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우체국에서 남쪽으로 일직선상 골목에 집중
청주에 ‘부동산 골목’이 있다. 가구점 골목·인쇄소 골목에 이은 또 하나의 이색지대, 부동산 골목은 가경동 우체국에서 남쪽으로 일직선상에 걸쳐 형성돼 있다. 물론 그 부근의 작은 골목까지 포함된다. 이 일대를 실제 한바퀴 거칠게 돌아보아도 20여개의 부동산중개사사무소를 만날 수 있다.
가경우체국에서 일직선상으로는 동원·덕운·진솔·모범·은광·탑·성일·미래로·태성·강산·동신·명진 부동산 중개사사무소가 자리를 잡았고, 그 사이사이 골목에 서원·동은·대일·가경·럭키·토건·백승 부동산 중개사사무소가 있다. 그래서 이 일대에서 식당과 학원, 슈퍼마킷 등 기본적인 시설을 빼고 나면 거의 부동산 중개사사무소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부동산 골목’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위치상으로는 가경 4지구와 가까워

가경동 주민자치센터의 이은철 사무장은 “이 곳에 택지개발을 하면서 부동산 업자들이 몰려든 것 같다. 신개발지구이므로 자연스레 모이다 보니 이런 골목을 형성한 것인데, 현재 위치상으로는 개발중인 가경 4지구와 가장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가경 4지구는 부동산 골목 남쪽 끝 산너머에서 우회도로 안까지 포함하는 상당히 넓은 지역”이라며 “아무래도 수요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성일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박정순 대표는 “상권이 형성되는 데로 오다보니까 이 쪽에 터를 잡게 됐다. 공단사거리에 있다 99년에 이전했는데, 당시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다. 가경동은 택지개발 예정지가 아직 남아있고, 부동산 중개사사무소들이 몰려있다고 하니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오는 것 같다”며 이 골목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박대표는 같이 모여있으면 서로 경쟁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이쪽 분야는 경쟁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대개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마련이고 택지개발, 땅, 아파트 전문 등으로 나뉘어 있어 물건이 나오면 서로 협조한다”고 말해 ‘장사꾼 속에서 장사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따라서 가경동은 시외·고속터미널과 롯데 마그넷이 자리를 잡으면서 커다란 상권이 형성된데다, 다른 지역과 달리 아직 개발 가능성이 많아 부동산업을 하기에는 괜찮은 조건이라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택지개발은 90년대 초부터 시작됐으나 97∼98년에 시외·고속터미널이 이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중개사사무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잡은 것. 그래서 99∼2000년에 가장 절정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에 입주한 사람들의 연령층도 다양하고 여성 대표도 몇 명 있다. 30여년 경력을 쌓은 노년층도 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부동산 컨설팅을 전문으로 내건 젊은층들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복덕방’의 이미지를 벗고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온라인 상에서 부동산을 거래하는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사람들도 이들이다.
탑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최호영 대표는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자회사인 인터넷구매 거래 정보망 ‘크레바랜드’에 물건을 등록해 사이버상에서 거래를 한다. 청주쪽은 아직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해 부동산업 분야에도 예외없이 인터넷 정보망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 형성된 곳 치고 임대료 가장 싸”

한편 부동산 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 곳으로 몰려든 데는 건물 임대료가 싸다는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임대료가 싸서 왔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성일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박대표는 “롯데 마그넷 부근 상업지역이 평당 600∼700만원하고 심지어 1000만원 하는 곳까지 있는데 반해 이 골목 상가는 평당 200∼230만원 선이다”고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가경 부동산사무소의 강영원 대표도 이 의견에 동조하며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20∼30만원으로 아마 새로 형성된 거리 치고는 청주에서 가장 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곳도 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거래가 한산한 편이다. IMF 때 보다는 나아졌지만 물량이 없어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최대 고민. 지난해 밀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3군데가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것도 경기불황을 잘 말해주는 부분이다.
“언제 경기가 활성화 될 것 같으냐” “청주는 부동산 물량이 한정돼 있어 거래량도 많지 않다.” “현재 임대료도 간신히 내고 있는 형편이다”는 등이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쏟아낸 ‘부동산 골목’ 사람들의 어려움이었다.
서울처럼 일명 ‘떳다방’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골목도 들어오고 나가는 등 변동이 있다. 취재하러 간 날도 몇 군데 비어있는 상가가 새 주인을 맞느라고 부산했다. 이들 역시 대부분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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