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까에 살던 유끼꼬 씨가 한국 유학생이었던 남편 오 갑열씨(38)를 만나게 된 건 지난 98년 봄.
친절하고 자상한 남편에 끌려 그와 오랜기간 교제를 해오던 그녀에게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서로에게 정이 들어버린 두 사람은 헤어질 수 없었다. 많은 고민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그녀의 출국을 반대하는 가족들과의 이별, 그리고 한번도 와본 적 없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두려웠지만 사랑하는 그를 포기할 순 없었다. 결국 그녀는 사랑을 선택했다.
한국으로 온 그녀는 지금의 남편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결혼식을 치를 순 없었다. 외국인과의 결혼을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그녀의 가족들 때문이었다. “자상한 남편이 저를 많이 사랑해주었지만 일본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났어요” 결국 그녀는 어떻게든 일본에 있는 가족들을 설득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가족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해 평생 후회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이와 상의한 끝에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일본으로 갔어요” 그녀는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3개월에 한번씩 일본으로 갔다.
일본과 한국을 여러번 왕래하면서 그녀의 아버지 무라카미 코이치(61)와 어머니 무라카미 야스코(55)를 비롯한 가족들의 노여움도 딸의 각별한(?) 노력끝에 점차 누그러 졌다. 결국 그녀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일본에 계신 부모님은 시댁 식구들을 만나러 한국에 오게 됐고, 시댁 식구들과 친정 부모님은 만남을 가졌다. “제 마음이 날듯이 기뻤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6형제인 남편가족의 우애를 보시고 남편을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때서야 친정부모님은 유끼꼬씨와 남편을 인정하게 됐고, 친정 부모님은 그 후로도 한국에 몇 번 다녀 갔다.
그녀는 마침내 한국에 온 지 1년 10개월 만인 작년 12월에 친정식구들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하루 한번 남편에게 편지써요

남편과 한국에 와 서울에 살던 그녀는 2000년 7월에 남편의 직장을 따라 청주로 오게 돼었다. 생활방식이 일본과 달라 처음에 고생하던 그녀는 남편과 주위의 관심과 보살핌 덕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특히 청주로 이사온 뒤로 고향같은 정겨움 마저 들었다. “복잡한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와 생활하니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요즘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그녀는 남편에게 하루 한 번 e-mail로 편지를 쓸 때가 가장 즐겁다. “남편과 함께 헬스크럽에 다니며 운동하고, 주말이면 드라이브와 영화를 봅니다” 그녀는 지금도 변함없이 처음만날 때의 연인처럼 자신을 대해주는 남편과의 생활이 행복하기만 하다.




YMCA의 한국어학당에서는 한국어 수준에 따라 반을 편성하고 있다. 사진은 유끼꼬씨가 YMCA의 한국어학당에서 수업을 받는모습. 선생님의 말에따라 한국어로 칠판에 쓰고 있다.
YMCA 한국어학당에서의 재미있는 수업 “토요일이 기다려져요”

유끼꼬씨는 일주일에 한번 YMCA에 들른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 이다. 그녀는 청주로 이사오면서 남편의 소개로 YMCA의 한국어학당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다.
“어학당에서의 생활은 정말 즐겁습니다. 수업을 받는 토요일이 기다려 져요” 그녀는 어학당에 다니면서 한국의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 한국어를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또한 주었다.
“어학당에서의 수업은 다양해요. 발표회를 통해 자기가 직접 지은 수필이나 시를 발표해요. 이곳에서 재미있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어 어학당에 대한 그녀의 자랑은 계속됐다.
“명절 때 송편빚기나 흰떡썰기를 하는 등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지난번에는 청주 고인쇄 박물관과 도자기 공장에 소풍가서 도자기를 샀는데 아주 예뻐요” 그녀는 한국생활 적응에 도움을 준 어학당 선생님들이 정말 고맙다.
지난 96년 문을 연 YMCA 어학당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위해 무료강습을 하고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외국인은 200여명. 유끼꼬처럼 몇 년씩 수업을 받고 있는 외국인도 상당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곳 어학당을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또한 많이 있다.
YMCA 어학당에서 만난 이효숙 부회장(32)은 “이곳을 알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곳을 찾는 외국인을 보면 안타깝다”며 “적극적 홍보를 통해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이 더 많이 이곳을 방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절이 즐거워요

유끼꼬씨는 명절이 즐겁다. 핵가족화로 가족이 모일 기회가 거의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가족들이 모여 서로간에 정을 나눌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유끼꼬씨는 이번 설에도 남편과 시댁에 갈 계획이다. 6형제 중 세째인 남편과 형제들은 직장때문에 고향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전라도 고향에 계신 시어머니(조춘자씨(63))를 네째 시동생이 모시고 있다.
“설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처음에는 낮설었지만 지금은 많이 배웠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려면 힘이 들지만 외국인인 저를 친자식 처럼 대해 주시는 시어머니와 가족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레이네요” 그녀는 환히 웃었다.
애기를 낳아 지금처럼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소박함에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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