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감사·기획 등 주무과는 남성들 독무대” 불만 비등
충북도내 행정직 여성공무원중에는 4급이상 고위직이 없다. 계약직으로 정영애 충북도 여성정책관(47)과 별정직으로 최정자 충북도여성회관장(59)이 4급 상당의 직급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과장급이고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국장급인 4급은 상당히 중요한 자리로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자리에 여성이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나와 똑같은 시기에 행정사무관이 된 사람들이 벌써 4급이 됐다. 특히 전북에는 4급 이상의 고위급 여성공무원들이 많다. 충북은 과거 보수적인 경향이 강해 여성공무원들을 키우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최고위직이 5급이다. 인사철마다 여성중에는 승진대상자가 없어 못시킨다고 하는데 이 얘기는 그만큼 남성들이 독식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남성들과 똑같이 승진을 시켰다면 여성들도 4급 아니라 3급, 2급도 나왔을 것이다.” 모 여성공무원의 뼈있는 말이다.
또 모씨는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없는 곳은 충북 밖에 없다. 대전만 해도 행정서기관이 4명이 된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제 여성들도 승진대열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 도내에서도 4급이 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과거에도 충북도 국장급에는 별정직으로 유연호 가정복지국장과 장상자 사회복지국장이 거쳐갔을뿐 행정직 국·과장급은 없었다.

같이 출발한 남성공무원과 격차 커

행정직 최고위직인 5급으로는 충북도의 박정희(여성정책관실 여성복지담당계장)·최정옥(기획관실 의회협력담당계장)·김화진(체육청소년과 청소년담당계장)·노광순(자치행정과 민원담당계장)·임영아(공무원교육원 교수)씨 등 5명을 비롯해 청주시에 이정숙 사회과장, 충주시에 안명자(가정복지과장)·최재숙(상수도사업소장)·피정순(자치센터기획팀장)씨 등 3명이 있다. 또 청원군에 조인재 옥산면장, 단양군에 양수자 가곡면장, 증평출장소에 노명숙 증평출장소 장평지소장이 있다.
행정직 이외의 5급으로는 충북도의 김혜련 보건위생과 건강증진담당계장(보건직)을 필두로 청주시에 최정숙 상당구 허가민원과장(건축직)·정창순 여성회관장(별정직) 등 2명이 있고, 보건환경연구원의 조경주 수질보전과장(연구직)과 농업기술원의 김숙종 농업진흥과 생활개선팀장(생활지도직)이 여기 속한다.
이들 중에는 여성공무원을 의도적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특별채용을 통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경우가 많으나, 별정직 경력 3년이상 근무자에게 실시한 공채를 거쳐 행정직으로 전환된 케이스 또한 적지않다. 이들은 대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남성 공무원들보다 승진에서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의 모 계장은 현재 국장급에 있는 남성 공무원과 비슷한 시기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 당시 신규채용반 동기였으나 한 사람은 국장, 한 사람은 계장에 머물러 있다.

여성들은 민원실·여성관련 업무단골

여성공무원들이 승진에서 밀리는 이유중 하나는 민원실이나 여성회관, 그리고 기타 여성관련 부서에 이들을 묶어놓고 총무·인사·기획·감사 등의 주무과는 남성들이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별정직일 때는 가정복지과 등의 여성관련 부서에 있을 수밖에 없지만, 행정직으로 바꾼 뒤에도 이런 관행이 이어졌다는 것. 이것은 곧 근평에서 인색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모 공무원은 “최근 후배공무원들은 감사·기획·인사부서에 두루두루 배치돼 불이익을 받는다고 할 수 없으나 과거 60∼80년대는 여성공무원들이 적어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여러 부서를 거쳐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법인데도 여성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여성부에서도 여성공무원을 주무과에 배치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자치단체의 여성정책을 평가할 때도 이런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43년생인 최정자 충북도여성회관장이 올해 물러날 경우 누가 그 자리로 갈 것이냐 말들이 많지만, 꼭 여성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여성의 자리라고 알려진 곳에 남성을 배치하고, 여성들도 남성의 자리라고 인식된 곳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
일각에서는 충북도 최정옥 계장이 기획관실 의회협력담당, 김화진 계장이 체육청소년과 청소년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것 만으로도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30대 초반의 임영아 공무원교육원 교수가 지방고등고시 1호로 활동하고 있는 점도 여성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일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4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에 여성들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 홍강희 기자


행정직 5급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충북도의 박정희 여성정책관실 여성복지담당계장(53)은 지난 69년 공채로 들어와 단양군·읍 호적계를 시작으로 단양군 부녀아동계장과 가정복지과장을 거쳐 증평출장소 복지환경과장, 충북도 민원담당사무관을 지냈다. 그리고 최정옥 기회관실 의회협력담당계장(47)은 74년 보은군 아동복지지도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95년 공채로 행정직 사무관을 달은 뒤 보은읍 부읍장, 종합민원실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충북도로 발령을 받았다.
김화진 체육청소년계 청소년담당계장(49)은 제천시 부녀아동계장, 가정복지계장, 가정복지과장, 제천시립도서관장을 거쳐 올 1월 충북도로 들어왔고, 노광순 자치행정과 민원담당계장(54)은 70년 청주시 민원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충북도 여성회관 서무계장, 여성정책관실 여성복지담당계장을 지낸 바 있다.
충주시의 안명자 가정복지과장(50)은 71년 중원군 금가면 결핵요원으로 시작해 충주시 사회과 부녀상담원, 부녀복지계장을 거쳤고 최재숙 상수도사업소장(55)은 69년 중원군보건소 가족계획지도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중원군 가정복지계장, 충주시 가정복지과장, 민원봉사과장을 지냈다. 그리고 피정순 자치센터기획팀장(53)은 지난 70년 지방공무원 임용을 받은 뒤 충주시 민원실장, 가정복지과장, 여성회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청원군의 조인재 옥산면장(55)은 청원군 사회복지과장을 거쳐 현재 면장으로 활동중이고 단양군의 양수자 가곡면장(58)은 단양군 새마을유아원장, 어린이집원장, 가정복지과장, 사회복지과장을 거쳤다. 지난 94년 행정직 사무관으로 전환했다. 이어 증평의 노명숙 증평출장소 장평지소장(48)은 청원군 생활개선계장, 괴산군 가정복지과장, 증평출장소 가정·사회복지과장, 충북도 여성정책담당사무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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