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기관 6월 초 이전하면 수곡동 ‘텅텅’
“녹지공간 없는 청주시, 시민위해 결단 내려라”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청주지방법원과 검찰청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자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 법원은 5월 말경 신청사가 준공돼 6월 초 이전계획이 잡혀 있고, 검찰청은 4월 말 준공돼 5월 하순~6월 초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본관은 모두 지난 70년 준공됐다.

따라서 법원·검찰청은 수곡동에 터를 잡은지 38년만에 산남3지구로 옮기게 된다. 더욱이 양 기관이 이전하면 변호사·법무사·등기소 등의 관련 사무실이 산남3지구로 동행 이주할 것으로 예상돼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청주시 수곡동 청주지방법원·검찰청 전경(위)과 인기를 끌고 있는 오창 호수공원.
이 때문에 법원·검찰청 근처의 음식점과 크고 작은 상가주들은 건물이 텅텅 비게 되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때 흥덕경찰서 분소가 이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나 이 분소는 운동동에 신축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그리고 청주교육대에서 부속초를 개축하면서 일부 건물을 임시로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학교로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는 정해진 게 없는 상태.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곳에 녹지공간을 조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 매우 오래전에 조성된 중앙공원과 상당공원 외에는 청주시에 이렇다 할 공원이 없는 점을 감안해 법원·검찰청사를 헐고 녹지공간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청주시가 이 곳 부지를 매입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지활용계획 아직 없어

청주지방법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활용계획이 없고, 우리가 마음대로 방법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에서 재경부로 국유재산관리계획서를 제출하면 재경부에서 활용방안을 결정한다. 다만 대법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 이 계획서를 제출하는 시점은 건물이 용도폐지된 후인 올 연말이 될 것”이라며 “장기간 방치하면 관리상 문제가 있고, 우범화될 수 있어 우리도 걱정이다. 백화점이나 아파트 부지로는 좁고 인근에 기적의 도서관도 있고 하니 교육시설이나 문화시설이 들어온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주시에서 매입해서 시민들에게 유익한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시에서 산다면 감정가는 현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결정될 것이다. 대개 시세의 70% 선에서 매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양 기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최종적으로 재경부에서 결정하지만, 기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는 것.

또 청주지방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가 법무부의 의견을 들어 청사 활용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고 짧게 답변했다.

법원·검찰청 부지는 모두 2만9873㎡로 평수로는 9000여평에 이른다. 지난해 1월 1일 기준으로 평당 공시지가는 약 200만원이고, 1㎡당 61만8000원 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에 따르면 시내에는 190개의 공원이 있으나 역대 시장이 의지를 가지고 조성한 것은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구획정리나 택지개발사업 할 때 생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주시 공원 조성율은 3.2%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사직공원과 영운공원은 공원지역으로 지정만 해놓고 부지를 매입하지 못했다. 흥덕구 사직동 체육관 맞은편의 사직공원은 4522㎡(1만5000평)이고, 청남초 뒤의 영운공원은 9045㎡(3만평)이나 언제 땅을 살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말이다. 시는 매년 공원조성 및 관리비에 30~40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고, 올해 처음 부지매입비 20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20억원이라야 몇 평 살 수도 없는 적은 금액이다. 따라서 법원·검찰청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자는 의견에 대해 시 관계자들은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 그러나 아마 예산이 없어 사지 못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공원녹지분야의 예산이 없다는 사실은 시장이 마인드가 없다는 사실과도 통한다.

모 청주시의원 말이다. “청주시는 우암산·무심천·가로수길 같은 기존 자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시장이 녹지공간 조성을 위해 애쓴 적이 있는가. 시장은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남상우 시장은 이런 의지가 없다.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주민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재개발·재건축 붐으로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주택가 한 가운데 몇 십층의 아파트가 삐죽하게 들어서는 웃기는 공간배치가 여기저기서 보일 것이다. 시민들은 청주시가 맑고 푸른도시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시장은 개발·건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어 이 의원은 “청주시는 앞으로 우암산-무심천-부모산을 녹색벨트로 잇고 도심에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수곡동 법원·검찰청 부지에 공원이 들어서면 좋을 것이다. 그리 넓은 부지는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있던 자리므로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고 도시에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에서 매우 좋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오창 호수공원의 교훈

수곡동의 일부 주민들은 공원보다는 당장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업종이 들어서는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녹지공간이 들어서는 게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를 입증하는 게 오창 호수공원이다.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 호수공원의 공식 명칭은 문화휴식공원이나 호수가 있다고 해서 호수공원으로 불린다. 지난 2001년 12월 토지공사가 조성하고 청원군이 인수해 관리중인 이 공원의 총 면적은 1만4387㎡.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된 뒤 건립된 8000여세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숨쉴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수공원은 가운데 호수를 중심으로 너른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고 곳곳에 팔각정과 벤치, 파고라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겨울철을 제외하고 주말에 1000명 이상, 평일에 200~300명 정도 호수공원을 찾는다. 도시 한가운데 휴식공간이 있다보니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봄·여름·가을철 주말에 호수공원은 만원이다. 오창뿐 아니라 청주 등 인근지역에서까지 찾아와 공원 주변 도로는 일찌감치 주차장이 된다. 인파가 이렇게 몰리다보니 주변에서는 각종 식당과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등이 성업중이다.

아울러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청주시보다 환경이 훨씬 낫다고 입을 모은다. 청주시에서 살다 호수공원 근처 아파트로 이주한 김경숙씨(45 주부)는 "요즘은 거주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이 환경이다. 주변 환경이 어떠한가를 가장 많이 본다. 구체적으로 말해 아파트 인근에 산이나 호수, 녹지공간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법원·검찰청 부지에 공원을 만들면 침체된 수곡동에 활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직동 구 시외버스터미널이나 문화동 롯데 영플라자 맞은편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면 매우 좋았을 것이라는 게 시민들의 뒤늦은 탄식이다. 두 곳은 무엇보다 청주시민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구 시외버스터미널 자리는 현재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가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고, 문화동에는 (주)동영 D&C가 24~32층의 아파트 498세대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 곳 역시 도심 한가운데에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어서 도시 전체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수곡동에 공원을 조성하려면 시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재 청주시는 법원·검찰청 부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관련 부서에서는 이 부지를 무엇으로 활용할 것인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고, 시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는 관계당국과 협의해서 이 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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