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조성

공공기관이 있던 자리를 녹지공간으로 일대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곳이 대구시다. 대구시는 지난 98~99년에 중구 동인2가 42번지 일대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곳에는 97년까지만 해도 대구지방경찰청·공무원교육원·중구청 등 공공기관이 들어섰던 곳이었다.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은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기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 대구시가 대구지방경찰청 등을 이전시키고 만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라는 명칭은 일제시대에 일어났던 항일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동은 1907~1908년 일어난 것으로 일본에서 들여온 국채를 국민 모금으로 갚자는 국권회복운동이었다. 일제는 한국의 재정을 일본재정에 완전히 예속시키기 위해 차관을 제공했는데 당시 대구시가 가장 먼저 이 운동에 나선 것.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다는 자긍심을 가진 대구시는 공원 이름도 ‘역사적’으로 지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름도 이름이지만, 공공기관이 줄지어 들어섰던 금싸라기 땅에 이 공원이 조성돼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1만2000여평의 부지에 달구벌대종, 종각, 녹도, 시비, 명언비, 편의시설 등이 갖춰진 이 곳은 중앙도서관을 끼고 잔디광장과 분수대, 1000여 그루의 나무가 있어 어떤 공원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5월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청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들은 대구시와 양산시, 신탄진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류성훈 도시건설위원장은 “대구시는 금싸리기 땅을 공원으로 만들어 ‘푸른 대구’를 실천하고 있다. 대구시가 1년 동안 공원녹지 관리유지비로 쓰는 돈이 500억원이 넘는다. 청주시도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무시장’을 타이틀로 내건 문희갑 전 시장은 지난 95~2002년까지 2번의 대구시장을 역임하고 경제기획원 차관·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12~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문 시장은 당시 평당 1000만원 하는 대구시의 노른자위를 휴식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공공기관을 의도적으로 이전시켰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자리에 공원을 조성한 게 아니고 공원을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들을 외곽으로 내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겨울철을 제외한 이 곳은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 평일 6000여명, 주말 8000여명이 다녀간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구시는 또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폐교된 구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2·28기념 중앙공원을 만들었다. 4·19 민주혁명의 도화선이 된 대구 2·28 학생의거의 뜻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이 곳 역시 대구시 중구 도심에 위치해 있다. 도심공동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심 곳곳에서 재개발·개건축 붐이 일고 있는 청주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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