해 체벌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른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사실이다. 인근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세광고 선생님들이 체벌을 심하게 한다는 것은 소문은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특히 사립고등학교라는 특성상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라기보다는 선후배 관계로 엮여 잦은 체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체벌사실을 확인하려 전화를 건 기자에게 세광고 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종종 체벌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체벌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며 체벌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박 군은 장문의 글을 통해 교사들의 폭력과 함께 야간자율학습과 방학중 보충수업의 강제성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박 군에 따르면 세광고의 야간자율학습은 거의 100% 강제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각자 자신들의 공부계획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학교에 남기는 것이다. 박 군은 “자율학습을 하지않겠다고 말씀을 드리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부모님이 직접 학교에 오셔야만 겨우 허락을 받을 수 있다. 자율학습이 아닌 강제학습이다”라고 말했다.

방학중 보충학습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 박 군의 설명이다. 박 군은 “보충수업의 경우 부모님의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 같은 동의서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우리 반에 보충수업 안하는 사람은 없겠지’라며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물으신 다음, 보충수업 희망란에 O표를 그리라고 하고 부모님의 서명란에도 학생들에게 직접 서명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또한 예를 들어 영어과목의 경우 수업 받고 싶은 선생님이 따로 있더라도 학생 개인의 의견은 무시되고 학교에서 정한 선생님의 수업을 일방적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군은 또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반대의견을 개진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 군의 아버지도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학업을 위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보충수업을 학부모가 직접 찾아가 몇 번의 이야기를 거듭해야 관철되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군의 3학년 담임교사는 “개인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단체생활이니 전체의 뜻을 따르라고 박 군을 설득했다. 나중에 학부모가 찾아와 보충수업을 빼줄 것을 요구해 학부모의 요구대로 해줬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보충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 담임교사로부터 체벌을 받기도 했다고 박 군은 말했다.
박 군은 또 “뿐만 아니다. 방학 보충수업 때 정규수업을 진행해 방학 보충수업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 내 경우도 보충수업을 받지 않아 정규과정을 혼자 공부하고 시험봤던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군에 따르면 세광고의 경우 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모두 국사를 듣게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박 군의 경우 방학중 보충수업을 듣지 않았지만 보충수업료는 모두 납입했다.

한 교육관계자는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등은 비단 세광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두 희망자에 한하여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돼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가 좀 더 오랬동안 학생들을 잡아두길 바라고, 교사들에게 보충수업, 자율학습 감독 등을 통해 얻는 부수입은 교사의 생활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관리자는 많은 학습을 시켜 면피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해관계 때문에 도교육청도 고등학교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진상조사 한다’
박 군은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을 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고 시정을 촉구했다. 그리고 9일 만에 교육감으로부터 답신이 왔다. 답신은 박 군의 주장에 도교육청도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취지의 글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처벌을 배제되어야’ 하며, ‘자율학습과 보충학습은 학력신장과 아울러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이와 같은 학습에 대해 희망자에 한해 실시하도록 지침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학교인 세광고에는 앞서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실명으로 글이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학교가 익명으로 처리돼 있어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곧바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공립과는 달리 사립학교 교사에 대한 징계권한은 재단에 있어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도교육청이 징계수위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접한 한 학부모는 “세광고 교사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더욱 충격적이다. 학력신장이 학교가 갖추는 최고 덕목이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교조충북지부는 “개정된 초중등 교육법에는 학교에서의 학생의 인권이 존중돼야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반인권적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군은 1인 시위에 그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이교육감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불합리성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교육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박 군은 덧붙였다.

한편 12일 졸업식에서 충북지역 기독교 모임에서 전달하는 노회장상을 수여받기로 돼 있던 박 군은 시위의 옷차림으로 인해 단상에 오르는 것을 저지당하고 대리인이 수상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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