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명, 경기 3명 1차 압축 통과 ‘선전 중’
여론조사 등 2차 심사 통과 여부 관심 집중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인구 3%의 충북이 묘하게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선거의 큰 물줄기를 가른 것은 서울과 경기지역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인구의 42%를 웃도는 수도권의 승리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유효 득표의 48.7%를 얻어 싱겁게 끝난 17대 대선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수도권의 표심이었다. 그동안 보수에 냉담했던 서울과 경기의 표심이 이 당선자에게로 쏠림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수도권 득표율은 서울 53.23%, 경기 51.88%, 인천 49.22%로 공히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50일도 채 남지 않은 4.9총선에서도 이 같은 한나라당 쏠림이 계속될 지는 관심사다. 역대 수도권 총선에서도 민자-신한국-한나라로 이어지는 새 여권의 과거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반 수준의 현재 정당지지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전체 총선 판도도 한나라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

지역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충북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이 가히 정글과도 같은 한나라당 수도권 총선 공천경쟁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충북이 완전히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나라당이 14~16일 서울과 경기지역 예비후보에 대한 1차 면접을 통해 지역구별로 1~4명의 후보를 압축한 상황에서 현재 1차 압축을 통과한 충북 연고의 예비후보는 서울 5명, 경기 3명 등 모두 8명이다. 반면 1차 탈락자는 서울 4명, 경기 3명 등 7명이다.
물론 이들은 여론조사 등 2차 심사를 통과해야 한나라당의 후보로 확정되며, 4월9일 표심을 얻어야만 금배지를 달 수 있다.

■ 유일한 현역 광진갑 김영숙 의원

 1차 압축 통과자 가운데 유일한 현역 의원은 17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김영숙 광진갑 예비후보다. 영동군 추풍령이 고향인 김 의원은 고향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서울사범학교를 나와 서울 용마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여자 교감, 교장을 거친 김 의원은 서울 성북교육청교육장, 전국여자교장협의회 회장 등의 이력을 쌓아 교육계와 여성계에 대한 몫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그동안 자랑스런 영동군민상, 추풍령면민상 등을 받았을 정도로, 고향에서는 명사 대접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공천면접에서 여성부 폐지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았으나 “여성부가 폐지된 게 아니라 기능이 통합·확장된 것으로 본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랑을에서 4배수에 든 홍관희 안보전락연구소장은 우파의 대표적인 이론가다. 홍 소장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던 2005년 7월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하며 10년 직장을 퇴직한 뒤 거리집회를 주도해왔다.

■ 조명구, 서울에서 금배지 꿈 이루나

영등포을에서 2배수에 포함된 조명구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도 귀추가 주목되는 인물이다. 조 위원은 한국일보 재직시절 18년 동안 정치부기자로 현장을 누비며 폭넓고 깊은 인간관계로 충청권 맹주(?)로 군림해 왔다.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부터 지역과 수도권에서 몇 차례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음에도 본선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2007년 3월 당시 한나라당 경선 후보였던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하는 전직 언론인모임(세종로포럼)의 발기인이자 간사로서 막후 활약을 펼친데다, 이 당선자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이에 대해 “공천대상자가 자신의 입으로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공신 중에 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영등포에 딱히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나 위성도시에서 지역적 기반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 전문건설협회 대표주자 박덕흠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 지역구로 떠오른 곳 가운데 하나가 구로을이다. 건설업계 양대 협회인 대한건설협회 감사와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구로을은 김한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재일 건설협회 감사와 박덕흠 전문건설협회장이 각각 출마의 뜻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는데, 만약 공천이 확정된다면 처음으로 양대 협회 출신 입후보자가 맞붙게 된다.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박 회장과 달리 김재일 감사는 통합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옥천 출신의 박 회장은 2006년 11월 제8대 대한전문건설협회장에 선출됐다.

이와 함께 진천 출신의 이상진 전 극동정보대학장은 마포을에서 3배수에 포함됐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서울시 6개 실·국장을 역임한 이 전 학장은 2002년 9월 사학비리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극동정보대학의 학장을 맡았으나 당시 류택희 이사장이 교비통장을 내놓지 않고, 직인을 승인없이 사용하자 불과 한 달 만에 학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밖에 한나라당 서울지역 공천에는 3선의 오유방 전 의원 등이 공천장을 냈으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고 1차 압축에서 탈락했다.

■ 故박종철의 선배 박종운 3번째 도전

 

경기도 부천 오정에서 단수 후보로 압축돼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박종운 전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30년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 주요 인물이다. 박 전 사무총장은 1987년 1월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물고문으로 숨진 서울대 재학생 박종철씨가 그렇게도 숨기려고 했던 수배 중이던 선배.

사건 직후 탁자를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치안본부의 발표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촉발된 시위는 87년 6월 민주항쟁을 촉발시켰다. 박 전 사무총장은 당시 노동운동계의 대부였던 김문수 경기지사와의 30년 인연으로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 왔다.

박 전 사무총장은 “기업은 좋은 상품으로 승부를 걸고 정치는 민(民)을 위해 봉사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니겠냐”며 “국민들이 경제살리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새로운 우파(뉴라이트)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전 사무총장은 16, 17대 총선에 내리 출마했으나 민주당 최선영, 열린우리당 원혜영 후보에게 내리 패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공천이 확정될 경우 현역인 원혜영 의원과 재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 30대의 반란, 사무처 출신 정익훈

정치적 연륜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중진들도 나가떨어지는 수도권 공천경쟁에서 ‘30대, 사무처 직원’이라는 평범한 이력만으로 3배수에 포함된 인물이 있다. 바로 광명갑에 공천을 신청한 정익훈 당 정책국 정책행정팀장(부국장급)이다.

정 팀장은 1996년 신한국당 사무처 공채로 당에 발을 들여놓은 뒤 박희태 부의장 비서관, 국회정책연구위원(4급) 등을 역임했다. 정 팀장은 이번 한나라 서울, 경기 공천 신청자 가운데 초·중·고·대학을 모두 충북에서 졸업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의 정 팀장이 총선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바닥을 저인망식으로 훑어온 지역구 관리 덕분. 정 팀장은 “2000년부터 광명에 살면서 지역의 소소한 모임까지 챙겼고, 사무처 직원으로서 국회·정당업무, 선거업무 등을 익혔기에 나이는 어리지만 낙하산 출신의 여타 인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고향을 떠났지만 충북에서 자랑스럽게 여기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현재 전 중기청장, 하남 간 속내는

수도권에 공천장을 낸 충북 인사 가운데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현재 전 중소기업청장이다. 이 전 청장은 당초 고향인 보은이 속해있는 보은·옥천·영동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측을 뒤엎고 경기도 하남에 공천을 신청했다.

보·옥·영에 이명박 당선자 측 충북선대위원장이었던 심규철 도당위원장이 버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것에 비하면 다소 맥 빠진 결정. 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경기도 하남에 중소기업이 몰려있어 평소 알고 지내던 분도 많고, 친동생도 하남에 살고 있다. 또 오랫동안 거주했던 서울 송파와도 가까워서 마음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경기지역에는 안양충청향우회 부회장인 이석원 한나라당 상근 부대변인이 안양 동안갑에, 시흥충청향우회 고문인 임경민 함현상생복지관장이 시흥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1차 압축에서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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