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총선 변수 맞물려 이합집산 예고
유권자들이 심판 나설 때

송광호의원(제천 단양)의 자민련 탈당으로 정치인들의 당적 이동이 다시 도마위에 올려졌다. 선거 때마다 유령처럼 나타나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우리나라 정치문화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킨 원흉과도 같은 존재다. 정당정치와는 상치되는 현상으로, 지금도 같은 정당내에서조차 이념이 혼재되는 기형정치를 양산시킨 단초가 됐다.

지난 92년 14대 총선에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으로 등원한 송의원은 그 후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국민신당 자민련으로 이어지는 당력을 가졌다. 당의 명칭만 바꾼 소위 신장개업이나 소속 정당의 소멸 등을 감안하더라도 송의원의 당적이동은 일반인들에게 편치가 않다.

정치인들의 탈당과 입당 즉 당적변경은 대개 두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외부여건을 빌미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우와 아예 당선과 정치적 입지를 위해 스스로 당을 박차고 나오는 경우다. 일본의 유사법제 옹호를 문제삼은 송광호의원과 지난해 서해교전시 정부대응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민주당을 탈당한 김진선씨 등이 전자에 해당된다면 역대 집권여당에 둥지를 틀었다가 자민련으로 옮겨 간 김종호의원은 후자에 속한다. 정치인들이 어떠한 명분을 들이댄다 하더라도 당적이동이 대부분 선거를 전후로 기승을 부린다는 점에서 정치적 신념보다는 안위(安慰)와 사리(私利)를 찾아 움직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번 송의원의 탈당에 대해 주변에선 충북에서의 자민련 당세를 지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만약 자민련이 잘 나가고 있다면 과연 탈당했겠냐는 반문인 것이다.

충북도내 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현재의 당(무소속 포함)을 내년 총선까지 확실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숫자는 대략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의 경우 정치인들의 당적이동을 부추길 가장 큰 변수는 신당여부와 자민련의 몰락현상이다. 이 두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표출돼 지역정가를 요동치게 할 공산도 크다.
지난 대선 때 도내 국회의원 여러명이 탈당설에 휘말렸다. 민주당 노무현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사이의 역학관계가 이들로 하여금 계속 저울질을 하게 만든 것이다.

당시 민주당 홍재형의원과 자민련 정우택 송광호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설이 공공연하게 거론됐고 특정인(?)의 경우 ‘신경식 한나라당 도지부장에 OK 전화만 걸면 상황 끝이다’라는 확정설까지 몰고 다녔다. 이들의 노심초사를 잠재운 것은 노무현으로의 후보단일화와 지지도 상승이었다.

마음은 콩밭, 그래도 탈당은 부담

당시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의 관계자는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미 조율이 끝난 상태에서 시간만 재고 있었는데 워낙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때라 당사자들이 결정타를 못 날렸다. 나 스스로도 정치는 쉽게 판단할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한가지 주목할 것은 당시 그런 분위기에서도 해당 국회의원들은 탈당 등 당적변경 의심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주변의 각종 억측이 부담됐다면 “절대로 탈당하지 않는다”든가 “끝까지 당에 남겠다”는 식의 선언적 발언이 나올법도 한데 그렇지 못 했다는 것이다. 모 의원의 경우 “앞으로 정치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선 탈당할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예봉을 피해 나갔었다.

자민련 정우택의원(괴산 진천 음성)에 대해선 지금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민련의 개혁작업을 주도하는 처지이지만 당의 불확실성 때문에 그는 여전히 탈당의혹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탈당설이 한창 불거질 때도 ‘한다’ ‘안 한다’의 단정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재미나는 사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정의원을 자기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민주당측은 신당이 성사되면 어차피 올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자기쪽 코드임을 내세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아직은 비공식적 논의에 머물고 있지만 정의원의 지역구에 이재정 카드를 내세워 압박할 수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한다. 민주당 신주류의 핵심인 이의원(전국구)은 진천이 고향으로 신당의 충북 간판격으로 거론되고 있어 지역정가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지역구 출마를 공언하는 김종호의원과 구천서 전의원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당적변경은 곧 죽음이다”
당적이동은 그 절차와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에게 쥐약도 되고 앰풀도 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이원종지사는 자민련을 탈당하면서 사전 정지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파문을 최소화했다. 각계 인사를 불러 들여 자문을 받는 등 자신의 탈당이 여론에 의한 것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런 전략은 물론 효과를 봤다. 배신자 철새 등의 논란을 어느 정도 희석시킨 후 거뜬히 재선에 성공했다. 그렇더라도 정치인에게 있어 이런 당적변경은 본인의 향후 역정에 두고두고 ‘주홍글씨’로 남는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여전하다.

지역정가에선 송광호의원의 자민련 이탈을 정치인 ‘이동’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당이 점쳐졌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는 없는데 자민련이 워낙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당으로선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번 일이 탈당의 도미노를 가져 올 공산은 크지 않다. 신당과 그에 따른 재편과정까지 지켜봐야 비로소 정치인들의 판단이 설 것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당적변경은 견제돼야 하고 그 역할은 유권자의 몫이다. 명분없이 당을 옮기면 무조건 죽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변신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정치는 신념으로 말해야 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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